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 북한군, 10~20대초 추정… 최정예 아닌 총알받이일 수도”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의 실전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번에 집결한 북한 군인들의 전투 역량이 최정예 수준은 아닐 수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각)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의 전선에 도착했다. 그들은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최전선에 접근하는 북한군은 김정은의 가장 뛰어난 인재가 아닐 수도 있다”며 “이번에 쿠르스크에 집결한 군인들은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징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의 연구원 제임스 JB 박은 매체에 “김정은이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소모 가능한’(expendable) 병력을 보내 국내외 반응을 살피기를 원할 수 있다”며 “이들은 후에 더 숙련된 군인들을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선발대로 소위 ‘총알받이’ 병력을 보내 러시아 정부 등의 반응을 살피려는 의도라는 취지다.
WSJ는 이 같은 분석을 내놓으면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 현안 보고 요청에 “말이 파병이지 사실은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하다”라고 한 말도 인용했다. 당시 김 장관은 “통상 파병하면 그 나라 군대의 지휘 체계를 유지하고 군복, 표식, 국기를 달고 자랑스럽게 활동한다”며 “(그러나) 북한군은 인민군복이 아닌 러시아 군복으로 위장하고 러시아군 통제하에 아무런 작전 권한도 없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었다.
앞서 한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소속 병력 등 총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파병한 11군단은 소위 ‘폭풍군단’으로도 불리는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로 알려져 있다. 다만 WSJ는 북한군 영상과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앳된 얼굴의 북한군은 한 번도 북한 밖으로 나와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WSJ는 당초 북한군은 훈련 환경 등이 달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불리한 위치라고 봤다. 북한의 특수부대 훈련은 주로 산악 지형인 남한에 침투해 암살과 기반 시설 파괴 등을 수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넓은 평원에서 참호전 양상으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또 북한군이 노후화된 재래식 군사 장비를 사용하는 점도 짚었다.
한편 북한군은 지난 23일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집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병력 이동에 관해 잘 아는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오는 28일까지 최대 5000명의 북한군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북한군이 아직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WSJ는 “만약 북한 군인들이 최전선에 투입된다면 이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매우 위험한 ‘궤멸 지역’(meat grinder)으로 여기는 살상 가능 지역에 투입될 수 있다”며 “이번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전쟁의 전체적인 양상에 미칠 영향은 제한되어 있지만, 대신 러시아가 이런 식으로 교전 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의 규모를 더해줘 러시아 정부의 모병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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