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가보이소, 사람들 다 모여서 핫해 핫해”...정지선 마법 여기서도 통했네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4. 10. 2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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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현대 리뉴얼 오픈 한달
젊은고객 급증, 매출 42% 늘어
리뉴얼 커넥트현대
매일 아침 부산 커넥트현대 1층에는 빵을 사러온 젊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커넥트현대에 입점한 고디바베이커리를 맛보러 온 손님들이다. 그 외에도 부산 유명 맛집을 모아놓은 지하 2층 ‘마켓125’,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지하 1층 ‘뉴 웨이브’ 매장에도 연일 사람이 몰리고 있다.

인근 부산진시장 한 상인은 “20년간 장사를 했는데 이 동네에 요즘처럼 젊은 사람들 모이는거 처음본다”면서 “백화점이 오픈한 뒤 아기 엄마, 대학생, 청년들이 모이니까 아무래도 동네에 활기가 돈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부산에 선보인 복합쇼핑몰 ‘커넥트현대’가 개장 한달만에 매출이 급증하면서 지방 쇼핑몰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유출이 심각한 지방에서 커넥트현대가 MZ세대들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대변신한 성공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2021년 백화점 불모지였던 여의도에서 ‘더현대서울’ 오픈 후 단기간에 1조원 매출을 달성한 현대백화점이 이번에는 아울렛과 백화점 경계를 허문 지역 맞춤형 복합쇼핑몰 커넥트현대를 통해 또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25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부산 동구에 위치한 커넥트현대는 지난달 6일 리뉴얼 오픈 후 한달(9월4일~10월3일)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구매한 전체 고객의 58%가 신규 고객이었다. 리뉴얼 후 신규 고객이 절반 넘게 유입됐다는 뜻이다.

커넥트현대는 부산 동구 범일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지역 맞춤형·도심형 복합쇼핑몰로 재단장한 곳이다. 2달간 리뉴얼 공사후 문을 열었다. 지하 5층~지상 9층 규모로 240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사람과 장소, 문화를 연결한다는 브랜드명에 걸맞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콘텐츠, 지역 특색 가게를 한데 모았더니 젊은 고객층이 몰려들었다.

리뉴얼 커넥트현대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커넥트현대 오픈 한 달간 신규 고객의 20·30 고객이 43.8%에 달했다. 불과 1년전만해도 7%대였던 MZ세대가 6배 넘게 증가했다. 20·30 매출도 전년대비 82% 증가하며 전체 신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화제성 넘치는 콘텐츠와 MZ세대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입점시킨 전략이 주효했다.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가 운영하는 빵 특화 브랜드 ‘고디바 베이커리’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이어 부산 커넥트현대에 2호점을 열었다. 하루 웨이팅이 최대 800명을 기록할 정도로 MZ손님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원목소재 장난감이 특징인 ‘일본 도쿄 장난감 미술관’도 팝업스토어 형태로 커넥트현대에 선보였다. 도쿄 장난감 미술관 측이 오픈팝업을 허용한것은 커텍트현대가 처음이었다. 창의 미술과 놀이에 관심있는 2030이 대거 몰렸다. 개장 첫달 12일간 열었는데 전 타임 조기마감됐다.

재개장 이후 커넥트현대를 해시태그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5만개를 넘었고 릴스와 쇼츠 등 일부 콘텐츠의 경우 조회수가 310만건을 넘겼다. 구도심의 백화점이 리뉴얼 후 ‘MZ들의 놀이터’가 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 고객들에게 높은 팬덤을 갖고 있는 ‘힙’한 맛집과 K패션 브랜드를 유치한 결과 2030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면서 “기존에 볼수 없던 새로운 시도에 사람들이 몰렸고, 덩달아 매출이 늘고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기존 유통 공식을 깨고 공간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한 결과다. 더현대 서울에 이어 커넥트현대에서도 고무적 성과가 나타나면서 현대백화점의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혁신과 소통을 중시한 조직문화가 원동력이라고 현대백화점은 자평한다.

이 대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리더십이다. 정 회장은 2003년 그룹 부회장에 오른 뒤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를 만들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경청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여과없이 사업에 적용되고 있다.

지난 3월 폭발적인 매출을 일으킨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 ‘버추얼 아이돌’이 한 사례다. 가상 아이돌 콘서트를 열고 굿즈를 파는 행사인데, 처음 MZ세대 직원이 제안했을때는 백화점 업계에서 진행한적 없어 내부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과감히 실험하라는 정 회장 지시에 따라 이 아이디어가 결국 채택됐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달간 팝업스토어 매출은 70억, 방문객 10만명을 기록했다. 통상 패션 팝업스토어가 한 달 매출이 10억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여년간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바텀업’ 소통이 완전히 자리잡다보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발전되고 있다”고 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 회장은 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모두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도 도전의 결과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유통가의 무덤’으로 불리던 서울 여의도에 백화점을 연다는 것에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정 회장은 그때 “우리 직원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場)을 만들어보자”며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자리에 팝업스토어를 채웠고, ‘쇼핑’의 공간을 ‘체험’의 공간으로 재정의했다. 더현대 서울은 2021년 개장 이후 3년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부산 커넥트현대가 고무적 성과를 내자 최근 정 회장은 임원회의에서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맞춰 새로운 유통 모델을 기획하고 MD와 콘텐츠를 개발하는 다양한 시도를 장려하는 조직문화 덕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말고 발전시키자”고 독려한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새로운 도전이라면 실패하더라도 그 의미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조직 문화가 기업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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