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메모리반도체 中수출 비중, 12년만에 40%선 무너졌다
27일 동아일보가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9월 중국이 한국 메모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9%로 나타났다. 5월까지는 40%대를 지키다 6월 39%로 내려앉은 뒤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과 2023년 비중은 각각 51.4%, 44.7%였다.
중국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고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중국이 직접 만드는 자립 정책이 힘을 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갈수록 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늘리며 한국 반도체에 대해 도전할 것”이라며 “결국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첨단 반도체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中 D램 저가 물량 공세로 한국 타격… “첨단 반도체만이 살길”
[반도체 차이나 리스크]
美 반도체 규제로 中 자립 속도전… D램 생산 비중 3년새 4배 급증
가격 하락 부추겨 국내업체 휘청
中 내수 부진에 수출 둔화 뚜렷… HBM 등 고부가 제품 수출은 폭증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레거시(구형) 반도체의 과잉 생산이 메모리 업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중국의 급격한 반도체 생산 증가에 대한 업계 우려를 전한 내용이다. WSJ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자국산 메모리 칩을 쓸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다”고도 분석했다.
올 들어 한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위축되는 배경에도 중국의 이 같은 변화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한국 범용 D램은 중국 저가 공세에 따른 타격이 가시화된 상태다.
● 中 D램 생산 비중 3년 만에 4%→16%
대중국 수출 비중이 30%대로 내려간 적은 2012년에도 있었지만 지금과는 다르다. 2012년 당시 수출 물량은 오히려 늘어나며(6.2%) 가격 하락 요인이 컸다면, 올해는 가격보다 물량이 급감(―14.3%)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까지 극심한 겨울을 겪었던 반도체 업계는 인공지능(AI)발 수요 폭발로 회복되는 추세다. 하지만 대중국 반도체 수출 위축은 전체 수출 회복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 1∼9월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은 519억1125만 달러(약 72조18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75.6% 성장했다. 연초만 해도 증가율이 90%대였다가 70%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196억5228만 달러로 40.1% 늘었다.
가장 큰 교역국이 평균에 못 미치는 증가율을 기록해 전체 증가세를 깎은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다며 3분기 수출이 전 분기 대비 0.4%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원인으로 중국 내 경기 부진이 꼽힌다. 한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보내는 주요 메모리는 모바일 등 정보기술(IT)용이 대부분인데 중국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스마트폰, PC 소비도 얼어붙고 있다”고 했다.
중국 기업의 레거시 반도체 공급 확대는 가격 하락 요인이 된다. 이달 8일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 후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에 실적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현재 전 세계에 짓고 있는 40여 개 반도체 공장 중 절반이 중국에서 지어지는 만큼 앞으로 한국 반도체에 대한 영향이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대만 수출은 HBM 덕에 급증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화하려 하고, 미국의 대중 규제가 강화될수록 한국 반도체가 살길은 AI 등 고부가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로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에 보내는 HBM 물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 덕이다. TSMC가 한국으로부터 HBM 물량을 받아 엔비디아에 들어갈 AI 가속기를 만들어 엔비디아로 보내는 구조다. 최근 SK하이닉스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심대용 동아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HBM에서 한국의 독점적 지위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장 진입을 노리는 경쟁사들의 도전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차세대 제품도 철저히 준비해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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