[대일논단] 안면도 꽃박람회의 추억

2024. 10.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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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세종시장

2002년 4월 태안 안면도에서 국제꽃박람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었다. 모든 사람이 뜨악해하며 누구든지 실패를 호언장담했다.

이유는 명쾌했다. 당시는 IMF 사태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허허벌판 모래사장에서 무슨 꽃을 피우냐는 것이었다. 안면도로 접근하는 도로는 왕복 2차선이 전부였고, 호텔은커녕 변변한 민박집이나 식당조차 없었다. 해안가 바닷바람과 차가운 바다 안개를 겪어본 사람은 대놓고 웃기까지 했다. 더욱이 박람회장은 한국유리의 규사 광산이었다. 당시 심대평 도지사가 꽃박람회 개최지를 안면도로 정한 것은 완전한 역발상이었다.

접근성이 좋고 자연환경이 우수한 천안, 공주를 제치고 이름도 생소한 오지인 안면도를 결정한 것은 그곳이 낙후된 오지였고 접근성도 나빴지만, 뛰어난 경관의 잠재력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성공이라는 잣대가 일반 사람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나는 실패할 꽃박람회에 현장 책임자로 임명됐다.

결과는 기적적이었다. 안면도가 사람의 파도로 출렁였다. 박람회장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에 자동차가 즐비했고, 박람회장은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이 보일 지경이었다. 당초 목표 방문객 72만명을 뛰어넘어 164만명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줄잡아 7만명. 적은 예산에 2년여 짧은 준비기간,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던 나와 직원들에게 박람회 24일간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

그러나 지옥 같던 꽃의 전쟁이 끝난 후 박람회 조직위 직원들은 전원이 정부포상이라는 천국을 맛보았다.

2002 안면도 꽃박람회의 진짜 성공은 그 다음부터였다. 꽃박람회가 끝난 후 그곳에 펜션과 콘도, 음식점, 리조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안면도가 충남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안면도의 주민들이 꽃박람회 개최로 지역발전이 10년 내지는 20년이 앞당겨졌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유다. 진짜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최근 안면도와 보령간 해저터널이 개통한 것도 안면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후방효과 중 하나다.

두 번째 안면도 꽃박람회가 개최된 것은 2009년이었다.

2007년 12월 허베이스피리트호의 기름 유출 사고로 태안에 엄청난 재앙이 닥친 시점이었다. 당시 외국의 환경과 해양오염 관련 전문가들은 유출된 기름을 방제하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그 지역에서 나는 수산물은 입에 댈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지옥 같은 이곳에 다시 꽃박람회 개최를 결정한 분은 이완구 도지사였다.

그때도 필자는 충남도 행정부지사로, 사고 처리와 기름 유출 방제를 담당하는 현장 지휘관이었다. 그곳에서 13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와 자갈 하나하나를 닦아가며 복원하는 기적의 현장을 목도하면서 두 번째 꽃박람회를 추진했다. 이번에는 기름 유출로 오염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였다.

2009년 국제꽃박람회 또한 대성공이었다. 2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오염된 환경이 아닌 꽃으로 아름답게 물든 안면도를 다시 보았다. 그때 그곳에서 서해안 수산물을 먹어도 된다는 사실을 박람회장을 찾았던 사람들이 몸소 입증했다. 진짜 목적이 달성된 것이다. 지금 안면도나 태안이 한때 기름 유출 사고를 겪은 부정적 인식이 없는 것은 기적의 자원봉사 행렬과 함께 아름다운 꽃박람회의 추억 때문이라고 본다.

국제행사, 메가 이벤트를 개최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단순히 비즈니스적 시각에서 수입과 지출을 맞추기 위해 개최하는 것이 아니다. 수지타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한 승수효과다.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를 통해 지역개발의 효과와 도시의 이미지라는 브랜드 가치, 그리고 수산업이나 화훼, 관광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지 않았던가.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필자는 안면도 꽃박람회를 생각하며 유수한 정원환경을 갖춘 세종에서 국제정원도시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안면도의 추억이 되살아나길 기대했었다. 최민호 세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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