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러 격전지 도착”…‘남북 대리전’으로 번지나

김희진 기자 2024. 10. 2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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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쿠르스크에 최대 5000명”
전문가 “살상무기 지원 땐 참전 격”

러시아에 파병돼 훈련 중인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집결하는 등 실전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 정부가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대응 논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사실상 ‘남북 대리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익명의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 1명과 미 당국자 2명의 말을 인용해 북한군 수천명이 지난 23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한 작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초 국경을 넘어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곳이다.

이 당국자들에 따르면 북한군은 아직 전투에 참여하진 않았으며,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불분명하다. 23일 첫 번째 북한군 병력이 약 6400㎞에 이르는 여정을 거쳐 쿠르스크에 도착한 이후 매일 수천명씩 이곳에 모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병력 이동에 대해 잘 아는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28일까지 최대 5000명의 북한군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쿠르스크에 집결한 병력은 북한 정예부대 일부로 알려졌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군 수송기 일류신 Ⅱ-62M을 타고 러시아 서부 군 비행장으로 이동한 다음, 차를 타고 전투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북한군 실전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추가 정황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파병된 북한군과 원활한 협력을 위해 장병 30명당 1명씩 통역관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러시아 군인들이 북한군을 비공식적으로 ‘K대대’라고 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친러시아 성향 텔레그램 ‘파라팩스’ 영상을 인용해 러시아 극동부 세르게예프카 훈련소에 도착한 북한군을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파병된 북한군과 마주할 경우를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공유하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은 26일 “우크라이나군이 북한 군인들이 도착할 것을 예상하며 지침을 발행하기 시작했다”며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무기 버려’ ‘멈춰’ 등 60개 문구가 우크라이나어와 한글, 한글을 다시 음차한 우크라이나어로 표기됐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동안 북한군 수천명이 러시아에서 훈련받고 있다고 밝혀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군이 27~28일 전투 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한국 정부가 파병 동향 등을 보며 단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부 대표단은 28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NAC)에 참석해 북한군 파병 동향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국제관계학 교수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한국은 이미 (우크라이나 동맹국에 포탄을 판매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고 있고, 북한은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돕고 있다”며 “만약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살상무기를 직접 전달한다면 이는 ‘두 개의 한국’이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두드러지게 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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