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 선 말러 ‘영혼의 고백’… 실내악 버전으로 만난다
中 옛시와 서양 음악 결합한 가곡 교향곡
쇤베르크·린 판… 말러 전문가 진솔 지휘
테너 김효종·메조소프라노 정수연 호흡
딸 죽음·심장병 등 삶의 고뇌 고스란히
최우정 작곡가 피리협주곡 ‘환’도 초연
그는 생전 오스트리아에선 보헤미아인, 독일에선 오스트리아인, 유럽에선 유대인이라고 차별과 배제를 겪었다.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다”며 어디에서든 환영받지 못한 이방인 신세를 한탄했을 정도.
하지만 사후에 수많은 ‘말러리안(말러 음악 애호가)’이 생겨날 만큼 음악계 안팎에서 사랑받았다.
이 작품은 장르 성격이 완전히 다른 가곡과 교향곡을 한데 엮은 ‘가곡 교향곡(관현악)’을 양식화한 말러의 최후 역작이자 서양 음악과 동양의 시가 결합된 최초 교향곡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그 음량에 파묻히지 않는 성량의 성악가가 필요한 데다 세상에 대한 한탄과 체념, 회고와 몽상, 고독 등 가사에 담긴 내밀한 정서를 오롯이 전달하는 게 만만치 않아 연주하기가 어렵다.
진솔은 그동안 ‘말러리안 시리즈’를 통해 7개 말러 교향곡을 지휘한 말러 전문가로 꼽히고, 김효종과 정수연도 무대 경험이 많은 실력파 가수들이지만 최근 서울 강남구 세일아트홀에서 만났을 때 “어려운 작품인 데다 처음 해본다”며 부담감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불러본 가곡 중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까다로운 음정과 리듬, 박자 등 기술적인 것들은 물론 가사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도록 신경써야 하는 곡입니다.”(정수연)
‘대지의 노래’는 1907년 빈 국립오페라극장 예술감독직 사임과 큰딸의 죽음, 심장병 진단 등 충격적인 일을 잇달아 겪고 아내와 불화로 사는 게 괴로웠던 말러가 이백, 왕유, 맹호연 등 중국 당나라 시인들의 시 7편에 곡을 붙여 이듬해 완성한 6악장 형식의 가곡 교향곡이다. 1악장 격인 1곡 ‘대지의 비탄에 관한 권주가’(이백)의 ‘황금빛 잔에서 술이 벌써 눈짓을 하고 있구나/ 허나 아직 비우지 말거라…’로 시작해 6곡 ‘고별’(맹호연, 왕유)의 ‘저 머나먼 곳 또한 어디에서든 영원히 푸른 빛깔일 게야. 영원히, 영원히!’로 끝맺는다. 이 중 메조소프라노가 30분 가까이 부르는 마지막 6악장 ‘고별’이 백미다.
‘대지의 노래’는 말러가 작곡한 순서로 아홉 번째 교향곡이다. 말러는 베토벤, 슈베르트, 브루크너, 드보르자크 등이 9번 교향곡 작곡 이후나 작업 중 죽은 게 마음에 걸려 ‘9번’을 달지 않고 ‘대지의 노래’란 제목을 붙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후 9번(10번째) 교향곡 작업 중 세상을 떠나면서 그 역시 이른바 ‘9번 교향곡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번 공연에는 최우정 작곡가가 피리 독주와 실내악 앙상블을 위해 작곡한 피리 협주곡 ‘환’도 초연된다. 조이오브스트링스 예술감독인 이성주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악장을 맡아 연주하고, 한예종 전통예술원 진윤경 교수가 피리 협연자로 나선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나정 측 “손 묶이고 안대, 강제로 마약 흡입”…경찰 조사 후 첫 입장
- 매일 넣는 인공눈물에 미세플라스틱…‘첫방울’이 더 위험?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나 집주인인데 문 좀”…원룸 들어가 성폭행 시도한 20대男, 구속
- “내 딸이 이렇게 예쁠 리가” 아내 외도 의심해 DNA 검사…알고보니 ‘병원 실수’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