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태균의 '尹 여론조사' 의뢰, 조폭 출신이 했다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창원=CBS노컷뉴스 박성은 기자,창원=CBS노컷뉴스 양형욱 기자 2024. 10. 28.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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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표용' 여론조사, 선관위 신고인 '조폭' 출신 황모씨
신고인이 비용 지불…조폭 출신, 尹여론조사 비용 왜 냈나
黃 "나와 무관…신고한 적도 비용 낸 적도 없어" 반박
강혜경 "황씨 의뢰 여조 비용, 연구소 법인 계좌로 받아"
여조, 明 통해 尹에 보고 됐나…대가성 여부 주목
명태균씨 페이스북 캡처·스마트이미지 제공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지난 대선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에 대해 진행한 '미공표용 여론조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의뢰인이 경남 마산 지역 조직폭력배 출신 황모(68)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에 여론조사 의뢰인으로 신고했다는 것은 해당 여론조사 비용도 본인이 지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씨가 지난 대선 때 진행한 여론조사의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보궐선거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강혜경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씨로부터 여론조사 비용을 법인 계좌를 통해 받았다"고 밝혔다. 강씨는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다.

그러나 황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문제의 여론조사와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조사 실시에 대해 신고한 적도, 비용을 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왜 황씨가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또 그 비용을 실제로 누가 지불했는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현행법 위반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미공표용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면 '기부 행위'가 돼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고, 당선 후 공직 인사 또는 정부 예산 등 대가성 명목의 지불이 있었다면 '수뢰 후 부정처사'가 될 수 있다.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여론조사는 '공표용' 여론조사들로 국한되며, 비용 역시 미래한국연구소에 자체적으로 조달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미공표용' 여론조사는 본인이 비용을 주고 미래한국연구소에 의뢰한 것이지, 연구소와 자신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현행법 위반 소지를 전면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조직폭력배 출신 황씨가 지난 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경상남도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신고서. 박성은 기자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미래한국연구소가 2022년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창원 지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신고인은 황씨였다. 그는 당시 경상남도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제20대 대통령선거 및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창원시장선거 여론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신고했다.

현행법상 여론조사 기관·단체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경우 그 신고는 의뢰한 사람이 직접 하도록 돼 있다. 여론조사 비용 또한 신고인이 지불한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에서 해당 여론조사를 직접 진행했던 강혜경씨는 "이분(황씨)이 저희 미래한국연구소 법인 통장으로 (여론조사) 대금을 입금해주셨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비용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씨는 1996년 2월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실형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황씨에 대해 "폭력 전과자 10여명과 함께 일명 'O파'라는 폭력조직을 구성해 마산 합성동 및 오동동 일대를 중심으로 유흥업소·사채업·도박판 경영 등을 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폭력을 일삼아 온 자"로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황씨는 해당 사건 이전인 1994년 11월쯤에도 폭력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집행유예 기간에 추가 범죄를 저질러 결국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황씨는 경남 지역의 한 체육회 협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황씨가 왜 윤 대통령의 여론조사 비용을 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황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당시 여론조사를 신고한 일이 없고, 여론조사 비용도 댄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저는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 여론조사 비용을 낼 입장도 안 되고 여력도 없다"며 "누군가 내 이름을 남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그는 취재진에 "누가 (내 이름을) 적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인되면 저한테 좀 연락을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명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선거철에 얼굴을 한 두 번 봤을 뿐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과거 전과에 대해선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조용히 살고 있다"며 "옛날에 그런 일을 했던 사람이 정치한다고 하면 일반인들이 같잖게 보고 웃을 것 아닌가. 드러내놓고 뭔가 할 입장이 못 된다"고 했다.

황씨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박성은 기자


황씨가 의뢰한 여론조사가 당시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당시는 김건희 여사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 간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가 공개되고, '건진법사' 등 이른바 무속인 논란으로 윤 대통령이 수세에 몰렸을 때다. 여론의 동향이 중요했던 상황이었다. (※관련 기사 : [단독]명태균, 尹-무속인 논란 때 미공표 대선조사 돌렸다)

앞서 강혜경씨는 지난 대선 당시 명씨가 윤 대통령을 위해 총 81회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여기에 쓰인 비용은 총 3억 7520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강씨는 명씨가 이 비용을 지방선거 공천 희망자들로부터 받아 여론조사에 사용했고, 이후 이들이 공천에 실패하자 김영선 전 의원이 대신 갚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이 대신 갚은 이유는 본인 공천에 대한 대가라는 것이다.

반면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의 경우 본인과 아무 상관이 없는 회사며, 본인은 자체적으로 미래한국연구소에 비용을 주면서 '미공표용'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윤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는 '미공표용'이 아닌 '공표용' 여론조사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으로 일했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이날 여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를 포함해) 3개 정도를 보고 (회의에서) 활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캠프에 전략조정회의가 있고 저녁때 일일상황점검회의라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말로 해준 것도 있고 페이퍼로 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명씨가 직접 회의에서 보고했는지는) 제가 기억이 없다"고 했다.

명씨의 '여론조사 비용 불법 조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날 미래한국연구소 소장 김모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여론조사에 쓰인 비용을 조달한 경위 전반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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