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와 시도] 시간여행 ‘환상’을 매개로 냉정한 현실 다뤄…“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길”

김미주 기자 2024. 10. 2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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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언제나 떨린다.

첫 장편영화 '파동'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된 이한주 감독은 모든 순간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고, 후회가 성장을 만들어준다는 걸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제29회 BIFF 기간 이 감독을 만난 날은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11월 28일~12월 6일) 주요 초청작이 공개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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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한국영화 기대주 ③ ‘파동’ 이한주 감독

시작은 언제나 떨린다. 첫 장편영화 ‘파동’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된 이한주 감독은 모든 순간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부산 출생으로 BIFF를 찾는 소감 또한 남달랐다.

영화 ‘파동’을 만든 이한주 감독.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고, 후회가 성장을 만들어준다는 걸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제29회 BIFF 기간 이 감독을 만난 날은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11월 28일~12월 6일) 주요 초청작이 공개된 직후였다. ‘파동’은 ‘새로운 선택 장편’ 부문에 초청된 여덟 작품 중 하나였다. 서울독립영화제 김영우 프로그래머 등은 ‘파동’을 놓고 “끝내 완벽하게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세계를 지켜보는 일은 서글프고, 환영 같은 두 세계가 어스름하게 서로를 느낄 때 도리어 그곳에 강력한 뭔가가 있음을 감지하는 일은 신묘하다”며 초청 이유를 밝혔다.

영화 ‘파동’ 한 장면.


철도 기관사로 일하는 문영과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상우가 시차를 두고 같은 곳을 방문하면서 ‘이상하고 기묘한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문영은 기관사로서 목격하게 되는 사고사와 후유증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사람들 간 관계도 서먹하다. 어느 날 친구에게서 연락받고 그동안 잊으려 노력했던 고향을 찾는다. 상우는 고향으로 떠난 문영의 흔적을 찾아 그녀가 다닌 곳을 뒤따라 돌아다닌다.

‘기억과 환상의 이중주’는 이 영화의 큰 묘미다. 관객은 주인공들이 같은 장소를 여행하지만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영화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감독은 갖은 어려움 속에서 ‘영화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이 작품을 통해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외출도 작업도 피하고 만남을 멀리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청년 고독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죠. 나와 같은 세대의 친구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고, 당시 무기력에 잠식된 제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어요.”

‘파동’의 주연 박가영 배우와 이 감독의 동생 등이 어둠에 갇혀 있던 그를 양지로 밀어줬다.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작 공모에 응해보자고 한 것이다. 단편 ‘아침이 밝아올 때’가 공모전에 당선됐고, 그는 처음으로 예산을 받아 영화를 촬영했다. 영화 열정이 되살아났다. 그는 앞서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단편 부탁’(2017)과 ‘Making In Busan’(2020) 등을 연출했다. 이번이 첫 장편 연출작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청년들의 심리에 주목하고, ‘주변 사람이 조금 더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했다. 남겨진 사람은 상처받고 또 분노하지만, 결국 후회하고 이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한다는 것이다.

어려움도 많았다. 최소한의 스태프와 제작비로 촬영해야 했다. 좀 더 대중적인 이야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BIFF 때 다양한 피드백을 들었다. “여러 관객과 박인호 평론가 등이 진심 어린 피드백을 해줘 신인 감독으로서 패기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거대 담론을 다루거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아도, 영화가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기억에 남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 이미지는 영화의 서사로 남아 또 다른 의미를 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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