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가짜 정보와의 전쟁
[더 보다 31회] 가짜 정보와의 전쟁
■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지만, SNS에는 위독하다는 허위 정보가?
1937년생, 87살의 나이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영옥 씨.
최근 주변에서 새삼스레 “괜찮냐?”는 안부 연락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김영옥 / 배우
친구가 엊그저께, '안 믿지만 너무너무 이상한 뉴스가 떴는데 선생님 아니시죠?' 이러고
문자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아유 내가 드라마 하고 있잖아 걱정마 그랬죠.
김영옥 배우가 위독하다거나
사망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기자 /
혹시 지금도 올라와 있는 거 보셨어요?
김영옥 /배우
뭐 있죠?
아니 저거는 드라마에서 아파서 드러누운 거를 찍어가지고 했고, 뭐야 김영옥 뭐 이런 거 있어? 충격적인 게 뭐가 또 있어? 많네, 내가 모르는 것도 많네요.
‘빨리 쾌유하길 바란다’며
걱정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김영옥 / 배우
같은 사람인데 그런 거를 그렇게 막 가짜로 이렇게 해서 피해를 주고, 정신적인 피해를 많이 주는 거죠. 내가 젊은 사람도 아니고.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지금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합니다.
김영옥 / 배우
현존해서 하고 있으니까 그러는데 안 하고 있는데 그러면 '어머 많이 안 좋은가 봐' 그러고 섭외도 안 갈 거 아니에요?
기자 /
실제 건강에 이상이 있는 줄 알고요?
김영옥 / 배우
이상 있는 줄 알고요. 그러니까 정말 장난들 그만 치셔요.
매 주말 TV에 나오는
60년 경력 배우의 생사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가짜 뉴스.
하나하나 확인하고
해명하기엔 불가능할 정도로
넘쳐납니다.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 더 빠르게, 더 교묘하게 만들어져 퍼지는 가짜 정보
경기도 포천시
종합버스터미널.
지난해 8월 4일,
이곳은 SNS에서 퍼진 문자
하나 때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13명 중상에 7명이 의식 불명,
버스 12대가 전소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서 22살 최원종이 흉기 난동을 벌여
14명이 숨지거나 다친, 바로 다음 날이어서
충격은 더 컸습니다.
기자 /
(흉기 난동) 사건이 많을 때(이런 문자를) 받으면 무섭거나 그럴 수 있을 거 같아요.
박명숙 / 포천시 주민
당연하죠, 무섭죠.
하지만, 이 문자,
뭔가 이상합니다.
정윤식 / 포천시 주민
(포천시에) 내손면은 없어요. 제가 아는 거는 14개 읍면동이 있는데, 그중에 포천시 내촌면은 있어도 내손면은 없어요.
기자/
내손면은 없다는 거죠?
정윤식 / 포천시 주민
네.
결국, 경찰과 소방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뒤에야
소동은 마무리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자,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어 퍼뜨린 것일까.
경찰에 허위의 통신 혐의로
붙잡힌 20대 남성 A 씨.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허위 글을 작성해
친구와의 일대일 카카오톡 대화방에
보냈습니다.
A 씨의 친구는
이 글을 오픈채팅방에 공유했고,
곧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갔습니다.
최초 발송 시간부터
커뮤니티 게시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분이었습니다.
손쉽게 만들어진 뒤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는
가짜 정보.
인공지능 기술은
글뿐만 아니라 가짜 사진과 영상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합니다.
클릭 몇 번에
사진 속 인물이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목소리도 입힐 수 있습니다.
이성엽 /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생성형 인공지능이) 영상이나 이미지 같은 것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실제와 다른 허위의 정보나 영상들이 지금 퍼지고 있는 이런 현상이 예전보다는 훨씬 더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화면 속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사람의 눈과 귀로 구별해 내는 게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허위 정보가 퍼지는걸
기술로는 막을 수 있을까요?
이성엽 /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SNS나 이런 미디어 플랫폼에서 올라가는 딥페이크(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가짜)에 대해서는 좀 그런 플랫폼 업체가 한 번 더 이제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차단하고 하는 걸 좀 하면 효과적이지 않을까(싶습니다). 사후에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 영상이 이미 이제 유통된 다음에 문제니까 효과가 조금 떨어질 수 있잖아요. 결국은 그걸 수용하는 이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되게 중요하겠죠.
예를 들어서 어떤 영상을 봤는데 '아, 이건 되게 특이하다 이런 사실이 있을까'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잖아요. 그걸 보통 이제 우리가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표현합니다. '리터러시를 갖출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느냐' 이런 것에 대해서 사실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 다양한 미디어에서 접하는 자료를 식별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
■핀란드는 왜 미디어 리터러시에 진심일까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근교에 있는
한 초등학교.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6학년 학생들.
선생님이
프로젝터에 사진 한 장을 띄웁니다.
사라 빌홀라 / 사우나라흐티 초등학교 선생님
이 사진은 핀란드에서 찍은 걸까요? 이 질문을 토대로 그룹 논의를 해보세요. 준비하시고, 여러분끼리 대화를 하세요. 약 5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모든 그룹원은 최소 한 번씩은 각자 발언해야 합니다.
이내 시작된 토론.
사우나라흐티초등학교 학생 /
내가 1학년 때, 아니 3학년 때, 내가 야르비 수오미(핀란드 지역 이름)에 대해 발표했었는데, 그거 기억이 안 나네.
사라 빌홀라 / 사우나라흐티초등학교 선생님
무엇이 풍경을 핀란드로 보이게 만들까요? 어떤 요소들이 있을까요? 스텔라?
스텔라 / 사우나라흐티초등학교 학생
물가가 있고, 바위와 나무들이 있어요. 사람들은 낚시도 하고 있고요.
학생 대부분은
핀란드에서 촬영한 사진이라고
판단했는데요.
시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라 빌홀라 / 사우나라흐티초등학교 선생님
인공지능이 이 사진을 만들었는지 여러분이 알 수 있게끔 작은 힌트를 제가 남겼어요. 이 사진은 핀란드에서 찍힌 진짜 사진이 아닙니다. 핀란드의 어떤 지역에는 이런 풍경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사진은 진짜가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핀란드의 특정한 풍경을 만들어 내도록 임무를 받아 생성한 사진입니다. 어떻게 이 사진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린다?
린다 / 사우나라흐티초등학교 학생
밑에 구석에 빨간색 네모에 '어도비 파이어 플라이'라고 적혀 있어요.
사라 빌홀라 / 사우나라흐티초등학교 선생님
맞아. 여기에 '어도비 파이어 플라이'라고 적혀 있어요.
'어도비 파이어 플라이'
어도비라는 회사에서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생성된 사진이라는 표시입니다.
사라 빌홀라 / 사우나라흐티초등학교 선생님
오늘 수업의 핵심은 가짜 뉴스였습니다. '인터넷에서 보이는 모든 게 진짜가 아닐 수 있다' 이런 가짜 뉴스를 알아채는 방법을 여러 가지 과제로 가르쳐 줄 수 있죠. 그리고 제가 오늘 제일 좋았던 건 아이들과 노는 방식으로 수업하는 거였습니다.
이 학교는
미디어 문해력을 높이는
이런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사회, 역사, 환경, 미술 과목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미카엘 쿠이바마끼 / 사우나라흐티초등학교 학생
특별히 흥미로웠던 건 인터넷에서 보는 모든 정보를 믿으면 안 된다고 가르쳐주는 게 신기했습니다.
헬싱키의 미디어 고등학교.
아침 10시
역사ㆍ사회 시간.
야르꼬 리헤리스 / 헬싱키미디어고등학교 선생님
이제 제가 이 종이들을 나눠줄 건데요 일단 섞어서 줄게요. 이 종이를 주면 여기 있는 질문에 다 대답하면 됩니다. 팀별로 이걸 분석한 후에 어떤 답을 생각해 냈는지 반 앞에서 소개해 주면 됩니다. 질문은 2~3개 그리고 사진 분석 2~3개만 하면 됩니다. 다 조작된 사진은 아닙니다.
선생님이 나눠준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내야 하는 학생들.
노트북을 활용하기도 하고
토론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맞춰봅니다.
야르꼬 리헤리스 / 헬싱키미디어고등학교 선생님
이 그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얀 / 헬싱키미디어고등학교 학생
다 남자고 여자가 단 한 명도 없어요.
야르꼬 리헤리스 / 헬싱키미디어고등학교 선생님
맞아요. 사실 이건 제가 인공지능 실험을 하면서 시작한 거예요. 어도비 프로그램을 써서 ‘핀란드를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더니 이런 이미지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명령어에 성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인공지능은 그냥 밝은 피부의 중년 남성만 제시하더라고요.
미디어를 통해
무심코 보여지는 이미지 속에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야르꼬 리헤리스 / 헬싱키미디어고등학교 선생님
미디어 리터러시는 근육과 같아요. 훈련하면 유지할 수 있고 정보의 영향 허위 정보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에 저항할 수 있죠.
핀란드는 2014년부터
다양한 매체에 대한 문해력 교육,
이른바 ‘멀티 리터러시 교육’을
핵심 교육역량에 포함하고
가짜 정보 식별법을 가르쳐왔습니다.
유럽 4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에서
최근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유독 핀란드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발달한
이유는 뭘까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하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6월,
러시아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탱크 28대,
장갑차 100여 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고르 코나셴코브 /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지난해 6월)
도네츠크 등의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공습과 포격으로 적군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가짜 정보'라고 반박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바흐무트 지역에서 성과가 있었습니다. 전사 여러분 우리의 행동에 대해 러시아는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심리전을 펼치는,
그야말로 ‘가짜 정보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핀란드 국민들은
이 전쟁을 남의 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아모브 비크바리 / 헬싱키미디어고등학교 학생
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많은 것들을 자주 봅니다. 기본적으로 양측 모두에서 많은 허위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최근 기억하는 건 러시아가 바흐무트 근처 마을을 점령했다고 확인한 거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곳에서는 여전히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그곳은 여전히 활발한 전쟁 지역이었습니다.
서쪽으로는
스웨덴,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
오랜 기간
두 강대국의 지배를 받아오다
1917년,
러시아의 지배에서 벗어나며
비로소 독립 국가가 되었습니다.
허위 정보를 걸러내는 건
국가의 존립을 지키는 일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야르꼬 리헤리스 / 헬싱키미디어고등학교 선생님
우리는 작은 나라입니다. 항상 주의하고 조심해야 하며,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하는 건 지식과 과학, 그리고 사실들입니다. 거짓 정보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가짜 정보와 싸우고 있는 또 다른 나라, 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 초등학교.
안 르쥐스트 / 장제이초등학교 선생님
여기 4개의 글이 있는데요. 잘 살펴보고 어떤 글인지 말해주세요. 다 글로 작성된 자료입니다. 우선 이 글들이 어떤 종류의 글들인지 알아보고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어떤 것인지 찾아보는 겁니다.
30분이 지났습니다.
학생들은
각자 ‘기사’라고 생각하는 걸
하나씩 칠판에 붙여놓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아닌 게 하나 섞여 왔습니다.
루엔 / 장제이초등학교 학생
이거는 광고인데요. 이게 뭐더라...
아 에네르지(라디오 채널)이요. 이것은 에네르지 라디오에서 매주 수요일 밤에 K-POP이 나온다는 광고입니다.
안 르쥐스트 / 장제이초등학교 선생님
그렇죠. 광고가 맞죠. 자료를 잘 읽었네요. 이것은 기자가 쓴 글이 아니죠. 약간 기사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기사는 아니죠. 매주 수요일 K-POP이 나오니 우리 라디오를 들으라고 광고를 하는 겁니다.
이 수업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요.
안 르쥐스트 / 장제이초등학교 선생님
학생들이 읽는 것에 주의하고, 단서들을 찾아내고, 자신이 읽은 내용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서로 논의를 해보는 등 이런 것들을 통해 비판의식을 일깨우고자 수업을 했습니다.
프랑스의 학생들도
허위 정보, 부정확한 정보,
과장된 정보 등을
구별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2015년 1월]-샤를리 엡도 테러
얼굴을 가린 괴한들이
도심에서 총을 쏩니다.
총에 맞은 사람이
쓰러져 있고...
경찰차 앞 유리도
구멍이 났습니다.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 선지자
무하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올린 것에
불만을 품고 벌인 테러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주간지 샤를리 엡도 직원 열 명과
경찰 두 명이 사망했습니다.
소피 주엘 / 파리8대학 미디어학과 교수
프랑스에서 2015년은 테러로 인해 매우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IS 테러, 샤를리 엡도 테러, 바타클랑 극장 테러 등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고 이 시기 SNS를 통한 이슬람 프로파간다도 넘쳐났고요.
참혹한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 잡지사는 주소를 옮겼지만
잡지사 직원들을
추모하는 벽화가 남아있습니다.
사건 이후
온라인에는 무슬림을 혐오하는 내용의
글과 정보가 넘쳐났습니다.
소피 주엘 / 파리8대학 미디어학과 교수
당시 제가 연구조사를 했는데요. 청소년들이 휴대전화로 참수 등 끔찍한 장면이 담긴 영상과 주장이 담긴 비디오들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으로 미디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이 나왔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미디어 교육을 전담하는 기구,
교육부 산하의 ‘끌레미’입니다.
미디어 교재, 교구 제공은 물론
매해 ‘미디어 주간’을 주관해
기자들과 학교를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
비르지니 사쑨 / 끌레미 부원장
’미디어 주간‘ 행사는 전국 단위 그리고 지역 단위의 천여 개 미디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미디어와 언론 쪽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는데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미디어와 언론인들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갖기도 하는데 이런 계기로 진실성이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로즈 마리 파리넬라 씨.
SNS의 허위 과장 정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로즈 마리 파리넬라 / 미디어 교사 트레이너
제 학생들 가운데도 틱톡, 인스타그램을 하는 아이들이 일부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같은 경우 인플루언서를 마치 친한 친구처럼 착각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친구 같고 인플루언서가 자신(학생들)에게 조언을 하는 거죠.
팔로워 만 9천여 명을 가진
가족 계정의 이 소녀는
화장품을 언박싱 하며
구매한 제품을 테스트하기도 합니다.
로즈 마리 파리넬라 / 미디어 교사 트레이너
심지어 10살이 안 된 어린 인플루언서도 있는데요. 이 아이가 얼굴에 주름살 방지 크림을 바르며 좋다고 광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피부과 의사들이 어린이는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는 주름 방지 크림을요. 어린아이들도 아주 이른 나이부터 그들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들이 꼭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겠죠.
■ 영화를 보다 관객들이 뛰쳐나간 이유는?
멈춰있는 사진이 여러 장 모이면
영상이 됩니다.
최초로 ‘영화’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줬다는
뤼미에르 형제.
뤼미에르 형제가
1896년에 만든
다큐멘터리 <열차의 도착>.
단순해 보이는 이 영화에
관객들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박물관 설명 영상
<열차의 도착>은 관객들을 처음으로 겁먹게 한 영화입니다. 관객들은 다가오는 기차가 화면을 뚫고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차가 실제로 튀어나올까 봐
관객들은 혼비백산해
상영관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영상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속은 겁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 인지심리학자
사람들은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완전히 속고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박사는
동료 다니엘 사이먼스 교수와 함께
왜 사람들이
만들어진 정보에 속게 되는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 인지심리학자
일상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속이는 방법이에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나 내가 주목하지 않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몰아가니까요. 영상에 나오는 고릴라처럼 말이죠. 옳은 결정을 내리고 속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왜 허위 정보에
속는 걸까?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 인지심리학자
Hooks(갈고리, 사람을 속이는 요소)는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나 거짓을 읽고 퍼뜨리게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Hooks 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친숙함을 이용하는 겁니다. 우린 사람이나 정보를 보다 친근하게 느낄수록 또 비슷하다고 생각할수록 좀 더 쉽게 받아들입니다.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덜 의심하게 되며 그 말을 더 믿게 됩니다.
가짜 정보일수록
단호하고 확신에 찬 용어들이
동원됩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 인지심리학자
(가짜 정보는) 자신만만하게 주장하기도 합니다. 100% 확신한다며 주장하는 가짜 뉴스를 자주 보실 겁니다. 오히려 일어난 일에 대해 정확성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개연성이 있다’, ‘가능성이 크다’, ‘제안한다’ 등의 말을 씁니다.
가짜 뉴스는 이렇게 말하지 않아요. 확신의 말투로 감정을 이용하거나 놀랍거나 새로운 것을 전달할 경우 진실 편향을 낮출 수 있어요.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주의를 기울이게 하죠.
2008년
미국 유명 잡지 뉴요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후보는 무슬림으로,
부인 미셸 오바마는
총을 멘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삽화가 올라왔습니다.
오바마가 무슬림이라는
가짜 정보는 2007년부터 10년 넘게
떠돌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국내 카이스트 연구진이
가짜 정보의
확산 패턴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 그래프는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가
일자별로 얼마나 트윗 됐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짜 정보의 확산 패턴을
보여주는 그래프.
초기에는
언급이 많이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급격하게 언급량이 줄었습니다.
반면,
가짜 정보는, 날짜가 지나도
끊임없이 언급됩니다.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
AFP와 전 세계의 허위 정보,
이른바 가짜 뉴스를
연구합니다.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퍼뜨릴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가짜 정보 확산에 중요한
원인이라고 얘기합니다.
아르노 메르시에 / 파리2대학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식의 세계는 수직적이었습니다. 지식인들이 있고 그들이 그 지식을 아래로 전달하는 식입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인터넷은 지식 전달 체계를 수평적으로 발전시켰죠. 자신들이 각자의 수준에서 가지고 있는 지식을 인정하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짜 뉴스 문제는 이 수직 구조를 사람들이 점점 거부하면서 마주하게 된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연결이 되는 커뮤니티가 있어야 하는데요. 혼자만으로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확산시키는 것은 안 될 겁니다. 혼자 뭔가 작업을 할 수는 있겠지만요. 그걸 보고 ‘좋아요’ 하면서 여기저기 연결해 주고 확산해 줘야 하는 거죠.
그리고 프랑스어 표현인데요. ‘idiot utile(쓸모 있는 멍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idiot utile이 가짜 뉴스라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한 채로 그냥 여기저기 옮기며 퍼트리게 되는 거죠
특별히 의도하지 않은 채로요 특별히 악의 없이 하는 행동인 거고요.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별생각 없이 옮기고 '좋아요'를 누르고 하는 거죠.
■ 스마트폰으로 모기를 쫓아낼 수 있을까?
프랑스 로베스피에르 역에 있는
광고판.
스마트폰으로
모기를 쫓아낼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광고판의 QR코드를
찍어봤습니다.
진짜 정보가 나옵니다.
스마트폰 모기를 쫓아낼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건강과 관련된 가짜 정보에 대한
팩트 체크가 꼭 필요하다는 공익광고.
누가 만든 걸까.
프리실 리비에르 /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커뮤니케이션 팀장
저는 프리실 리비에르라고 합니다. INSERM(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커뮤니케이션 팀장입니다.
건강과 관련해
넘쳐나는 가짜 정보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는
모기 퇴치 가짜 정보 외에도
커피와 수명연장과 같은
100여 개의 가짜 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공개했습니다.
연구소 전문가들이
최신 논문 등을 직접 검색하는 등
철저한 확인을 거쳤습니다.
프리실 리비에르 /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커뮤니케이션 팀장
연구원 네트워크 대응방이 구성돼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니면 재빨리 모여 대응할 수 있도록요. 연구원들은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폭로하는 내용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미디어 대응을 도와주기도 하고요.
라디오 방송이 한창입니다.
[라디오 소리]
가정에서 발생하는 하수 침전물의 처리는 7년 전 피르칸마 지역에서 중앙집중식 침전물 운송으로 전환된 이후 개선되었습니다.
이 방송사의 기자들은
핀란드의 학교로
직접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나갑니다.
마리 베사누미 / YLE 미디어 에듀케이션 책임자
우리는 교사들과 모든 사람에게 분명하고 쉬운 지침과 방법을 전달해 가짜 정보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미디어 문해력을 잘 갖추고 있어서 정보가 가짜인지 아닌지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이제는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더 이상 가짜인지 알아내는 게 쉽지 않아요.
가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는
미디어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베아트리스 까므레르 / <SNS 상의 청소년들> 저자
미디어 정보 교육은 젊은이들이 자극적인 것을 경계해야 하고 믿을 만한 정보원들의 정보에 대해서는 신뢰를 가져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점점 더 모든 것에 의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게 믿을 만한 것이고 누구를 신뢰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방향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흐름이) 가고 있습니다.
■ 가짜 정보와의 전쟁
우크라이나가
지난 18일 공개한 영상.
[화면에 담긴 소리]
"넘어가지 말라"
"뒤에 바짝 붙어라"
북한말이 들립니다.
러시아군으로부터
보급품을 받는 북한군의 장면이라고
공개한 영상입니다.
러시아는 곧장
‘가짜 뉴스’라고 맞섰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크렘린궁 대변인/지난 10일
(정말 북한군이 파병됐나요? 어떤 목적인가요?) 파병설은 가짜 뉴스로 보입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북한 역시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정부와 미국 백악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전하규 / 국방부 대변인 (지난 21일)
북한이 러시아 침략 전쟁에 가담한 것은 유엔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할 불법적 행위입니다.
전쟁은 전쟁터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모든 공간도
가짜 정보와의 치열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전장입니다.
우리나라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처음으로
의무교육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정현선 /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할 때 주의해야 될 점이나 우리가 가져야 될 태도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한 것 이것은 굉장히 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가짜 정보는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김영옥 / 배우
(가짜 뉴스 피해는) 나뿐이 아니죠. 이거는 지금 포괄적으로 얘기하면 너무 많은 사람이 가짜 뉴스에 시달리고 정말 큰 틀에서 너무 잘못들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제 우리들의 얘기도 반영이 되고 이런다면 법적으로 좀 근절할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취재기자: 방준원
내레이션: 유지원
촬영기자 : 김성현 박세준 이창준
촬영: 조선기 강우용
편집: 최정연 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이승민 한혜민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현지 코디 : 공예진 이보영
번역 : 박자영 임한나 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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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원 기자 (pcb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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