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15> 궁촌을 가다 아낙네를 보고 시 읊은 고려 시대 김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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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끼에 말발굽 젖는 외줄기 산길에(一逕靑苔濕馬蹄·일경청태습마제)/ 매미 소리 끊어졌다 이어졌다 길은 높고 낮네.
/ 가난한 시골의 아낙네는 오히려 생각이 많아(窮村婦女猶多思·궁촌부녀유다사)/ 웃으며 나무비녀 빗고 버들개울에 비춰보네.
'동문선'·'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그의 시 260여 수가 남아 있고, 산문은 '동문선'·'동인지문사륙(東人之文四六)' 등에 60여 편이 남아 있다.
시인은 당시 농촌이나 농민 삶을 그대로 응시하는 시를 많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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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끼에 말발굽 젖는 외줄기 산길에(一逕靑苔濕馬蹄·일경청태습마제)/ 매미 소리 끊어졌다 이어졌다 길은 높고 낮네.(蟬聲斷續路高低·선성단속노고저)/ 가난한 시골의 아낙네는 오히려 생각이 많아(窮村婦女猶多思·궁촌부녀유다사)/ 웃으며 나무비녀 빗고 버들개울에 비춰보네.(笑整荊釵照柳溪·소정형채조류계)
위 시는 고려 시대의 시인인 노봉(老蜂) 김극기(金克己·1150?~1209?)의 ‘길을 가다 지음’(途中卽事·도중즉사)으로, 그의 문집인 ‘김거사집’(金居士集)에 있다. 고려 명종(明宗)조 문인으로 본관은 경주이다. ‘김거사집’은 1220년께 당시 집권자 최우(崔禹)의 명에 따라 김극기의 작품을 모아 한국문학사상 초유의 대규모인 135권으로 간행됐다.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동문선’·‘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그의 시 260여 수가 남아 있고, 산문은 ‘동문선’·‘동인지문사륙(東人之文四六)’ 등에 60여 편이 남아 있다.
그는 인적 드문 산길을 가고 있다. 매미 소리가 끊어질 듯하면서도 이어진다. 외줄기 산길로 험하다. 인구수가 적고 잘 다니지 않았으니 당연히 길이 잘 나 있지 않았으리라. 궁벽한 산골 마을 근처를 지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 될 만큼 궁벽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여인이 보인다. 행색이야 당연히 누추했을 게다. 시냇물에 머리를 감고 있었나 보다. 시인을 보곤 웃음으로 인사하며 나무 비녀로 단정히 머릴 빗는다. 살기 힘들었을 궁촌 여인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따뜻하다. 시인은 당시 농촌이나 농민 삶을 그대로 응시하는 시를 많이 남겼다.
김극기처럼 옛 시인은 길을 가다가 시를 더러 읊었다. 필자는 지금 800km의 길을 걷고 있다. 하루에 평균 25km 이상 길을 걸으며 산골 사람을 만났다. 여러 수의 졸시(拙詩)를 지었다. 물론 시적 대상은 고려나 조선 시대처럼 우리나라 상황은 아니다.
필자는 걷기를 좋아한다. 그리하여 ‘걷는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라고 느낀다. 이제 열흘 걸었다. 아직 3분의 1도 채 걷지 못했다. 평소 걸으며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새롭게 떠올리며 걷는다. 예상한 만큼 걸으며 더 많은 것을 생각해 사유의 넓이와 깊이를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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