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 승부수 띄웠지만 … 日이시바 정권 '풍전등화'
고물가·비자금 스캔들 '악재'
최대 야당 입헌민주당 대약진
자민당 내 총리 퇴진 거론도
이시바, 총리직 유지 위해선
추가 연정 파트너 찾아야
◆ 日 자민당 참패 ◆
이달 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단명으로 끝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장 총선 후 소집되는 특별 국회에서 자민당 총리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과반 의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 연정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등 일본 정계가 격랑의 파도에 휩싸이게 됐다.
반면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크게 약진하면서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1955년 자민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권이 교체된 1993년 총선 때가 재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총선에서 자민당은 223석으로 1당에 올랐지만, 과반 의석인 256석에는 한참 모자랐다. 이를 틈타 사회당, 신생당, 공명당 등 7곳의 야당이 연립해 총리를 배출하면서 자민당은 처음으로 야당으로 밀려난 바 있다.
일본은 이날 전국 소선거구(지역구) 289석과 11개 권역의 비례대표 176석 등 총 465석의 중의원을 뽑는 총선거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7시~오후 8시 일본 전역 4만5000여 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중의원 총선거는 2021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NHK는 출구조사를 통해 집권 자민당의 의석수를 153~219석으로 예상했고, 공명당은 21~35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상의 경우를 가정하면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과반수 의석수인 233석을 넘겠지만, 중간값을 적용하면 과반수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다수의 의석수를 가진 당에서 총리를 배출하는 구조다. 총리 선출을 위해서는 과반 의석이 필요한데, 연립여당이 이마저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에 이어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이시바 총리는 취임 8일 만에 하원인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거를 실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단 기간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다.
이처럼 총선을 서두른 이유는 새 내각 출범으로 국민 기대가 큰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지지율이 낮은 여당에 그나마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기시다 전 총리는 정권 퇴진 수준인 20%의 낮은 지지율이 계속되면서 지난달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자민당을 포함한 연립여당에 부담을 줬다. 특히 이시바 총리가 지난해 말 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국민 상당수가 이런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여기에 지난 16일 자민당 본부가 비자금 문제로 공천하지 않은 출마자가 대표를 맡은 당 지부에 '활동비' 명목으로 2000만엔을 지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 다른 악재가 됐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당 지부에 준 것이지 공천 배제 후보에게 준 것이 아니다"며 "비례대표 등의 선거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활용하라는 의미"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공천 배제 후보자의 지부에는 활동비 1500만엔만 지급했어야 한다"며 "500만엔의 공천 지원금을 더 보내준 것은 사실상 해당 후보자를 공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선거 직전에 이뤄진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는 자민당 의석수가 선거 고시 전인 247석에서 크게 줄어 과반인 233석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공명당과 합친 연립여당으로도 과반 달성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것이 이번에 현실이 된 것이다.
당장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의 정권 유지를 위해 새로운 정당의 연정 참여나 협력 모색에 나서야 하게 됐다.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도 지난 20일 NHK에 출연해 일반론임을 전제하긴 했지만, 총선 이후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정권 틀을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자민당 내에서는 정책 방향성이 유사한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이 새로운 연정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양당이 자민당 정치개혁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는 "자민당과 공명당이 합친 의석이 절반을 넘지 못하면 결국 추가 연정밖에 답이 없다"며 "가뜩이나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한 이시바 총리인데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져 본인의 정책을 자신 있게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목표로 내건 여당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책임론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를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당장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내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전에 총리 교체론이 나을 가능성이 크다.
추가 연정을 통해 집권당을 이어가더라도 이시바 총리의 정국 운영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을 주도하기보다는 연정뿐 아니라 야당의 눈치를 보며 끌려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 패배의 요인으로 지적된 비자금 스캔들과 고물가 문제, 경기 불안, 정치 혐오 등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자민당은 당에서 공천받지 못했지만 당선이 된 비자금 스캔들 관련 의원을 당으로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부분은 또다시 국민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예상된다.
한편 NHK 출구조사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28~191석, 일본유신회(기존 43석)는 28~35석, 공산당(기존 10석)은 7~10석, 국민민주당(기존 7석)은 20~33석 등으로 예측됐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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