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한보총 회장의 안전밸류업] “넛지(Nudge)를 활용한 자율적 안전보건 활동 유도해야”

신용승 기자 2024. 10. 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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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선택 이끌어내는 부드러운 개입
지게차 이동경로에 노란색 안전선 표시, 생명지킴이 역할
작업장 ‘안전제일’ 문구 형식적…1년에 13만명↑ 산업재해
넛지 개념 적용으로 안전 일상화되는 환경 조성해야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한혁승 기자

‘Who Is 정혜선?’

-가톨릭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부천근로자건강센터 센터장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제조업 사업체 보건관리자를 시작으로 고용노동부 산업보건전문위원을 거쳐 30년간 산업재해와 직업병 예방을 위한 활동에 매진해 온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감정노동자의 건강보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자 보호조항이 신설될 수 있도록 했고,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전화멘트가 시행되는데도 기여한 바 있다.

또 국내 최초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를 위한 근로자건강센터를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했으며, 현재 부천근로자건강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부천지역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안전보건 확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구호로만 존재하는 안전제일 벗어나 철학·가치 실현되는 진실 된 넛지가 필요합니다.”

2024 노벨상은 여러 분야에서 획기적인 수상자가 발표됐다.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아시아계 최초로 여성이 수상했다는 면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역사적인 성과이다. 이뿐 아니라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등을 AI 분야 전문가가 수상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결과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학의 리처드 탈러 교수도 기억할 만한 업적을 남긴 사람 중의 한 명이다. 탈러 교수의 이름은 세일러라고도 불리는데, 심리학 측면에서 경제학을 설명한 행동 경제학자로서 ‘넛지(Nudge)’라는 책을 써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넛지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개입이 아닌 간접적인 개입으로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넛지의 개념은 마케팅에서 많이 사용됐다. 폭스바겐이 스톡홀름 지하철역의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만들어 놓아서 소리 나는 계단에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게 됐고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평소보다 66%나 계단 이용률을 증가시켰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로 알려진 것은 브라질 상파울로와 나이키가 협업한 경우인데, 쓰레기통 상단에 농구 골대처럼 백보드를 붙여 놓아서 쓰레기를 농구공처럼 백보드에 던져 골인하도록 함으로써 쓰레기 무단 투기를 한 달 만에 70% 감소시킨 사례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넛지의 개념을 마케팅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안전을 지키는 데 활용한다면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는데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운전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갈래로 나눠진 길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는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도로에 분홍색, 초록색으로 선을 그어두고 네비게이션에서 무슨 색 선을 따라가라고 안내를 하고 있어 운전자들의 혼란을 크게 줄여 주고 있다. 차선을 잘못 들어 나타나는 손실을 줄이고, 뒤늦게 차선을 바꾸려다 발생하는 사고도 줄일 수 있어서 안전운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일하는 작업장 안에도 지게차가 다니는 곳을 노란색으로 표시해 놓은 곳이 많은데, 작업장에 그려진 선 하나가 생명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니 규모가 작은 현장이라도 지게차 다니는 곳을 노란색으로 그려 놓아서 안전선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횡단보도 대기선에 붉은 색, 초록 색 불빛 점등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걸어갈 때도 핸드폰만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횡단보도 신호등이 변경된 것을 뒤늦게 확인해 급히 뛰어가다가 사고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필자가 주로 이용하는 지하철 9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의 에스컬레이터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지금 들어오는 저 열차 여기서 뛰어도 못 탑니다. 제가 해 봤어요.’ 이 문구를 보면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도 뛰지 않고, 안전하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해당 문구는 당산역에도 적혀 있다고 하는 데 당산역에 근무하는 역무원들이 혼잡한 지하철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서 붙여 놓은 문구라고 한다. ‘제가 해 봤어요’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웃음이 나면서 누가 이런 참신한 문구를 만들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현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니 누구나 공감이 되는 이런 문구가 탄생이 되는 것 같아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일하는 작업장에는 ‘안전제일’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하지만 1년에 1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산업재해자로 판정받는데, 이런 현실을 보면 ‘과연 현장의 안전을 제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안전제일이라는 문구가 누구에게도 감동을 주지 않고, 형식적으로 안전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서 안전제일 문구를 볼 적마다 오히려 마음이 아파진다.

사람들 누구나 안전을 우선시 하고, 안전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모든 제도와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회사를 운영할 때도 구호로만 존재하는 안전제일이 아니라 철학과 가치가 실현되는 진실한 안전제일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장이 만들어지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넛지의 개념을 적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안전이 일상화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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