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기지 벗어난 한국 애니메이션, 일본 진출 잇따라

황규락 기자 2024. 10. 2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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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한국, 애니는 日’ 공식 깬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가 자사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일본에 진출한다. 유통 과정에서 일본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피에로’와 협력하긴 하지만, 국내 업체가 자기 콘텐츠로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일본에서 유통까지 하는 것은 처음이다.

레드독컬처하우스는 자사 오리지널 웹툰 ‘이계 검왕 생존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며 피에로와 함께 일본 방송사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방영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과거 한국 애니메이션은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단순 제작해 주는 하청기지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 자체 콘텐츠로 직접 제작하고,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인 일본에까지 직접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배기용 레드독컬처하우스 대표는 “한국이 웹툰을 넘어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에서도 글로벌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웹툰부터 애니까지 한국 제작

레드독컬처하우스는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로봇’ ‘위쳐: 늑대의 악몽’ 등 글로벌 성공을 거둔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제작 역량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 작품의 원작 저작권(IP)은 미국에 있었다. 2020년부터는 애니메이션의 원작 IP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웹툰과 웹소설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웹소설 원작 ‘이계 검왕 생존기’가 웹툰에 이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수 있었다. 기존에는 한국 웹툰을 일본 제작사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방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 원작 콘텐츠의 경쟁력과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이 높아지면서, 직접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의 웹툰을 가져와 애니메이션 기획부터 자금 조달, 유통까지 했었다”며 “이젠 한국 기업이 직접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웹툰이 국내 제작사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일본에 방영되는 사례는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네이버웹툰 원작의 ‘여신강림’은 국내 제작사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이달 초부터 일본 OTT ‘유-넥스트’를 통해 방영을 시작했다. 누적 조회수 14억 회를 기록한 인기 웹툰 ‘고수’도 네이버웹툰의 영상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N, 국내 제작사 스튜디오 미르, 일본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이제 ‘웹툰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일본’이라는 공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OTT로 전성기 맞은 애니 시장

일본 현지 제작을 고수하던 애니메이션 시장이 한국에 문을 연 사례가 이어지는 이유는 그만큼 한국의 제작 역량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러브, 데스+로봇’ ‘위쳐:늑대의 악몽’ ‘도타: 용의 피’ 등 한국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글로벌 흥행을 이끌면서 실력을 증명받았다.

OTT로 인해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이 부흥기를 맞이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 수요가 급증한 영향도 있다. 데이터 분석 업체 패럿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OTT의 장르별 점유율은 드라마가 39%로 가장 높았고 애니메이션과 코미디가 각각 13%를 차지했다. 2018년과 비교해 애니메이션 점유율은 7%에서 크게 성장했지만, 코미디는 감소했다.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수요가 늘어나면서 OTT 플랫폼들의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투자액은 2018년 11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4배로 증가했으며 아마존 프라임도 같은 기간 3억달러에서 19억달러로 6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애니메이션 전문 OTT 라프텔의 강한빛 이사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이미 3, 4년 치 일감이 가득 차 있어 OTT의 주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한국 제작사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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