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택시 날고 드론 배송… 제주 하늘에 최첨단 ‘혁신’ 띄운다 [지방기획]

임성준 2024. 10.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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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M 산업 선도하는 제주도
道, 2025년 시범운용구역 지정 목표
관광형 UAM 상용화 사활 걸어
금지공역 적고 전파환경 우수 강점
부속섬 대상 드론 운송사업도 박차
“특구 조성해 서비스 모델도 발굴”
오영훈 제주지사 “AI·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집약체
지역관광 활성화·경제 성장 기대
비전 선포하고 협업 시스템 구축”

1997년 개봉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제5원소’를 보면 에어택시가 줄지어 빌딩 사이를 날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에는 먼 미래 상상으로만 여겨졌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등장하던 도심항공교통(UAM)이 제주 하늘에서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제주도가 제주형 UAM과 첨단 드론 등 미래항공우주산업 선도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제주도는 “정부와 함께 전국 최초로 제주도에서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 관광형 UAM 상용화를 추진한다”며 “내년 시범운용구역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제주도는 2023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조비(Joby) 에비에이션 생산공장에서 제주도·조비·SK텔레콤 3자 간 대한민국 도심항공교통(UAM)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제주도 제공
UAM은 고도로 자동화된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를 이용해 낮은 고도(300∼600m)에서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 운송시스템을 말한다. 전기동력과 분산 전기추진 등 기술의 발달로 수직 이착륙 할 수 있어 활주로가 필요 없어졌고, 자동차 소음보다는 낮은 62∼65㏈(헬기 500피트 상공 87㏈)의 저소음 운항도 가능해졌다.

◆“관광·친환경 신교통수단 활용 기대”

UAM은 기체 양산에서부터 인프라 구축, 인력 관리, 운송 서비스 및 플랫폼 등 다양한 산업 분야가 연결된 거대한 모빌리티 생태계다. UAM이 상용화되면 항공기나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산업과 경제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친환경 신 교통수단인 UAM은 2035년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제주가 금지공역이 적고 우수한 전파 청정 환경을 갖고 있어 정책 실현의 최적지로 떠오른다.

UAM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UAM이 기존 교통수단과는 완전히 다른 체계인 만큼 인프라 구축, 기술 개발 등 모든 부분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안전한 항공기, 버티포트(수직 이착륙장) 건설, 5·6G 통신망 구축, UAM 교통관리시스템 등이 필수적이다.

제주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제주 민생토론회에서 제주 UAM 시범운용구역 지정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심항공교통법에 따라 시범운용구역을 지정받아야 한다. 도는 내년 시범운용구역 지정을 목표로 버티포트 건설공사 기본계획과 시범운용구역 지정 관련 용역을 시행 중이다.

UAM이 뜨고 내리는 버티포트와 충전·정비 등을 할 수 있는 운용 시설을 제주국제공항과 서귀포시 성산항·중문관광단지 3곳에 설치한다. 시범 운용은 이들 후보지를 거점으로 구축될 UAM 노선별로 안전성과 사업성을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제주도는 하와이 등 세계 휴양지에서 인기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은 ‘헬기 투어’와 유사한 ‘제주형 UAM’ 도입을 통해 관광 산업의 새 활로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하와이 헬기 관광 비중을 제주에 적용하면 연간 관광객 1500만명이 방문할 경우 117만명이 UAM(5인승)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1467억원의 수익 창출이 예상된다.

제주도는 2022년 9월 한국공항공사·한화시스템·SK텔레콤 등 ‘K-UAM 드림팀’ 컨소시엄과 J-UAM 시범 운용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UAM 상용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조비(Joby) 에비에이션 생산공장에서 제주도·조비·SK텔레콤 3자 간 대한민국 UAM 서비스 시작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시범 운용에는 드림팀 컨소시엄이 협력하는 조비의 기체(최대 시속 240㎞)가 투입된다.
◆전국 첫 부속섬 드론 물류 혁신 선도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13일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드론배송센터에서 125㎝ 너비의 드론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비양도 주민들이 공공배달앱 ‘먹깨비’를 통해 주문한 치킨과 금능리 특산품 수제 핫도그를 싣고 배송을 시작했다.

드론은 비양도까지 약 4분 만에 안전하게 도착해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국 최초로 시행 중인 부속섬 드론 배송 현장 모습이다. ‘양방향 물류’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비양도 주민들은 배달 음식을 받은 뒤 당일 채취한 신선한 문어와 뿔소라를 역배송했다.

제주도는 올해 선정된 드론 실증사업을 통해 전국 최초로 부속섬(가파도, 마라도, 비양도)에 선박이 다니지 않는 물류취약시간(오후 4~8시)에 생활필수품을 드론으로 배송하고 지역 특산물을 역배송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속섬 주민들에게 물류 편의를 제공하고 지역 특산품 판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도는 지난 2월 국토부의 ‘2024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최종 선정돼 부속섬 대상 드론 운송사업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드론 전용 규제특구인 드론특별자유화구역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2021년 전국 최대 규모(1283㎢)의 드론특구로 지정된 이후 우수 지자체 선정과 2차 지정을 거쳐 2025년까지 특구기간이 연장됐다. 이를 통해 드론 비행 시 적용하는 사전 비행승인, 비가시권 비행 금지 등의 규제를 면제받아 드론서비스 실증, 모델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드론 규제 샌드박스 도시 제주는 비가시권·고고도·야간 비행이 가능해진다.

주요 사업으로는 △드론 통합관제 플랫폼 구축 △유선 드론을 활용한 안전한 모니터링 △UAM 항로 기상 분석 △관광지 드론 포토존 서비스 △무인도서 해양쓰레기 수거 시스템 구축 △공공용 드론 점검 등이다.

양제윤 도 혁신산업국장은 “드론특구 조성 사업을 통해 다양한 드론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상용화하려는 노력으로, 제주가 드론 산업의 선두주자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며 “드론을 활용한 행정서비스 활성화와 고도화를 통해 도민들의 삶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 “천혜 관광자원 보유 최적지… 수직이착륙장 등 만전”

“드론 특화도시인 제주의 경험을 살려 국내 첫 관광형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영훈(사진) 제주지사는 “제주는 대한민국 미래항공우주산업을 선도하며 새로운 시대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 도약의 첫 번째 중심에 제주 관광형 UAM 사업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2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내년 시범운용구역 지정을 목표로 수직 이착륙장 건설공사 기본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국토교통부와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는 한라산, 성산일출봉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UAM 관광 사업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민생토론회에서) 관광형 UAM 구축에 대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국내 최초로 상용화해 산업 초기 수용성 문제를 풀어내고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UAM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AI(인공지능)·반도체·배터리 등 첨단기술의 집약체”라며 제주도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면 제주가 선진기술의 경연장으로 발돋움하며 항공우주 분야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지사는 드론특별자유화구역 조성과 관련해 “대한민국 최초로 제주에서 드론을 통해 택배와 치킨 배달, 나아가 의약품 배송까지 확대하게 될 것”이라며 “드론이 도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자재와 택배, 해산물까지 공급하고 배송하는 역할을 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피력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는 민간 우주산업의 전진기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지방정부 주도로 민간 우주산업 육성 비전을 선포하고 선도 기업과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대전환과 2035 탄소중립이라는 기반 위에 민간 우주산업을 비롯한 기술집약형 신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제주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오 지사는 힘줘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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