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와 시도] 시간여행 ‘환상’을 매개로 냉정한 현실 다뤄…“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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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언제나 떨린다.
첫 장편영화 '파동'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된 이한주 감독은 모든 순간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고, 후회가 성장을 만들어준다는 걸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제29회 BIFF 기간 이 감독을 만난 날은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11월 28일~12월 6일) 주요 초청작이 공개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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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언제나 떨린다. 첫 장편영화 ‘파동’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된 이한주 감독은 모든 순간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부산 출생으로 BIFF를 찾는 소감 또한 남달랐다.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고, 후회가 성장을 만들어준다는 걸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제29회 BIFF 기간 이 감독을 만난 날은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11월 28일~12월 6일) 주요 초청작이 공개된 직후였다. ‘파동’은 ‘새로운 선택 장편’ 부문에 초청된 여덟 작품 중 하나였다. 서울독립영화제 김영우 프로그래머 등은 ‘파동’을 놓고 “끝내 완벽하게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세계를 지켜보는 일은 서글프고, 환영 같은 두 세계가 어스름하게 서로를 느낄 때 도리어 그곳에 강력한 뭔가가 있음을 감지하는 일은 신묘하다”며 초청 이유를 밝혔다.
철도 기관사로 일하는 문영과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상우가 시차를 두고 같은 곳을 방문하면서 ‘이상하고 기묘한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문영은 기관사로서 목격하게 되는 사고사와 후유증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사람들 간 관계도 서먹하다. 어느 날 친구에게서 연락받고 그동안 잊으려 노력했던 고향을 찾는다. 상우는 고향으로 떠난 문영의 흔적을 찾아 그녀가 다닌 곳을 뒤따라 돌아다닌다.
‘기억과 환상의 이중주’는 이 영화의 큰 묘미다. 관객은 주인공들이 같은 장소를 여행하지만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영화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감독은 갖은 어려움 속에서 ‘영화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이 작품을 통해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외출도 작업도 피하고 만남을 멀리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청년 고독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죠. 나와 같은 세대의 친구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고, 당시 무기력에 잠식된 제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어요.”
‘파동’의 주연 박가영 배우와 이 감독의 동생 등이 어둠에 갇혀 있던 그를 양지로 밀어줬다.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작 공모에 응해보자고 한 것이다. 단편 ‘아침이 밝아올 때’가 공모전에 당선됐고, 그는 처음으로 예산을 받아 영화를 촬영했다. 영화 열정이 되살아났다. 그는 앞서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단편 부탁’(2017)과 ‘Making In Busan’(2020) 등을 연출했다. 이번이 첫 장편 연출작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청년들의 심리에 주목하고, ‘주변 사람이 조금 더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했다. 남겨진 사람은 상처받고 또 분노하지만, 결국 후회하고 이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한다는 것이다.
어려움도 많았다. 최소한의 스태프와 제작비로 촬영해야 했다. 좀 더 대중적인 이야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BIFF 때 다양한 피드백을 들었다. “여러 관객과 박인호 평론가 등이 진심 어린 피드백을 해줘 신인 감독으로서 패기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거대 담론을 다루거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아도, 영화가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기억에 남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 이미지는 영화의 서사로 남아 또 다른 의미를 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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