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만난 영화계①] 영화제부터 공모전까지…커지는 존재감
제28회 BIFAN, 'AI 영화' 경쟁 부문 신설
나문희를 주인공으로 한 AI 단편영화 공모전도 개최
[더팩트|박지윤 기자] AI의 발달과 함께 영화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 제작 과정 일부에서만 활용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편의 작품을 온전히 창작하는 수준에 도달하면서 영화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AI다.
그동안 대중은 방송계와 광고계에서 고도화된 AI를 수차례 접해왔다. 지난 3월 MBC는 AI로 만든 PD 'M파고'가 캐스팅·연출·진행·편집을 맡은 '피디가 사라졌다'를, KBS는 AI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접목시킨 '김이나의 비인칭시점'을 선보였다.
이어 KBS는 AI 가수와 진짜 가수의 싱크로율 속에서 1%의 차이를 발견해내는 버라이어티 뮤직쇼 '싱크로유'를 론칭했고, 전 세계 80억 인구 중 한 명의 이름으로 72시간 동안 실제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JTBC 'My name is 가브리엘'은 스타들의 사전 인터뷰 답변을 받고 AI를 활용해 가장 적합한 삶을 세팅했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서는 손석구의 아역이, JTBC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고(故) 송해가 AI 기술을 통해 구현됐다. 또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A2+(플러스) 우유' 신제품 출시 당시 TV 광고에 박은빈과 그의 어린 시절 사진을 바탕으로 AI 딥러닝을 적용한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출연시켰다.
이처럼 대중은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생성형 AI 제작 사례를 꾸준히 만나왔다. 이에 힘입어 영화계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AI를 도입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대본 작성부터 캐스팅 및 제작과 후반작업, 마케팅까지 영화 산업에 전반적으로 영향력을 발산하고 있다. AI가 고도화됨에 따라 영화제는 AI 부문을 신설하고 관련 콘퍼런스를 진행한 것. 더 나아가 AI 단편영화 공모전과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으로 만든 영화들만 참가하는 영화제가 개최되는 등 영화 산업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AI의 존재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부천 초이스: AI 영화(Bucheon Choice: AI Films)' 부문은 영상 시나리오 사운드 영역에서 AI 테크놀로지를 창의적으로 사용하며 영화 제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작품들을 엄선해 상영했다. AI 영상 전문가와 영화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작품상과 기술상 그리고 관객 투표로 이루어진 관객상까지 총 3개 부문을 시상했고 작품상은 레오 감독의 '할머니들은 어디로 떠난 걸까'에, 기술상과 관객상은 배준원 감독의 '폭설'에 돌아갔다.
대한민국 국제영화제 중 최초로 AI 영화 국제 경쟁부문을 신설한 제28회 BIFAN은 '비판플러스+AI 필름 메이킹 워크숍'과 '비판+AI 국제 콘퍼런스'를 통해 영화산업의 새로운 미래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비판플러스+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은 30명 모집에 약 6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정원을 60명으로 증원했고, 영화인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게임·미술·철학 등 각계 분야 전문성을 지닌 참가자들이 모여 2박 3일간 팀별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창의적이고 기발한 작품을 완성했다. 관계자들은 AI 영화 제작 현장의 매력에 빠져들며 영상 제작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감했다는 후문이다.
이 가운데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것이 바로 권한슬 감독의 '원 모어 펌킨'이다. 이는 판타지·공포 장르의 3분짜리 단편 영화로, AI로 단 5일 만에 완성됐으며 작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제작비는 전기 요금 뿐이었다. 영화의 모든 장면과 음성은 실사 촬영과 CG 보정이 없는 순수 생성형 AI만으로 만들어졌다. 해당 작품은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며 AI 영화 제작의 융합이 가져올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에 관한 기대를 높였다.
AI의 중요성은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제29회 BIFF가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 가운데 작년보다 2배 넘게 증가한 ACFM(아시아 콘텐츠&필름 마켓)에서 AI 콘퍼런스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불어넣어 양적·실적 성장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뤘다.
미국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제29회 BIFF에서 AI 프로그램인 '코파일럿'을 시연하고 기술과 콘텐츠 융합 현장을 보여주며 전 세계 영화 산업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스타배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세계 최초의 공모전으로, 일반 대중에게 AI 영화에 관한 친근감을 높이고 AI 영화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겠다는 포부다. 또한 창작자들에게 스타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창작자의 창작 동기를 자극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AI 영화들이 창작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영화계에서는 AI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이야기다. 할리우드에서는 배우의 데이터를 이용해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
지난 8월 국내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는 4년 전 세상을 떠난 배우 이언 홈을 생성형 AI 기술로 구현한 캐릭터가 등장했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가 다시 뭉친 영화 '히어'도 AI를 활용해 톰 행크스의 모습을 실제보다 젊게 보이는 디에이징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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