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전략적 모호성'?…파병 대신 연일 농촌 챙기기 열중

임여익 기자 2024. 10.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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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호전적 보도 집중하던 북한, 며칠 째 '농사 성과' 자랑만
'러시아 파병' 내부엔 숨기고…시인하면서도 '유체이탈 화법' 구사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태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북한은 연일 경제 성과를 강조하면서 파병과 관련한 내부 선전을 벌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높아진 군사적 긴장 속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띠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자 1면 '노동당이 펼친 농촌 진흥의 흐뭇한 화폭들'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새 농촌마을들에는 행복의 웃음소리가, 결산분배장들에는 풍년가의 노랫소리가 들린다"라고 보도했다. 결산분배란 각 농장의 연간 알곡 생산량과 재정 등을 총화(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신문은 "지난해에 비해 경성군 염분농장은 2.5톤을, 온천군 마영농장은 3톤을, 은파군 강암농장과 금천군 월암농장은 1톤 이상을 증수했다"면서 각 농장별 성과를 구체적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1면에는 또 각 지역에서 진행 중인 '새집들이 경사' 소식도 보도됐다. 북한은 새 '농촌혁명강령'을 채택한 이후 지방의 현대화와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 곳곳에 새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신문은 "당은 인민들에게 무상으로 살림집을 안겨주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빛내고 있다"라고 자찬하며 인공기와 풍선을 들고 입주 기념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처럼 북한은 '당보'로 각 조직과 기업소에서 매일 '학습'을 해야 하는 대상인 노동신문 1면을 통해 최근 수일 사이 당 정책의 성과를 크게 강조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국가 알곡 수매를 결속한 시·군·구역들이 늘어난다"며 "농사 결속이 앞당겨지고 있다"라고 했고, 25일에는 정론을 통해 "농촌이 부유하고 문명한 부흥의 길로 천지개벽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26일에도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힘있게 추진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같은 기간 북한군의 파병 소식은 신문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이달 들어 '남한 무인기의 평양 침투' 사건이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등의 사건은 신문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주민들의 적개심 고취를 독려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러시아와 정치군사적으로 밀착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던 것과도 다른 모습인데, 파병과 관련한 주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정부와 정보당국은 북한 내부에서 파병과 관련한 주민들의 반발 여론이 당국의 예상보다 크게 불거져 파병주민들의 강제 이주까지 진행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은 파병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이를 적극 나서 선전하고 국제사회의 비판을 반박하지 않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의 증거로 제시된 위성사진에 대해 "사진이 있다면 뭔가 있는 것"이라며 "북한과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라고 언급했고, 김정규 북한 외무성 부상은 "외무성은 국방성이 하는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라며 "만약 지금 국제보도계가 떠들고 있는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북러의 태도가 '전략적 모호성'을 띄어 향후 전략을 다각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북한군의 전선 투입을 최종 결정하지 않으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등이 끝난 뒤 결과에 맞게 대응하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서 외교적 보폭을 넓힐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간 북한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등 국제사회의 '룰'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면서 관련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회피해왔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는 듯 행동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국가들의 행동을 늦춰 전황에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기만술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plus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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