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파병으로 다시 보는 중국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2024. 10. 28.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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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각국의 대응 조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 그리고 나토(NATO)는 파병을 강력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이미 3천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연말까지 1만여 명이 참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에 도착해 보급품을 지급받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동영상. 이 영상에는 북한군의 말투로 보이는 음성이 들린다.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 캡처


전쟁이 길어지면 순환 배치를 통해 더 많은 북한군이 러시아의 전쟁터에 파견될 수도 있다. 더구나 일단 참전하면 도중에 철군의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확실한 동맹관계가 됐고, 한국의 안보에는 심각한 불안정 요인이 추가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끝난다 해도 북한이 러시아의 혈맹이라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군대까지 보내 러시아를 도와준만큼, 러시아도 북한의 유사시에 파병을 할 가능성이 있다. 1945년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했다가 철수한 이래, 러시아군이 다시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을 빌미가 만들어진 것이다. 유사시 러시아군의 개입 가능성은 한반도 평화에 크나큰 악재다.

평양 모란봉산 기슭에  세워진 '해방탑'. 1945년 소련군의 북한 진주를 기념하는 탑이다.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곳을 찾아 헌화했다. 푸틴은 6월 19일 이곳에 오기 직전 김정은과 만나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했다. 탑 전면에는 당시 소련이 북한을 해방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흘린 피로 소련과 조선 인민의 친선이 굳게 맺어졌다고 씌여져 있다. 연합뉴스
푸틴 방북 당시 해방탑에 헌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중국에게도 충격일 것이다. 북한은 지난 6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맺었다. 그리고 북한은 조약이 발효 되기도 전에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했다. 이런 일시천리식 북러 동맹을 중국도 구경만 할 처지는 아니다. 미래의 일이지만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근거로 만의 하나 러시아군이 북한에 개입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중국에도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군과 러시아군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조금 지나친 가정이다. 하지만 지금 김정은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 비정상적으로 '몰빵'을 하고 있다. 전통적 혈맹이라던 중국은 뒷전이다. 같은 민족인 한국과는 갑자기 '적대적 2국가 체제'를 선언했다. 앞으로의 사태 전개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북한의  파병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시진핑 주석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브릭스 정상들 앞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원칙을 3가지로 정리해서 밝혔다. 1)전쟁터를 확대하지 말고, 2)전황을 악화시키지 말며, 3)각국은 불길에 부채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푸틴 대통령도 회의장에 앉아 이 연설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군의 파병 소식이 전세계에 퍼진 직후 행해진 시 주석의 이런 연설은 뒷북을 치는 얘기처럼 들린다. 특히 '불길에 부채질을 하지 말라'는 세번째 원칙은 북한의 파병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일종의 불만 표시로 들릴 수도 있다. 시 주석이 푸틴과 김정은의 파병 밀약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러시아 중부도시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각국이 불길에 부채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대한 파병을 결정하고 병력을 보내고 난 뒤였다. 시 주석의 연설보다 5일 앞선 앞서 지난 18일 한국 국정원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 제공


미국 뉴욕타임스(NYT) 신문은 지난 23일  '북한의 파병 때문에 중국이 화가 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북한 뿐 아니라 러시아에도 불만이 있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관련 상황을 모른다고 "라고 논평했다.

이번 사태에 굳이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만해도 중국은 사실상 북한의 후견국 역할을 해왔다.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는 반대하면서 사실상 묵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본격화된 이후부터 중국의 '북한 봐주기'는 더 노골화됐다. 중국은 미국이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를 추진할 때마다  일관되게  반대표를 던졌다. 러시아는 중국과 한패가 돼 보조를 맞추는 정도였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개시하기 전까지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적어도 중국과 비교하면 확실히 그랬다.

그런데 핵무기 보유국이 된 북한은 중국이 아닌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점점 잃고 있다. 북한의 후견국 지위는 러시아가 대체하고 있다. 지금 북한에는 러시아의 관광객이 사흘이 멀다하고 드나든다. 외국 관광객 유치를 통해 외화를 벌겠다는 김정은을 도와주는 것이다. 반대로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는 관광객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탈중국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북중 관계가 불편해졌다면서도, "본질적으로 중국의 대북전략이 바뀐다고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기대"라고 말했다. 틀리지 않는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군의 파병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더 길어지고 북러간 동맹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경우 중국의 딜레마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조태열 장관도 "중국과 다각적인 영역에서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 장관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과정에서 "중국은 배제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이 100% 도와주지 않으니까 러시아에 매달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옛 소련이 망하고 냉전시대가 끝난 뒤인 지난 1992년 8월, 중국 공산당은 한국의 노태우 정부와 역사적인 수교를 했다. 그전까지 한국전쟁 휴전 이후 39년 동안 중국은 중공으로 불리는 우리의 적대 국가였다. 북한의 김일성은 당시 한중 수교에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한국과 손을 잡는 결단을 내렸다. 물론 32년 전 그때와 지금은 맥락이 다르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하고 혈맹이 된 것은 중국에도 현대사의 대사건임은 분명하다. 중국의 움직임에 조금더 주목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우리 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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