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에게 피해를 준다면…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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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분이 급성 콩팥병을 치료하려고 서울의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됐다.
내 지인은 어머니가 5월 뇌출혈이 생겨 서울의 5대 병원 중 한 곳으로 모셨는데 중환자실에서 폐렴에 걸렸다.
그간 우리는 보건 관료들의 정책에 따라 필수 의료에 의사가 늘 부족한 데다 부산대 전남대 등 권역별 대표 병원들이 뒤로 물러나고 서울로 환자들이 몰리는 과정을 탄식하며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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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분이 급성 콩팥병을 치료하려고 서울의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됐다. 옮긴 요양병원이 1등급인데도 폐렴에 걸렸다. 전공의 파업으로 겨우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별세하셨다.
내 지인은 어머니가 5월 뇌출혈이 생겨 서울의 5대 병원 중 한 곳으로 모셨는데 중환자실에서 폐렴에 걸렸다. "항생제 내성균이 무서워 1인실에 있었고 세 달여 동안 6,400만 원을 썼다. 하지만 매일 병원에 달려가면 주치의는 설명을 '10초' 정도 해줬다. 허탈했다. 지금은 인지력이 없는 채 기관지를 절개해 삽관하고 요양병원에 계신다"고 했다.
슈퍼 박테리아인 항생제 내성균은 지난해 3만8,000명이 감염됐는데 주로 병원에서 걸린다. 병원에서는 폐렴 감염도 많이 일어난다. 병원들이 공기정화 시스템과 감염관리팀 운영, 격리실 증실 등에 힘쓰면 이런 환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개선이 부족하고, 환자가 나오면 사과도 없다. "환자가 면역력이 약해서 걸렸다. 어서 퇴원하라"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그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에는 왜 그런 병에 걸리지 않았는가. 왜 다른 병원은 노력해서 감염 비율을 크게 줄이는가.
의대 증원을 놓고 의정 갈등이 이어지는 지금 시민들은 착잡하고 노엽다. 그간 우리는 보건 관료들의 정책에 따라 필수 의료에 의사가 늘 부족한 데다 부산대 전남대 등 권역별 대표 병원들이 뒤로 물러나고 서울로 환자들이 몰리는 과정을 탄식하며 지켜봤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자상하게 조언해줘야 할 때에 건강보험의 수가를 받기 위해 빠듯한 '3분 진료'를 하고, 거품이 낀 처방을 하기도 한다. 병의 증세가 복잡하고 원인이 숨겨졌으면 찾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일의 바탕에는 건강보험 시스템 안에서 불가피하게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의료 자본과 시장 경쟁이 있다. 누구나 아는 이런 상황의 개선이 우리 의료의 큰 과제인데 현재의 의정 갈등에는 이 과제와 시민의 건강이 중심에 있지 않다.
"전공의의 희생으로 우리 의료가 아슬아슬하게 유지된 점은 개혁해야 한다. 그런데 의사는 생명을 좌우하는 재량권을 지녔다. 대통령과 장관도 재량권이 있다는 것을 의사들이 인정하면 안 되나? 정부는 애초보다 증원을 500명가량 줄이지 않았나? 대신 '노인 인구 급증에 맞춰 정원을 늘린다면 나중에 총인구 감소에 맞춰 의사 수를 줄이자'는 요구를 관철하면 안 될까? 의사도 파업을 할 수 있지만 사람이 죽고 사는 필수 의료를 팽개치면 비윤리적이다. 자기들은 비윤리적이면서 증원이 민주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면 호소력이 있겠나?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얼마나 많이 죽었나?" 이것이 내가 8개월간 들어온 평범한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 그런데 올해 의사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환자 대신 의사들이 무대에 올라간 느낌이다. 의사들은 "우리 의료가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관점에 따라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의사를 안 만나고 병을 예방해서 건강한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에 나가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을 보면 나 혼자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나가서 개혁해야 한다.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 있다. "가장 먼저, 의사는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권기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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