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대 취업자 43%가 비정규직, 노동 개혁 미룬 탓

조선일보 2024. 10. 2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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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20대 임금 근로자 중 43%가 비정규직 근로자라는 통계가 나왔다.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3년(29%)과 비교하면 20년 새 비율이 14%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연합뉴스

8월 말 현재 20대 청년 취업자 339만명 중 43%인 146만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4명꼴로 채용 기간 2년 미만이거나 파견·용역 등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일자리에 취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20대 비정규직 비율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29%에서 20여 년 만에 14%포인트나 늘었다. 청년 일자리의 질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9월 기준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5만명이나 줄었다. ‘그냥 쉬고 있다’는 20대가 41만명에 달하고, 쉬는 이유에 대해 10명 중 3명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경총 조사). 대부분 20대일 것으로 추정되는 취업 준비생은 62만명에 달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 좁고도 좁은 문이 됐다. 취업 재수, 삼수를 해도 취업하지 못하면 결국 구직 단념자로 전락한다. 9월 기준 구직 단념자가 36만명을 웃돈다.

청년 고용 악화는 경제 저성장으로 질 좋은 새 일자리가 줄어든 결과지만, 신규 채용을 꺼리게 만드는 경직적 고용 제도에 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일단 채용하면 해고가 힘들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고 있다. 매년 임금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호봉제 임금 체계도 청년 채용에 걸림돌이다. 취업에 실패해 실업 상태로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노동 시장에서 퇴장하는 청년이 늘어난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 성장 잠재력이 쪼그라드는 한국 경제로선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노동 개혁이 시급하다. 신규 채용을 꺼리게 만드는 정규직 과보호 제도와 호봉제 임금 체계를 직무급 등으로 바꾸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강성 노조의 불법 행위 대응 등에 주력한 채 고용 제도와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에서 만 60세 정년 연장 방안을 놓고 노사 간 대화가 시작됐다. 차제에 정규직-비정규직 이중 구조 해소,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 일자리 유연성 제고 등의 제도 개혁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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