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웃었으면 됐다… 김선빈 ‘굴욕’조차 에너지였다, KS MVP가 보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 베테랑 야수 김선빈(35)은 지난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첫 타석부터 큰 타구를 외야로 날려 보냈다. 사실 맞는 순간 모두가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던 타구 속도와 발사각이었다. 김선빈도 홈런을 확신한 듯 팔을 올려 세리머니를 했다.
그런데 모두가 ‘바람’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이날 선수들의 후기는 “외야에서 내야로 바람이 많이 불었다”였다. 김선빈의 타구는 이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 꼬리가 죽더니 펜스를 맞고 튀어 나왔다. 1루를 돌아 2루로 가는 과정에서 이를 확인한 김선빈은 바로 스피드를 올려 3루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타구였다. 2사 후 홈런과 3루타는 분명 많은 게 달랐고, KIA는 선취점을 내지 못했다.
그래도 웃을 수 있었다. 21일 6회 상황에서 서스펜디드가 된 1차전은 23일 이어 열려 결국 KIA의 5-1 역전승으로 끝났다. 이어 바로 열린 2차전에서도 KIA는 1회부터 5점을 내며 삼성을 몰아붙인 끝에 8-3으로 이겼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큼 다가선 순간이었다.
김선빈은 2차전 종료 후 “넘어갔다 했는데 안 넘어가서 민망하기는 했다”고 크게 웃으면서 “그것으로 분위기를 조금 띄운 것 같다. 선수들도 많이 웃었다고 한다. 그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연락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다시 웃은 김선빈은 “우승하면 뭐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것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겼다.
실제 1차전을 돌아보는 KIA 선수들은 많은 면에서 긴장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고, 상대 선발인 원태인의 구위가 좋아 생각보다 점수가 나지 않자 이 긴장감은 더 커졌다. 하지만 서스펜디드 경기가 된 뒤 이 플레이가 선수단 내에서 웃음거리가 됐고, 어쩌면 한 번씩 크게 웃고 긴장을 풀어낼 수 있는 하나의 에너지가 됐다.
그 김선빈의 에너지는 한국시리즈를 지배하고 있다. 타격감이 놀라울 정도다. 시리즈를 앞두고 많은 KIA 관계자들은 김선빈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시즌 막판 타격감이 좋았고, 콘택트 능력이 워낙 좋아 곳곳에서 막힐 수밖에 없는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의 공격적인 흐름을 풀어줄 적임자로 기대했다. 키플레이어로 뽑는 관계자들도 있을 정도였다. 김선빈은 그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김선빈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13타수 8안타(.615)라는 미친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8개의 안타 중 2루타가 3개, 3루타가 1개다. 총 13루타를 기록하면서 2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볼넷도 2개를 보탰다. 출루율은 0.625, 장타율은 1.000이다. OPS 1.625를 기록 중인데, 이 페이스대로 시리즈가 끝난다면 단연 시리즈 MVP 후보다.
2017년 한국시리즈 당시에도 5경기에서 타율 0.357을 기록하며 팀 우승에 힘을 보탰던 김선빈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타격 능력과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시즌 116경기에서 타율 0.329에 9개의 홈런을 치는 등 고감도 방망이를 뽐냈다. 큰 무대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단순히 안타 하나가 아닌, 팀 공격을 풀어주는 안타가 많았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대목이 많았다.
올해 삼성을 상대로 한 12경기에서 타율 0.353로 호조를 보였던 김선빈은 이제 마지막 일격을 준비한다. 3승1패로 앞선 상황에서 28일 열리는 5차전에서 이기면 시리즈를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다. 5차전 삼성 선발로 나서는 이승현을 상대로도 올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좋은 감을 마지막까지 끝까지 이어 갈 수 있다면, 28일에는 우승 트로피와 개인 시상까지 쓸어담는 최고의 하루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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