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세고, 잘 달리고…내 신차도 오타니처럼!
신차 등록 비중 중형 이상 약진
코로나 거치며 소비 패턴 변화
불황에도 대형 SUV 속속 선봬
주행력·편의성 업그레이드
업계선 각종 행사로 고객 유혹
대형차를 향한 국내 소비자들의 애정은 남다른 데가 있다. 경기가 어려워도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도 일단 사겠다고 마음먹으면 큰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지난 9월 국내 시장 신차(승용차) 등록 대수를 보면 중형, 준대형, 대형은 전달보다 각각 33.2%, 38.6%, 8.4% 늘어난 반면 경형, 소형, 준중형은 각각 25.3%, 4.2%, 4.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넓은 실내 공간과 높은 차체가 강점인 레저용 차량(RV)도 신차 등록 대수가 2021년 83만9541대, 2022년 86만7633대, 지난해 94만6741대로 매년 느는 추세다. 전체 등록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56.2%, 60.0%, 62.8%로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완성차 회사와 수입차 판매사 사이에선 소형이나 준중형 차량은 해외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국내에선 중대형 위주로 신차를 선보이는 패턴도 나타난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차급만 놓고 보면 한국 시장은 다분히 대형차를 선호하는 미국의 소비 특성과 상당히 유사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형차에 주로 들어가는 고인치 타이어의 국가별 매출 비중 추이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넥센타이어의 지난 2분기(4~6월) 18인치 이상 대형 타이어의 매출 비중은 한국이 44.2%로 픽업트럭 등 대형차가 많이 팔리는 북미 지역의 50%에 거의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은 고인치 타이어의 매출 비중이 26.9%에 그쳤다.
소비자들은 대형차의 탁 트인 시야, 널찍한 실내 공간, 부드러운 승차감, 폭발적 주행 성능, 강렬한 배기음, 부러움 섞인 주변의 시선 등을 겪어보면 웬만해선 소형차로 역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근 강원 동해시 망상오토캠핑장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지프 캠프’가 열렸다. 코로나19로 2년 만에 재개된 행사다.
랭글러 루비콘, 랭글러 사하라 등 ‘마동석’급 근육질 오프로더와 플래그십 대형 SUV 그랜드 체로키,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 등 지프의 대표 차들이 총출동했다.
한 참석자는 “나도 한때는 덩치 큰 오프로드 차량을 보면 우리나라 도로에서 험악한 산악지형 등 통과할 일이 얼마나 된다고 저러나 하고 생각했지만 지프를 몰아보니 이젠 웬만한 차는 심심해 보여 못 탈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에도 국내외 완성차 업계가 잇달아 대형차를 선보이는 건 한국 시장의 이러한 특수성 때문이다.
BMW코리아는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모두 3606대가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VIP 승객을 위한 뒷좌석 공간이다. 초대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BMW 시어터 스크린’까지 겸비해 이동 중에도 회의실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오프로더의 아이콘’인 G-클래스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 450 d’를 최근 출시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더 뉴 G-클래스’는 강인한 디자인의 외관과 독보적인 오프로드 특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48V(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더욱 탁월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이와 함께 터치 조작이 가능한 디스플레이와, 오프로드 주행 모드에서 차량 하부 및 전방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는 투명 보닛 등 최신 디지털 요소와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링컨세일즈서비스코리아도 지난 21일 아메리칸 럭셔리카의 정수를 담은 브랜드 베스트셀링 대형 SUV 에비에이터의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링컨 에비에이터’를 한국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2020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에비에이터는 뛰어난 주행 퍼포먼스와 최첨단 안전 편의 사양을 갖춘 럭셔리 SUV로, 링컨의 핵심 브랜드 콘셉트인 ‘고요한 비행(Quiet Flight)’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그니처 모델로 자리잡으며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올해로 출시 35년을 맞은 7인승 패밀리 SUV ‘디스커버리’를 판매 중인 JLR코리아 관계자는 “2010년 초부터 국내 시장에서 SUV를 선호하는 경향성이 나타났다”며 “뉴 디스커버리 2024년형은 35년의 디스커버리 역사와 강인함, 세련미의 헤리티지(유산)를 유지하는 동시에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개선해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더욱 강화했다”고 말했다.
2열 시트는 앞뒤로 160㎜ 슬라이딩 조절 기능과 전동식 리클라인 기능을 갖췄고, 3열 시트 역시 수동 또는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어 모든 승객에게 넉넉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완전히 평평하게 접을 수도 있어 최대 2391L에 달하는 넉넉한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도 지난 5일부터 이틀 동안 강원 양양에서 브롱코 구매 고객을 위한 캠핑 행사를 열었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브롱코의 장점으로 크고 단단한 차체, 오프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감, 특유의 아이코닉한 디자인 등을 꼽은 캠프 참석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브롱코는 포드의 상징적인 정통 오프로드 SUV 모델로, 국내 고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기존 2.7L 모델에 더해 2.3L 엔진 모델을 이번에 새로 들여왔다.
두 모델 모두 6가지 주행 모드(노멀, 에코, 스포츠, 미끄럼틀, 모랫길, 진흙·비포장길)를 통한 강력한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지난 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진화했다”며 “1980∼1990년대 SUV를 디자인할 때는 아웃도어가 중심이 됐지만, 이제는 도심과 아웃도어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한 ‘도심형 SUV’로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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