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쑥대밭 만든 폭풍 ‘트라미’, 베트남 접근
베트남 “주요 공항 4곳 폐쇄”
필리핀을 강타해 수십명을 숨지게 한 열대성 폭풍 ‘트라미’가 베트남에 접근하면서 당국이 대비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트라미가 몰고 온 폭우와 산사태 등으로 최소 87명이 사망했다. 이날까지 확인된 실종자는 41명이다.
홍수로 구조를 시작하지 못한 지역도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당국은 트라미가 올해 들어 가장 큰 피해를 낳은 기후 재난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폭풍으로 주택이 무너지는 등 피해를 입은 사람은 420만명에 달한다. 북부 루손섬에서는 수백개 마을이 침수돼 약 50만명이 비상 대피소 등으로 대피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24시간 만에 두 달치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당국은 구조 및 수색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수 지역에선 여전히 많은 주민이 집 지붕 등에 고립돼 있다. 굴삭기와 수색견 등을 동원한 구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루손섬 비콜 지역의 안드레 디존 경찰국장은 “홍수 물이 아직 빠지지 않았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여전히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홍수 지역에) 물이 너무 많았다. 아직도 구조 작업은 진행 중”이라며 “홍수 지역에는 대형 트럭으로도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트라미와 같은 기후 재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대규모 홍수 대비 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서 빠져나간 트라미는 베트남으로 이동했다. 27일 오전 기준 트라미는 베트남 다낭에서 100㎞가량 떨어진 곳에서 시속 20㎞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 전역에는 폭우와 산사태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베트남 당국은 27~28일 주요 공항 4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슈퍼 태풍 ‘야기’가 필리핀에서 40여명의 인명 피해를 낳은 뒤 베트남을 강타하면서 323명이 숨진 바 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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