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WHO 최신권고, 만성 B형 간염 적극 치료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5%에 해당하는 3억 명이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으며 매년 약 82만 명이 B형 간염 관련 질병인 간경화 간암 등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00만 명에서 150만 명이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B형 간염은 간경화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질환이며 B형 간염의 예방과 관리, 치료는 사회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만성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HBV)에 감염되어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간염을 말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대부분 사람은 면역 반응을 통해 바이러스를 제거하지만, 일부 사람은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만성 상태로 진행하게 된다.
만성 B형 간염의 주요 원인으로는 주산기 감염으로 신생아가 출생 시 어머니로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이다. 신생아의 면역 체계는 미성숙해 바이러스가 쉽게 제거되지 못하므로 만성으로 진행될 확률이 매우 높다. 성인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는 급성 간염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성인 감염은 주로 혈액, 성적 접촉이나 오염된 주사기 등을 통해 전파된다.
만성 B형 간염 치료에 대해 올해 발표된 WHO의 새로운 권고사항은 B형 간염의 박멸에 의미를 두고 개정되었다. 그간 만성 B형 간염의 치료는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제는 치료 시작 나이를 12세 이상으로 확대하여 청소년기부터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 권고사항 중 첫째는 12세 이상의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간 섬유화의 정도가 F2 이상이면 (간경화증은 F4) 핏속의 HBV DNA양이나 ALT(SGPT) 수치의 증가와 관계없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하도록 한다. 이는 간 섬유화 정도가 F2 이상이면 간경화증(F4)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라는 의미이다.
둘째는 간 섬유화 정도가 F2 이하라도 핏속 ALT치가 정상 상한치를 넘고 HBV DNA 수치가 2000IU/㎖을 초과하는 경우 모두 치료 대상이 되었다. 이는 HBV DNA의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는 HIV나 C형 간염 또는 D형 간염 동시 감염자, 간암 또는 간경화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거나 장기 또는 줄기세포 이식으로 면역 억제가 오래 필요한 사람, 당뇨병 또는 대사 관련 지방 간 질환을 같이 앓고 있는 사람, 사구체신염이나 혈관염과 같이 간 외 증상을 가진 사람은 핏속 HBV DNA 수치가 양성이면 ALT 수치가 정상이라도 모두 치료하도록 권유한다.
현재 우리나라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항바이러스제 보험(급여) 기준은 HBeAg 양성이면 HBV DNA 수치가 20000IU/㎖ 이상, HBeAg 음성이면 HBV DNA 수치가 2,000IU/㎖ 이상인 만성활동성 B형간염 환자에서 (1) AST(SGOT) 또는 ALT(SGPT) 수치가 80단위 이상이거나 (2) AST 또는 ALT 수치가 40~80단위이면서 간 섬유화 검사상 F2 이상인 환자인 경우다. 그 외 간경화, 간암을 동반한 만성활동성 B형간염 환자일 때는 HBV DNA 수치가 양성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만성 B형 간염 환자 중 현재의 항바이러스제 보험(급여)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 수는 많지 않고 나머지의 많은 환자는 항바이러스제 의료보험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현재의 항바이러스제 급여 기준을 WHO가 권고하는 대로 넓혀야 더욱 많은 환자가 비용 걱정 없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어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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