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청년을 위한다’는 말의 착시효과
부산시는 2023년 5월 30일 부산시의회 입법예고, 6월 1일 부산시 발표를 거친 후 청년 연령을 ‘18세~34세 이하’에서 ‘18세~39세 이하’로 연령 범위를 확대했다. 청년 연령 상향 과정에서 주로 나온 이야기는 ‘전국 지자체 중 청년기본조례 대상 연령 상한이 34세인 곳은 부산을 포함해 세 곳뿐’, ‘들쭉날쭉한 청년 정책 대상 기준 통일’, ‘더 많은 청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청년 인구 유출 방지 방안’ 등이었다. 청년 연령 상한 확대 과정에서 ‘청년이 누구인지,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문제 인식과 필요가 사라진 채 ‘지역 간 비교, 연령 간의 비교’가 유일한 근거로 제시됐다.
물론 이 과정에 청년들의 요구도 존재했다. 청년 연령 막바지에 있어 ‘내년이면 청년이 아니라,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청년정책 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연속 지원의 높은 요구는 현재 청년정책 문제 해결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대상과 문제진단, 해결 방법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몸집만 커지는 형태로 연령 확대가 결정되었다.
대상이 확대되면서 당연히 따라오는 물음이 있다. 그렇다면 예산은? 달라진 기준에 따라 부산 청년 인구는 2023년 기준 63만4168명에서 81만9629명으로 약 20만 명이 증가했다. 예산의 경우 전년 대비 889억 원 증가했다. 전체적인 수치로만 보면, 대상 확대에 따라 예산도 함께 확대된 것으로 보이나, 시행계획을 살펴볼 때 실상은 달랐다.
예산의 증가는 교육 분야의 LINC3, RIS, 글로컬대학30 육성지원 등의 대학지원 사업에 따른 국비 예산이 확대된 것으로, 일자리·참여권리·복지문화 예산의 시비는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거나 줄었다. 늘어난 대상을 고려하면, 청년 정책은 사실상 축소된 것이다. 신규로 유입된 ‘34~39세’를 대상으로 한 신규 정책 또한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청년들이 높은 경쟁률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부산형 기쁨두배 통장 모집 결과 4000명 모집에 6만1969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5.5 대 1에 달했다. 전년 대비 3.4배 증가한 수치다. 작년 대비 연령 확대로 늘어난 대상과 소득 및 근로 기준을 완화한 결과가 높은 경쟁률로 이어진 것이다.
‘청년 팔이’가 아닌 청년 정책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 시장님은 청년들에게 관심이 무척 많으십니다. 청년들을 위해 글로벌 허브 도시도 유치하려고 애쓰고 계시고요….” 지난달 청년 주간에 맞춰 진행된 ‘2024 청년패널 콘퍼런스 - 부산 청년과 청년공간 활용에 관한 연구’ 발표 후, 부산시 청년정책 관계자가 시가 노력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억울함을 담아 남긴 말이다. 글로벌 허브 도시. 아연한 마음과 함께 기시감을 떨칠 수 없었다. 2030 엑스포가 유치되면 청년 문제도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결국 청년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시정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 방법과 무엇이 다른가.
연령 상향의 논의 과정과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모든 지자체가 인구 유출 방지, 지역소멸위기 대응을 위해 앞다투어 청년 연령을 상향했다. 그러나 청년 연령이 높아진 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예측된 문제에 대한 대응도 없다.
청년 정책의 핵심은 사회로의 이행기 과정에서 이탈이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취지로 설계된 정책이기에 30대 중·후반으로 갈수록 청년 정책의 효과는 미비할 수밖에 없다. 대상 범위가 늘었다면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이를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실제 문제 해결이 가능한 방식으로 정책이 작동해야 대상 확대가 의미를 가진다.
요즘 청년을 호명하는 방식, 그에 따른 정책을 보면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말들이 수두룩하다. ‘내가 청년 정책의 대상자가 된다고 해서, 나의 삶은 얼마나 변화했나?’ 나에게도, 주변의 동료들에게도 물어보자.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과 실제 더 많은 청년을 지원하게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청년을 위한다는 말이 실제로는 무엇을,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함께 관심 갖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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