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22대 국회는 의제의 '무덤'…비어있는 부분 채워넣겠다"
"22대 국회는 의제의 무덤이다. 극소수의 권력투쟁 의제를 제외하고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의제는 논의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 비어있는 부분을 채워넣고 싶다."
장혜영 전 의원이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서기'를 준비한다. 장 전 의원은 '망원정x'라는 비영리단체를 출범을 예고하며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싶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여성 청년 정치인으로 지난 총선 서울 마포을에 출마했던 장 전 의원은 8.78%의 득표율(1만 839표)로 3위를 기록해 낙선한 바 있다.
장 전 의원은 27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본인의 지역사무소에서 '지역사무소 페어웰 및 이사 비용 마련 파티'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약 1200만 원 정도의 지역사무소 이사 비용 마련을 위해 사무실 내 집기 등을 판매하고, 장 전 의원의 다음 정치적 행보를 소개하는 자리로 지역구민과 지지자를 초대해 '파티' 형식으로 진행됐다.
망원역 2번 출구 뒤편,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상징하는 무지개 네온사인이 켜져있던 장 전 의원의 사무실에는 장애인, 비장애인, 여성, 남성 등 다양한 시민들이 가득찼다. 30평 남짓한 공간에 6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장 전 의원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정의당 양경규 전 의원 등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양경규 전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장혜영이 국회를 떠난 후에, 정의당의 이름이 국회에 지워진 후에 우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고 있다"며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부자감세, 주식투자자 1400만 중 1%도 되지 않는 사람을 위한 세금을 폐지하다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딥페이크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국회에서 이 문제로 대차게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도 "22대 국회에서 청년과 여성을 대변할 목소리가 없다"며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의원에게 많은 위안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 그런 목소리는 안 보이지만 국회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장 전 의원과 격주로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한 토론회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전 의원은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이라는 시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1년 8개월동안 마포구 지역사무소이자 다양한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공간을 닫는다는 쓸쓸함보다는 계절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게 아니라 겨울을 나는 것처럼 다시 시작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장 전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문제가 많다. 그러나 그 외에도 되어야 하지만 되지 못하는 수많은 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망원정 x'라는 새로운 비영리단체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누군가는 해야하는 이야기들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레시안>에 "22대 국회는 의제의 무덤이라고 생각한다"며 "권력에 대한 투쟁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말고도 어떻게 이 시대에 인간적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 공간은 국회다. 시민들은 그 권한을 위임했으나 제대로된 정치적 대화가 전혀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보면 의제가 없었다. 스탠스만 있지 내용이 없는 정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라며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국회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망원정x'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치적 대화를 여는 비영리단체'"라며 "현재 국회와 정치에서 비어있는 부분을 채워넣고 싶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과 함께 그들의 인생과 결부된 정치적 문제에 대한 논의의장을 열겠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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