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오피스]③“회의 중 하품은 당신 탓이 아니다”... 과학적 인테리어가 필요한 이유

민서연 기자 2024. 10.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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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롯 발로우 JLL코리아 PDS본부장 인터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설 및 프로젝트 관리, 업무 환경 전략 담당
“여러 한국 기업들이 간과하는 디자인의 중요성, 가치는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직장인들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시간 동안 사무실에 머무른다. 지난해 미국노동청의 통계를 보면 직장인은 하루 평균 7.9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또 OECD국가 전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주당 평균 36시간 정도를 사무실에 머무른다.

그런데 여전히 회사의 임원들은 사무실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가 국내 기업들의 임원실이다. 사무실을 디자인할 때 채광이 좋은 창가는 보통 임원들의 방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직원들은 햇빛이 들지 않고 자연환기도 어려운 중앙 쪽에 칸막이가 세워진 책상좌석에 앉는 게 일반적이다.

개롯 발로우 JLL코리아 PDS본부장은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긴했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 기업들이 단순히 ‘저렴하게’ 인테리어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며 “최근 한국의 사무실만 봐도 창가 자리는 과거 임원들만 썼는데, 지금은 일반 직원들도 창가에 앉는다. 채광이 업무효율에 영향을 준다는 걸 느끼는 것이다. 사무실 디자인이 직원들의 업무효율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데이터로 검증됐다”고 말했다.

개롯 발로우 JLL코리아 PDS본부장./민서연 기자

22년 이상의 기업 부동산 관리 및 경영 경력을 보유한 발로우 본부장은 2017년부터 7년 째 JLL코리아와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시설 및 프로젝트 관리, 업무 환경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PDS 본부는 건축 및 인테리어 프로젝트관리(Project & Development Services)본부의 약자다. 사무실과 소매업장, 물류센터, 데이터 센터까지 여러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개발, 운영,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다. 예를 들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회사들에게는 매매하려는 대상의 강점과 보완할 점을 알려주고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도 검토한다.

특히 PDS 부서에서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어떤 인테리어 요소들이 직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분석한다. 사무실 인테리어 전후 직원들의 동선 변화, 책상에 머무는 시간, 눈동자의 움직임 정도 등을 기반으로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까지 확인한다. 발로우 본부장은 “오늘날의 디자인은 과학의(Scientific)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디자인에 대해 굉장히 감성적인 영역이었고 솔직하게 대표라는 개인의 취향에 집중되어 있었다”며 “좋은 리더라면 직원들이 원하는 바와 회사의 비전, 그리고 자신들의 사업 방향성에 맞는 사무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특히 부서별로도 인테리어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에 들어올 일이 많지 않은 영업부서에는 굳이 개인 책상이 많이 있을 필요가 없다”며 “반면 야근이 잦은 부서는 책상은 물론 커피, 음료나 간이 침대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사무실을 만들면 직원들의 업무 효율은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의 중에 하품을 해본 적이 없나, 그건 당신이 잠을 많이 모자거나 피곤해서가 아니다”라며 “회의실에는 필수적으로 많은 인원들이 들어가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으며 다른 화학 물질들도 생성된다”며 “따라서 회의실에는 공기 청정기와 환풍기가 있어야 직원들의 집중도가 올라간다. 사실 이런 것들은 이미 검증된 부분이고 구글이나 아마존 등 거대 기업들이 사무실 인테리어에 신경쓰는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개롯 발로우 JLL코리아 PDS본부장./민서연 기자

발로우 본부장은 사무실 인테리어는 한번만 제대로 하면 향후 수년간 돈을 아끼게 되고, 나아가 돈을 버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JLL코리아의 사무실은 2020년 여의도 IFC 건물에 자리 잡은 뒤로 규모를 늘려왔지만, 인원들이 늘었는데도 사무실을 넓히기 위해 이전하거나 책상을 늘리거나 이동시킬 필요가 없었다. 해당 사무실은 글로벌 친환경 건축인증인 리드(LEED)에서 두번째로 높은 등급인 골드를 받았으며, 국내 사무실 최초로 웰(WELL) 플래티넘 등급의 인증을 받았다. 국제웰빌딩연구원(IWBI)이 개발한 웰 인증은 건물과 공간 내 직원의 건강과 웰빙을 개선할 수 있는 요소를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국제 인증이다.

JLL코리아의 PDS 본부는 카카오와 크래프톤, 우리자산운용 등 국내 굵직한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다양한 고객 사례를 경험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사례는 JLL코리아의 사무실로 꼽고 싶다”며 “회사의 규모가 커져도 사무실에 변화를 줄 필요도, 업무 상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매우 경제적이다. 이를 ‘퓨처 프루핑(Future proofing)’이라고 하는데, 최근 인테리어들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퓨처 프루핑이란 미래에 다가올 일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적응 준비를 하여 대비한다는 개념이다.

퓨처 프루핑으로 사무실 비용을 절약했다면, 외부 디자인이나 고객들에게 보여지는 공간의 인테리어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직접적인 광고보다도 큰 홍보 효과를 낳는다. 대표적인 예가 젠틀몬스터다. 젠틀몬스터는 직접적인 광고 대신 고객들이 방문하기 쉬운 곳에 다양한 예술 작품을 놓은 듯한 체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회사인 무신사도 사업을 확장하며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과 경험을 위해 성수동에 눈에 띄는 매장을 열었다. 발로우 본부장은 “소위 말하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은 최근 디자인 업계의 키워드로, 광고에 돈 한 푼 안들이고도 고객들의 입소문만으로 들인 돈의 수십배가 넘는 홍보 수익을 낳는다”고 덧붙였다.

개롯 발로우 JLL코리아 PDS본부장./민서연 기자

최근 사무실 인테리어의 트렌드에 대해 발로우 본부장은 ▲데이터 ▲지속가능성 ▲정보기술을 꼽았다. 데이터는 그가 앞에서 강조한 대로, 오늘날의 사무실은 데이터에 기반해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디자인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속가능성은 글로벌 산업 트렌드와 맞닿는다. 그는 “지속가능성은 오늘날 모든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책임감”이라며 “회사의 이미지는 물론 직원들마저 지속가능성에 관심있는 회사에 더 지원을 많이 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인테리어는 각종 정보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빠른 와이파이와 선명한 카메라, 회의실의 부킹 시스템 등은 재택근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글로벌 회의가 많은 기업들에게 필수적인 부분이다. 수주 관련 미팅을 하더라도, 카메라가 선명하고 스피커의 음질이 좋아서 바로 옆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게 훨씬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발로우 본부장은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 기업들이 사무실 인테리어에 대해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저 저렴하게만 맞춰달라는 기업들이 있다”며 “공 들인 디자인은 기업의 문화를 바꾸고, 사업을 확장하며 상상하는 모든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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