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위기론’ 커지는데…‘취임 2주년’ 이재용 회장, 답 내놓을까
2주년 행사·메시지는 없어
준감위 “등기이사 복귀를”
정기 인사서 ‘쇄신’ 판가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회장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실적 쇼크’를 비롯해 사업 동력과 조직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내놓을 쇄신책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이날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 행사를 찾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을 나란히 만났다.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을 확대하고 완성차 업계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별도의 취임 2주년 행사나 공식 메시지는 없었다. 올해는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를 맞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행사(지난 21일), 추모 음악회(24일), 추도식(25일) 등에 잇따라 참석했다. 지난 25일에는 추도식 이후 삼성그룹 사장단 50여명과 함께 오찬을 하며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되새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올해 말 사업 관련 비전을 내놓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재계가 이 회장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삼성전자 위기론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붐의 최대 수혜 영역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리고,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낮아진 시장 기대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과거 ‘초격차’로 대표되던 기술 경쟁력이 관료주의와 부서 이기주의 같은 부정적인 조직문화에 가로막혀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이 회장은 세부적인 사업 현안은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고, 오너로서 대외적인 역할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회사의 각종 난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사권을 쥔 이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삼성의 외부 감시자 역할을 맡고 있는 준법감시위원회 역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촉구한 바 있다.
삼성전자 정기 인사는 다음달 말 또는 12월 초 단행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7월 HBM 개발팀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연구·개발(R&D) 인력을 일선 사업부로 재배치했다. 메모리·파운드리 등 사업을 책임지는 사장단 역시 3~4년 차에 접어든 만큼 이번 인사에서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
김상범·배문규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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