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라이벌전에 오타니와 애런 저지의 대결이라니!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 2024. 10. 2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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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가 맞붙는다. 두 팀은 미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명문 구단이다. 43년 만에 성사된 최대 라이벌전에서 두 슈퍼스타의 대결이 펼쳐진다.

2024년 한국시리즈를 이름 붙이자면 ‘클래식 시리즈’다. 통산 열한 번 우승의 KIA 타이거즈와 그다음으로 많이 우승(여덟 번)한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는다. KIA의 전신 해태가 1980∼1990년대 이룬 ‘왕조’는 야구 그 이상의 의미였다. 해태에 늘 밀리던 삼성은 2002년에야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11∼2014년 시리즈 4연패’는 1986∼1989년에 우승한 해태 다음가는 위업이었다. 두 팀이 마지막으로 대결한 한국시리즈는 1993년의 일이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AP Photo

한국뿐만 아니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도 ‘클래식 시리즈’다. 아메리칸리그(AL)를 제패한 뉴욕 양키스는 올해 28회째 우승 트로피에 도전하는 최고 명문 구단이다. 내셔널리그(NL) 챔피언 LA 다저스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당대 최강 구단이다. 양키스가 야구의 발상지인 미국 동부를 대표한다면, 다저스는 1958년 로스앤젤레스(LA)로 연고지를 옮긴 뒤부터 서부의 맹주로 꼽힌다. 두 팀은 열한 번이나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다. 역대 최다 수치다. 마지막 맞대결은 1981년.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야구 팬이 43년 만에 성사된 야구 최대 라이벌전에 흥분하고 있다. 시리즈 1차전은 10월26일(한국 시각)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명문 양키스는 1903년에 창단했다. 1870년대로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구단들에 비해서는 ‘신생’이다. AL은 1901년 창설됐고 양키스는 세 번째 시즌인 1903년부터 리그에 참여했다. 구단 공식 역사에서는 배제돼 있지만, 1882년 창단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전신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지금 AL 동부지구 소속인 동명의 팀과는 다르다. 볼티모어는 1892년 NL에 가입했지만 7년 뒤 선수 팔아넘기기와 흥행 부진을 이유로 퇴출당했다. 그리고 새로운 메이저리그인 AL에 가입했다. AL은 기존 메이저리그인 NL과의 ‘정치적 거래’로 볼티모어의 연고지를 대도시 뉴욕으로 옮기기로 했다. 뉴욕으로 옮겨와 ‘아메리칸스’, 혹은 ‘하이랜더스’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 팀이 지금의 양키스다. 뉴욕의 새 메이저리그 팀은 1919년까지 18시즌 동안 승률 0.485를 거둔 평범한 팀이었다.

다저스의 상황도 비슷했다. 다저스는 1884년 지금은 사라진 메이저리그인 아메리칸어소시에이션(AA)에서 첫 시즌을 보냈다. 연고지는 브루클린. 지금은 뉴욕시 자치구인데, 당시에는 별도 행정구역이었다. 브루클린은 1889년에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당시 별칭은 ‘브라이드그룸스(새신랑들)’. 선수 6명이 전해 한꺼번에 결혼을 해 붙여진 이름이었다. ‘새신랑들’은 이듬해 AA를 떠나 NL로 옮긴다. 리그 회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이유였다. 이적 첫 시즌에 NL 우승을 차지하며 AA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듬해 8개 팀 중 6위로 떨어졌고 이후 오랫동안 평범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다. 1939년까지 49시즌 동안 리그 우승을 네 번 했지만 이 기간 승률은 0.481에 불과했다. 상위권에 랭크된 시즌이 열다섯 번에 불과했다(하위권은 서른네 번이었다). 브루클린 팬들은 연고지 팀을 “범스(놈팡이들)”라고 불렀다. 애증을 담은 호칭이었다.

두 명문 구단, 시작은 미약했지만

양키스의 영광은 1920년 시작된다. 보스턴의 투타 겸업 스타 베이브 루스가 이적해 54홈런을 때려냈다. 전해 자신이 세운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 홈런 기록(29개)을 아득하게 넘어섰다. 그해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시즌 100만 관중을 넘긴 팀이 됐다. 1923년 5만8000석 규모로 지어진 새 야구장 양키스타디움에는 ‘루스가 지은 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다수 메이저리그 야구장이 3만 석 규모였던 시절이다. 루스의 흥행 파워를 믿은 엄청난 객석 규모였다. 그리고 이해 양키스는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루스는 1934년까지 양키스에서 뛰었다. 이 기간 양키스는 일곱 번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네 번 우승했다. 루스와 콤비를 이뤘던 루 게릭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지병으로 1939년 은퇴한다. 하지만 이미 조 디마지오라는 슈퍼스타가 등장했고, 미키 맨틀이 그 뒤를 이었다. 양키스는 1936∼1964년 기간에 7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열여섯 번 우승했다. 1982년부터 1994년까지는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암흑기를 맞았다. 하지만 1996년부터 5년 동안 네 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또 다른 전성기를 맞았다. ‘악의 제국’이 당시 양키스의 별명이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스타가 ‘뉴욕의 왕’ 데릭 지터다. 지터는 2009년에도 양키스에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 ⓒUPI

다저스의 전성시대는 1940년대에 찾아왔다. 두 명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혁신적 경영자인 브랜치 리키가 1943년 단장으로 취임했다. 1947년에는 ‘니그로리그’ 출신 흑인 내야수 재키 로빈슨이 인종 장벽을 깨뜨리며 데뷔했다. 로빈슨은 1956년 은퇴하기 전까지 10시즌 동안 다저스를 여섯 번이나 월드시리즈로 이끌었고, 1955년엔 사상 첫 우승을 안겼다. 브루클린 시절 다저스는 타격의 팀이었다. 하지만 1958년 LA로 옮긴 뒤 넒은 다저스타디움에서 투수들의 팀이 됐다. 1959∼1966년엔 8년 동안 월드시리즈에 네 번 진출하며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역대 최강 왼손투수로 꼽히는 샌디 코팩스가 이 시기 다저스의 상징이었다.

다저스는 리키와 로빈슨 이후에도 혁신의 팀이었다. 1958년 서부를 개척했고, 1976년 토미 라소다를 감독으로 임명하며 ‘수평적 리더십’ 시대를 열었다. 1981년에는 멕시코 출신 왼손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발굴해 ‘페르난도마니아’를 불러일으켰다. 1990년대에는 동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1995년 노모 히데오는 ‘노모마니아’ 현상을 만들며 발렌수엘라의 후계자가 됐다. 그 뒤를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이었다. 그리고 2013년 이후에는 30개 구단 중 최고 승률(0.620)을 기록하며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는 마흔 번 진출해 스물일곱 번 우승. 다저스는 스물한 번 진출해 일곱 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두 팀의 열한 번 맞대결 중 최초는 1941년 시리즈였다. 디마지오가 이끈 양키스가 4승1패로 이겼다. 이를 시작으로 1953년까지 다섯 번 시리즈에서 모두 다저스를 상대로 승리했다. 하지만 1955년 다저스의 첫 우승 상대가 바로 양키스였다. 1차전에서 경기 8회 로빈슨이 홈스틸에 성공하는 등 활약했지만 5-6으로 패했다. 2차전도 2-4 패. 하지만 홈에서 열린 3∼5차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최종 7차전에서 22세 왼손투수 자니 포드레스의 완봉 역투로 2-0 승리를 거두며 브루클린 팬들을 열광시켰다. 브루클린을 떠난 뒤로는 양키스와 네 번 시리즈를 치러 두 번 이기고, 두 번 졌다. 도합 열한 번 맞대결에서 양키스가 여덟 번 승리하며 ‘옛 뉴욕 라이벌’을 압도했다. 1956년 다저스와의 시리즈 5차전에서 양키스 투수 돈 라슨은 퍼펙트게임을 했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유일하다. 하지만 가장 일방적이었던 1963년 시리즈의 승자는 다저스였다. 양키스는 다저스의 막강 투수진에 밀려 4경기에서 6득점에 그치며 전패를 당했다. 이 시리즈에서 코팩스는 두 번 완투, 한 번 완봉을 했고, 다저스에서 등판한 투수는 딱 4명이었다. 라이벌 간 마지막 시리즈가 열린 1981년의 승자도 역시 다저스였다.

양키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 시즌은 2009년이다. 다저스는 2020년에 우승했다. 하지만 그 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이었다. ‘정상적인 시즌’에 마지막 우승은 36년 전인 1988년의 일이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메이저리그 최대 라이벌전이면서 동시에 역사상 처음으로 50홈런 타자가 격돌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양키스의 애런 저지가 정규시즌 58홈런,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는 54홈런을 쳤다. 오타니는 도루 59개까지 해내며 세계 야구 역사상 최초의 50-50 클럽에 가입했다. 두 선수는 모두 양대 리그 MVP 후보 1순위다. 오타니의 동료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도 MVP 수상 경력이 있는 슈퍼스타다. 양키스에는 2017년 MVP 출신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있다. 25세 후안 소토는 머지않아 MVP에 오를 것이다.

어느 해보다 ‘월드’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시리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맞붙은 디비전시리즈 5차전 중계 때 미국 시청자는 750만명이었다. 미국 서부와 16시간 시차가 있는 일본에선 1290만명이 이 경기를 지켜봤다. ‘베이브 루스의 후계자’인 슈퍼스타 오타니의 힘이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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