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검문 촘촘해진 이태원·홍대앞…“불편해도 협조해야죠”
경찰 기동순찰대 660명 배치
인도에 분리대·확성기 안내
오토바이 진입 일일이 막아
시민 “안전 위해 필요한 일”
“장난감 칼이라도 막 들고 다니시면 안 돼요.”
지난 26일 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12팀 소속 한 경찰관이 공포영화 <사탄의 인형> 속 캐릭터 ‘처키’로 분장한 20대 남성에게 이같이 말했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준비한 소품 사용을 제지한 것이다. 이 남성은 “가방에 넣겠다”고 답하며 경찰의 지시를 흔쾌히 따랐다.
경찰은 이날 전국 인파 밀집지역에 기동순찰대 약 660명을 배치했다. 각종 범죄와 안전사고 발생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홍익대 인근 지역에도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순찰대 27명을 포함해 경비·범죄예방·형사·교통 등 경찰 331명이 투입됐다. 기자도 오후 9시부터 그들과 동행하며 대형 인파가 몰리는 지역의 안전 조치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주말 밤을 맞은 홍익대 인근 거리에는 핼러윈데이가 가까워져서인지 영화나 만화 캐릭터로 분장한 이들이 눈에 쉽게 띄었다. 홍익대 정문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씨(72)는 “지난주와 비교했을 때 사람들이 1.5배 이상 더 나온 것 같다”며 “평소엔 사람이 없어서 통 장사가 안되는데 오늘은 조금 상황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경찰·자율방범·민간경호업체 등에서 나온 요원들이 통행 흐름을 관리·통제한 때문인지 압사 등 대형 안전사고를 발생시킬 만한 ‘인파 쏠림’ 현상은 없었다.
마포구 ‘잔다리로’ 앞에는 빨간색 분리대가 인도에 설치돼 보행자를 나눴다. 우측보행을 하도록 해 인파의 통행이 얽히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한 자율방범대원은 ‘홍대걷고싶은거리’에서 ‘홍대거리’로 가는 건널목 보행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자 “건너오시는 분들은 우측길로 보행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를 확성기로 계속 내보냈다.
‘홍대 어울림로’ ‘홍대거리’ 등 인파가 몰리는 거리는 오토바이·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오는 30~31일 이틀간 정오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사람이 가장 몰리는 시간대에 한한다.
이 때문에 배달기사들이 오토바이를 길 한쪽에 세워두고 음식을 받기 위해 뛰어다니는 풍경이 펼쳐졌다. 입구를 막고 선 경찰관은 “지금은 집이나 가게가 이 구역 안에 있는 분들만 입장할 수 있다”며 오토바이 운전자의 이해를 구했다.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하고 통제된 도로에 진입한 일부 기사들은 벌점·벌금을 받기도 했다. 기동순찰대 한 관계자는 “이곳은 원래 주말에 통행이 금지된다”면서도 “입구 쪽에 펜스를 더 제대로 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경찰 통제에 협조했다. 영화 캐릭터인 ‘데드풀’ 분장을 한 김모씨(34)는 경찰에 검문을 당했다. 데드풀이 쓰는 무기인 ‘카타나’(일본도)와 권총 모형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이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것 같다”면서 “권총 모형 같은 소품을 하나하나 확인당하는 게 불편하거나 억울하다기보다는 필요한 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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