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검사들 연임은 됐지만…포렌식 예산 삭감에 '꽁꽁'

유선의 기자 2024. 10. 2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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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공수처 이대환·차정현 검사 등 연임안 25일 재가
이건태 "공수처 디지털포렌식 예산 40% 삭감…수사 지연 우려"
임성근 휴대전화 포렌식 회신도 아직…타 수사기관 협조도 막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정부과천청사 현판 〈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을 임기 만료 이틀을 앞두고 재가했습니다.

공수처 인사위는 지난 8월 이대환 수사4부장, 차정현 수사기획관, 송영선·최문선 수사3부 검사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지만 연임안을 넘겨받은 윤 대통령은 2개월 넘게 재가를 미루다 임기 만료를 이틀 앞두고 승인했습니다. 연임안 재가 전 이들의 임기는 오늘(27일)까지였습니다.

이 가운데 이 부장과 차 수사기획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도맡아 수사해온 핵심 인력입니다. 윤 대통령의 연임안 재가로 '수사팀 변경'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앞으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디지털포렌식 예산 삭감 문제를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 〈출처=연합뉴스〉

포렌식 예산 40% 삭감…"기존 장비 운용도 불가능" 우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공수처의 디지털포렌식 관련 예산 삭감입니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수처는 내년도 디지털포렌식 관련 예산으로 14억3400만원을 요구했는데 배정된 예산은 8억5500만원으로 약 40%가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디지털포렌식 장비 도입 라이선스 갱신' 예산은 공수처가 요구한 9억4000만원 가운데 5억4100만원만 반영됐습니다.

반면 공수처의 디지털포렌식 건수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2021년 공수처 출범 당시 63건이던 포렌식 건수는 지난해 271건으로 급증했습니다. 디지털포렌식은 수사기관의 가장 기초적인 물증 확보 방법이어서 예산 삭감으로 차질이 생긴다면 수사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수처는 예산이 부족해 신규 포렌식 장비 도입을 포기한 예산안을 올렸는데 그중에서도 40% 삭감된 예산을 받는다면 현재 보유한 포렌식 장비조차 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의원은 "디지털포렌식 수사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예산을 삭감한 건 윤석열 정권 방탄을 위한 공수처 무력화 시도로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 증언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출처=연합뉴스〉

타 수사기관 공조도 막막…수사 지연 불가피


디지털포렌식 예산도 부족하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수사기관과의 공조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공수처는 앞서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는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경찰에 요청했지만 아직 회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에 고위공직자범죄 관련 사건 자료나 협조를 요청할 수 있지만 다른 수사기관에서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공수처는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회신뿐 아니라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에 요청한 명품백 불기소 결정문과 기록 목록 등도 3주 가까이 넘겨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임은 됐지만 머나먼 채 상병 사건 수사


주요 수사 인력의 연임 재가가 임기 만료 이틀 전까지 미뤄지면서 공수처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한동안 동력을 잃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수처는 지난 4~5월 사건의 주요 당사자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했지만 이후 핵심 관계자 소환을 못 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윤 대통령 개인 휴대전화 통신 내역을 확보했지만 관계자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 추가 강제수사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력도, 예산도, 수사 협조도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수사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 공수처가 이번 연임안 재가를 계기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을 가려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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