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으로 ‘특검’ 가리는 여권[뉴스분석]

조미덥·문광호 기자 2024. 10. 2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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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친윤 갈등’ 이면
여론 63% “김 여사 특검 필요”…여권서도 “특감, 당 주도권 위한 술책일 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빈손 면담’ 후 특별감찰관 추천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여권 내 친한동훈(친한)계와 친윤석열(친윤)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특별감찰관이 여권 위기의 핵심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의 해법이 될 수 없으며, 특별감찰관 설치를 둘러싼 친윤계 대 친한계 충돌은 여권 내 권력 다툼이자 김 여사 특검론을 피하려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설치가 지난 대선 공약임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없어도 여야 합의를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이를 한 대표의 ‘독단’으로 몰아붙이면서 양측이 전면 대결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특별감찰관 무용론이 팽배하다. 정권 후반기에 임명되는 특별감찰관이 김 여사의 공천·인사 개입, 주가조작 의혹 등 과거 사안을 들춰볼 수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국회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는데 대통령이 그중 자기 입맛에 맞는 여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인력과 권한 부족에 허덕이다 좌초한 전례가 있다. 특별감찰관이 비위를 발견하면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준 검찰에 사건을 이첩해야 하는 한계도 거론된다.

게다가 국민 여론은 김 여사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5~17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유권자의 63%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필요 없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특별감찰관 추진은 결국 한 대표가 강조해온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처방이 아니라, 여권 내 미래 권력(한 대표)과 현재 권력(윤 대통령) 간 힘겨루기의 산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통화에서 “특별감찰관은 한 대표가 당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꺼내든 술책일 뿐, 아무 의미도 효용도 없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은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특별감찰관이라도 해야 민주당발 특검을 막을 명분이 있다”고 했다. 친한계는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 ‘특검은 곧 탄핵’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뿌리 깊어 추진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특별감찰관을 둘러싼 윤·한 충돌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한 대표가 애초 강조했던 김 여사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도 의제에서 사라졌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주문했던 한 대표는 검찰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한 후 그에 대한 평가나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특별감찰관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특별감찰관은 파도를 세숫대야로 막으려는 부질없는 시도”라며 “한 대표는 특감 정치쇼를 중단하고 특검에 찬성 의사를 밝히라”고 주장했다.

결국 한 대표가 ‘민심’을 따르는 정치를 하겠다면 세 번째 발의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법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할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재표결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민심을 따라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할 근거가 될 것이란 의미다.

조미덥·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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