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캠프, 대선 당일에도 명태균 보고서로 회의했다”
대통령실 “선 그었었다”와 명씨 “보고한 적 없다”는 주장과도 배치
2022년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으로 일했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27일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가 윤석열 캠프에서 활용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게 “자체 조사한 미공표 여론조사는 보고한 적 없다”는 명태균씨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캠프에서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작된 여론조사였다면 캠프에서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수도 있다.
신 전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를 포함해) 3개 정도를 보고 활용했던 것 같다”며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가 캠프에서 활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캠프에 전략조정회의가 있고 저녁때 일일상황점검회의라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말로 해준 것도 있고 페이퍼로 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전 교수는 당시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15호로 발탁됐다.
신 전 교수는 “명씨 건이 터지고 나서 제 파일을 다시 보니까 미래한국연구소라고 돼 있고 3월8일자 내부 보고서로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그 파일을 (내려)받은 시간을 보니 ‘3월9일 2시31분’이었다”고 덧붙였다. 2022년 3월9일은 대선 당일이다. 신 전 교수가 참석한 회의는 대선 전략과 방향을 정하는 핵심 회의였다. 신 전 교수는 회의 내용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며 여론조사 결과도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광주를 가기로 했다가 급하게 인천으로 변경을 하게 됐다면 그런 보고를 당연히 하지 않겠나”라며 “(여론조사도) 회의 결과로 취합이 되는데 당연히 보고를 안 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명씨가 직접 회의에서 보고했는지는) 제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앞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는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대선 관련 여론조사(공표, 미공표 포함)를 81회 진행했고 소요된 비용이 약 3억7500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공표 조사 결과를 보내줬다”면서도 “미공표 여론조사는 보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선 당일까지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가 캠프에서 활용됐다면 명씨 주장은 거짓말이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지난 7일 “(명씨와는) 본격적으로 대선에 들어가기 전에 대통령이 선을 그었던 것 같다”고 주장한 것과도 맞지 않는 정황이다.
“9.1%P차 이긴다는 명씨 보고서 믿었다 완전 비상”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비용을 지불했더라도 문제다. 국민의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각 캠프가 명씨와 관련된 업체와 계약을 맺은 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비용 지출에도 회계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명씨 관련 업체의 여론조사 수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 당시 추세와도 달랐다는 것이 신 전 교수의 설명이다. 신 전 교수는 “마지막날 명씨 보고서는 (윤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후보를) 9.1%포인트 이기는 걸로 돼 있더라. 대선 결과는 0.73%포인트 차이였는데 9.1%면 오차범위 밖이다”라고 지적했다.
명씨가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했다면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신 전 교수는 “(여론조사를 믿고) 대선 하루 전날까지도 분위기가 좋았다가 (대선) 당일날 완전히 비상이 걸려서 그날만 회의를 3~4번 이상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명씨는 강씨와의 2022년 2월28일 녹취록에서 여론조사와 관련한 지시를 하며 “맨날 윤석열이한테 보고해줘야 돼”라며 “매일 선거일까지 (여론조사를) 돌린다”고 했다. 다만 명씨는 여론조사 결과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문광호·박하얀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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