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MZ세대 팀워크 기피증?… ‘학습 지향성’으로 극복

박귀현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교수 parkguih@gmail.com 2024. 10. 28. 03: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젊은 직장인들 팀워크 기피 현상
개인 목표와 팀 목표 부조화 탓
팀워크의 성공 열쇠는 학습 지향성
팀워크는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수렵·채집 시대부터 부족 내에서 크고 작은 규모로 팀을 짜서 일을 해왔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보다 집단으로 모여서 일을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지고 더 행복하며 따라서 더 큰 힘을 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직이 잘못 관리한 나머지, 아예 팀워크를 기피하게 된 Z세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형식적으로 팀워크에 참여했다가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한 경험 탓에 여기에 노력을 ‘낭비’하느니 노력-보상의 연결 관계가 확실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치중하겠다는 생각이 커진 것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팀워크 기피증’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10월 2호(403호)에 실린 관련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팀워크 기피증의 원인

일의 동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팀워크 기피 현상의 원인을 ‘개인의 목표와 팀 목표의 불합치’에서 찾는다. 인간은 여러 가지 목표와 이상향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팀의 목표들, 이를테면 ‘신제품 프로모션하기’ ‘고객 유치 전략 짜기’ 등이 개인의 목표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직원들은 팀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노력을 쏟기를 주저한다. 이러한 개인의 목표와 팀 목표 간의 불일치, 그에 따른 팀워크 기피 현상이 요즘 들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심정을 비교적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인 MZ세대의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직장 환경도 한몫한다고 본다. 팀워크를 꺼리는 직원들을 ‘이기적인 젊은 세대’로 치부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리더가 팀원들 각자 개인의 목표와 팀의 목표가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이들이 자발적으로 팀워크에 대한 열정을 끄집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 동기를 끌어내는 법

미국의 경영학자인 매슈 퍼셀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한 학기 동안 대학생팀을 대상으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내용의 1시간 30분짜리 팀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게 했다. 이 팀 시뮬레이션 안에서 팀원들은 각각 리더, 의사, 사진작가, 마라톤 선수, 환경운동가 같은 역할을 맡았다. 전체 팀의 목표는 ‘6일 안에 성공적으로 모든 팀원이 에베레스트의 정상을 밟는 것’이었다. 하지만 팀원들의 역할이 다른 만큼 그들이 추구하는 개인적 목표도 조금씩 차이가 났다. 예를 들어 사진작가는 전망이 좋은 곳에서 하루 정도 시간을 내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개인적 목표였다면 마라톤 선수는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마라톤 선수’가 돼 스포츠용품 업체와 광고 계약을 하는 것이 개인적 목표였다. 개인의 목표들은 서로 그 결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 팀원들은 자신의 목표와 대강의 팀 목표만 알고 있을 뿐 다른 팀원들의 개인적 목표에 대해서는 모른 채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1시간 30분이 걸리는 시뮬레이션은 6일 동안의 식량과 물품을 챙겨서 등반에 나선다는 스토리로 시작된다. 그리고 팀원들은 그날그날 자신들의 건강 상태, 날씨, 등반 속도, 남은 생존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받고 토론을 통해 베이스캠프에 남을지, 아니면 등정을 계속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서로의 개인적 목표와 팀의 목표 간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 팀원들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를 팀 목표에 대한 인지모델(Team Goal Mental Model·TGMM)로 정의하고 측정했는데 TGMM이 더 정확할수록 팀 토론 시 더 효과적인 등반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고 더 높은 팀 수행 능력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어떤 팀이 자신들의 개인 목표와 팀 목표에 대해 열린 토론을 했을까? 평소 그룹 프로젝트 시 배움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유하는, ‘학습 지향성’이 높은 팀일수록 더 정확하게 다른 팀원들의 개인적 목표를 알 수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더 효과적인 팀 협력 과정을 끌어낼 수 있었다.

● 팀워크의 핵심을 간파하라

학습 지향성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그 일을 통해 성장하고 배워 나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에 반해 결과 지향성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남들보다 더 잘해내는, 즉 결과를 중요하게 여긴다. 조직심리학자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직장인들도 일에 대한 지향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지향성의 차이는 그 사람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는 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팀은 결과를 내는 데만 치중하는가 하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배우는 데 집중하는 팀도 있다. 이런 팀이 학습 지향성이 높다.

그렇다면 팀의 학습 지향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본격적인 팀워크에 앞서 팀원들에게 이 프로젝트 경험이 자신의 목표에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이에 대한 노트를 작성하도록 한다. 이렇게 작성된 노트는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다른 팀원들과 공유하게 하고, 개인적 배움의 목표가 팀의 목표를 위한 전략을 짜는 데 반영될 수 있게 한다. 이후 중간 점검 단계를 거쳐 팀워크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 팀 프로젝트를 통해 각자 어떤 배움의 성과를 얻었는지, 이 기회를 어떻게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사용할 것인지 기술하게 한다. 이를 통해 팀원들은 팀워크 자체가 개인적 성장에도 도움이 됐음을 인식하게 되고 ‘학습 지향성’의 힘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 힘은 팀워크에 대한 불신을 줄이고 팀워크 기피증을 극복하는 핵심이 된다.

박귀현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교수 parkguih@gmail.com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