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설’ 불거진 조지아 총선…정국 혼란 고조

최혜린 기자 2024. 10. 2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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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집권당 과반 득표”
야당 “헌법적 쿠데타” 불복
유권자 협박·표 매수 주장도
여당 “과반 승리” 비지나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의 ‘조지아의꿈’ 본부에서 열린 승리 축하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옛소련 국가인 조지아가 26일(현지시간) 총선을 치른 가운데 개표 결과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집권당이 과반 득표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야당은 ‘조작된 선거’라며 불복을 선언했고, 여러 투표소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99.6% 개표를 진행한 결과 여당인 ‘조지아의꿈’이 54%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야권연합은 37%를 얻는 데 그쳤다. 조지아의꿈을 창당한 ‘실세’이자 전 총리인 비지나 이바니슈빌리는 여당 승리를 선언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끈 우리 정당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며 “조지아 국민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조지아의꿈은 2012년 창당 이래 줄곧 다수당 자리를 지켜왔다. 과거에는 러시아와 서방 사이 균형을 추구하는 실용주의 정책을 폈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러시아와 더욱 밀착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과 시민단체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온 러시아의 ‘외국 대리인법’과 유사한 법률 도입을 강행해 시민사회의 반발을 샀다. 유럽연합(EU)도 이를 비판하며 조지아의 EU 가입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이후 조지아 사회는 ‘친서방 대 친러시아’로 갈라졌다. 야권 4당 연합은 집권당이 조지아의 EU 가입을 방해하고 있다며 ‘친서방’ 구호 아래 뭉쳐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진 올해 총선은 조지아가 EU 가입을 계속 추진해 서방과 거리를 좁힐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를 따라 권위주의 노선을 걸을 것인지 결정지을 분기점으로 여겨졌다.

야당 “인정 못해” 27일(현지시간) 야당 ‘변화를위한연합’의 니카 그바라미아 대표가 다른 야당 지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야권은 여당 승리가 유력하다는 선관위의 개표 결과에 반발했다.

야당 ‘변화를위한연합’의 니카 그바라미아 대표는 “이것은 헌법적 쿠데타”라며 결과에 불복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여당이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지아의 독립 선거 모니터링 단체인 ‘공정 선거 및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사회’(ISFED)는 투표소 밖에서 유권자를 협박하고 표를 매수하는 등 부정행위가 여러 건 적발됐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선 조지아 남부 마브누리에서 한 남성이 투표용지 여러 장을 투표함에 넣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조지아 선관위는 이번 선거가 “평화롭고 공정”했으며, 국제 기준에 따라 실시됐다고 밝혔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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