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어준 편파방송의 죗값? TBS '폐국' 정당화 안 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상 수상한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
"끊긴 월급에 구성원들 내적 갈등, 계속 싸우자고 말하기 어려워"
"국감마저 김어준 프레임… 책임론조차 제기할 수 없는 언론환경"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시민협업 실험 등 TBS 많은 의미 남겨"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TBS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에 하나 이 무도한 정권에서 사라지더라도 TBS가 담아온 것들은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지난 25일 송지연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장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상을 받은 자리에서 밝힌 소감이다. 이날은 TBS 직원들의 월급날이기도 했지만 월급은 두달째 입금되지 않았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폐국이라는 극단적인 공영방송 탄압 속에서 노조를 이끌며 싸움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고 있는 이 싸움에 대한 연대의 마음을 담는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그는 비정규직이 90% 달하는 방송사 TBS에서 비정규직 작가로서 싸웠고, 현재는 TBS 폐국 위기에 맞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상을 수상한 송지연 지부장을 27일 전화로 만났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직후다. 그의 입에서 '낙관'적 단어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는 “공영방송을 지키는 싸움을 계속 하자고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힘껏 목소리를 냈지만 '김어준 출연료' 뉴스가 뒤덮었다. 송지연 지부장은 “편파방송의 죗값으로 폐국을 하게 됐다는 프레임의 보도가 이어졌다”며 “이런 언론 환경에서 우리가 '책임론'을 얘기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걸 느꼈다.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는 거다. 국감마저도 이 프레임으로 가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시사 프로그램들이 편향적이었다면 자정 능력에 의해, 여러 제도들을 통해 충분히 바꿀 수 있는데도 방송사를 없애버리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어준' 키워드가 뉴스를 뒤덮고 있지만 TBS의 지역 공영방송 모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시민참여 방송 실험 등이 TBS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TBS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자부심을 느끼고 살았는데 '편파방송' 하나만 남은 거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추석이 있었다.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TBS 구성원들은 휴일 근무를 했다.
“저희가 교통방송이었다 보니 명절 때 다양한 정보들을 항상 생방송으로 제공해왔다. 35년 동안 늘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더구나 의료대란까지 있었던 상황이라 모두 출근을 해서 방송을 유지했다. 휴일수당은커녕 월급도 못 받는 상황을 뻔히 아는데도. 그래도 이 일은 해야 된다고 판단해 일단 일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 월급을 두 달째 못 받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임금이 30% 정도 삭감된 채로 지내왔고 지난 9월부턴 아예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 생계에 막막함을 느끼는 단계에 왔다. 가정이 있는 분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집 대출금 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려는 분들도 있다. 한 작가분은 퇴직금이라도 받아서 생계를 유지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더라. TBS에서 정규직 된 걸 너무 좋아했던 분이었는데, 그런 결정을 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됐다. 이런 얘기를 들으니 힘들다. TBS를 지키는 것과 내 가족을 지키는 것.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단계인 것 같다.”
- 구성원들이 흔들릴 때 독려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
“밖에선 우리에게 '싸우라'고 하지만 탄압 국면이 1년8개월째다. 지난해 3월부터 제작비가 없었기 때문에 이미 상당히 힘들었다.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조도 있다. 포기한 건 아니지만 의욕이 많이 상실된 상태고 무기력한 건 사실이다.”
- 지원 없이 방송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송출료다. 지난 9월부터 월 최소 4000만 원은 내야 하는 송출료를 못내고 있다. 지금 상황이면 11월에는 TV가 '블랙아웃'(송출중단)이 될 거고, 12월부턴 라디오가 정파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월급보다도, 송출 비용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 TBS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운 조례안이 마련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안 됐다. 민영화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외부의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정관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상업광고가 허용된 것도 아니다. 이제 각자도생을 해야 되는 시기가 아닌가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공영방송을 지키면서 계속 싸우자고 말하는 게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하루하루 목숨줄이 끊어지고 있는데, 제도적인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답답하고 힘들다. 우리는 시대의 희생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최근엔 정관을 변경해 기부금을 받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방통위는 민주당에 의한 위원장 탄핵으로 1인 체제가 돼 정관 변경을 위한 회의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광고나 협찬을 하려고 해도 계약을 하려면 기간을 정해야 하는데, 그 기간을 우리가 약속할 수 없다. 그래서 광고와 협찬도 어렵다. 모든 외부의 자금이 꽉 막혀 있어서 이제는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길이 없다. 공익법인이 될 수 있게 정관을 바꿔야 기부금 지정 단체가 돼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 1인 체제라 관련 의결을 할 수 없다는 방통위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민주당을 역공하는 데 TBS 문제를 이용한다는 점에선 우려가 있다.”
- 최근 국정감사가 끝났다. 국정감사를 준비할 때 나름의 목표가 있었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정말 많다. 출연기관에서 해제됐을 때 조선일보는 결국 편파방송을 해서 추락했다는 식으로 헤드라인을 뽑았다. 이후 기사들은 그 프레임으로 쭉 가더라. 결국 편파방송을 한 죗값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국감에서 편파방송을 한다고 해도 방송사가 없어지는 게 당연한 게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권력이 방송사를 없애는 게 얼마나 무도하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지를 얘기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려 했다.”
- 하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TBS 대상 국감 당일 '김어준 출연료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이 저희 전 대표대행에게 김어준 출연료를 물어봤다. 이때부터 뉴스가 '김어준 출연료'로 도배됐다. 결국 혈세로 편파방송을 한 진행자에게 엄청난 돈을 줬다는 얘기가 부각되고, '그러니 없어지게 된 것'이라는 귀결처럼 돼 버렸다. 이런 언론환경에서 우리가 '책임론'을 얘기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걸 느꼈다.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는 거다. 국감마저도 이 프레임으로 가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무 절망적이다. 지금도 포털에 TBS를 검색하면 '김어준 출연료' 얘기가 가장 먼저 뜬다. 시사 프로그램들이 편향적이었다면 자정 능력에 의해, 여러 제도들을 통해 충분히 바꿀 수 있는데도 방송사를 없애버리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 국정감사 때 충분히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생존권 얘기를 많이 못했다. 남아 있는 직원들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 못했다. 현재 230여명의 직원이 남아 있다.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려는 시도에 치열하게 싸워왔고, 제작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방송을 했다. 이대로라면 공영방송 초유의 대량 실직사태가 온다. 가족까지 합치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생계가 달려 있다. 지난주 금요일 아나운서들이 전 직원을 인터뷰하는 '문 안닫을 결심'이라는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 끝까지 우리의 목소리를 내서 만에 하나 사라지더라도 이게 얼마나 무모하고 무도한 일인지를 기록으로 남기자는 취지다.”
- TBS는 다양한 실험을 해온 방송사였다. TBS의 행보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나.
“서울시사업소에서 출발했는데, 시영방송이 아닌 지역 공영방송이 돼 비판과 견제를 할 수 있게 됐다. 재원 독립까지 하려는 실험을 하려 했다. TBS는 한 때 비정규직 비율이 90%에 달했다. 방송사로서는 처음으로 거의 모든 직원을 정규직화했다. 정규직화를 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야 다른 방송사에도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과 결합해 방송을 만드는 시도도 했고 마을미디어와 협업도 했다. 많은 일들을 했는데 다 가려져 있다. TBS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자부심을 느끼고 살았는데 '편파방송' 하나만 남은 거다. 그게 너무 아쉽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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