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공격’ 막는 기술에 식품 산업 발전 달렸다[친절한 식품 이야기]
‘광산화’는 빛에 의해 식품 내 성분이 산화하는 현상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식품 변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직사광선이 닿는 곳에 있는 투명 유리병에 담긴 호두가 시간이 지나면서 불쾌한 냄새를 내기 시작하는 건 호두 속 지방 성분이 빛에 의해 산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식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화학적 변화를 시사한다.
광산화는 주로 ‘일중항산소(Singlet oxygen)’라는 활성 산소종에 의해 촉진된다. 일중항산소는 에너지가 높은 산소 분자 형태로,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에 의해 생성될 수 있다. 이 산소는 반응성이 매우 강해 식품 내의 다양한 화합물과 반응해 산화를 촉진한다.
식품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식품에 포함된 클로로필이나 리보플라빈 같은 천연 색소가 빛을 흡수해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서 일중항산소가 생성되고, 이는 식품 내의 지방이나 카로티노이드 같은 화합물과 반응해 산화 반응을 촉발시킨다. 결과적으로 지방이 산화되면서 식품의 맛, 향, 색깔이 변질되며 영양소도 파괴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섭취하는 올리브유나 견과류에 있는 식물성 기름은 빛에 민감하다. 이들 기름에 포함된 불포화 지방산은 빛에 노출되면 일중항산소에 의해 급격한 산화반응을 일으키고, 지방 성분을 변질시켜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물질을 생성하게 된다. 이렇게 광산화로 인한 산패는 식품의 감각적 품질 저하뿐만 아니라 식품에 포함된 영양소의 감소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비타민 C는 자외선에 매우 민감해 쉽게 분해되는데, 이 때문에 투명한 병에 담긴 주스나 음료가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비타민 C의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식품의 광산화 방지를 위해서는 적절한 포장재 선택이 필수적이다. 자외선을 차단하거나 빛을 산란시키는 특성이 있는 불투명 포장재나 착색 유리병은 식품의 광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키며, 외부 광원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억제해 식품의 화학적 성분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비타민 E와 같은 항산화제는 식품 내 지질의 산화를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산화제는 광산화로 인한 지질 성분의 산패를 지연시키고 영양소 손실을 감소시킴으로써 식품의 신선도와 품질 유지에 기여한다.
광산화를 예방하기 위해 이처럼 다양한 방안이 존재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먼저 빛이 식품 내 성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빛에 의해 산화되기 쉬운 성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특정 조건에서 광산화가 가속화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는 적절한 포장재 선택과 항산화제 첨가 같은 예방 조치를 더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분광학적 방법을 활용하면 빛에 노출된 식품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광산화가 발생하는 속도, 과산화물이나 알데하이드와 같은 유해 부산물의 형성 여부를 파악해 광산화에 따른 품질 저하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식품이 빛에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평가하고, 필요시 개선 조치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광산화 방지를 위해서는 더 정교한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나노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포장재는 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해 광안정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식품 성분을 더 오랜 시간 동안 보호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항산화제 개발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광산화로 인한 품질 저하를 최소화하고 식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와 기술 발전은 향후 지속 가능한 식품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황선혜 한국식품연구원 선임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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