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 2주기 앞둔 주말, 이태원·홍대 가보니…

이예림 2024. 10. 27. 19: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 바리케이드, 경찰이 인파 관리… 안전사고 없었다
코스프레 차림 시민들로 ‘북적’
警·지자체 안전 관리·감시 총력
인파 안내 전광판서 ‘혼잡’ 경고
시민들 “통행 관리돼 훨씬 안심”
참사 현장엔 추모 공간… 묵념·애도
행안부, 사고 우려 지역 일제 조사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의 세계음식문화거리. 핼러윈(31일)을 앞두고 이곳 거리에는 형형색색 코스프레 차림을 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대의 좁은 골목마다 새로운 인파가 끊임없이 유입되거나 빠져나가는 가운데 클럽에서는 ‘쿵쿵’ 거리는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원활한 통행을 위해 골목마다 우측통행을 유도했지만, 때때로 춤을 추거나 카메라로 영상을 찍는 시민 등이 멈춰 서면서 혼잡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코스프레 차림으로 이태원을 찾은 김소영(31)씨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며 “친구들과 계속 조심하자고 얘기하면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핼러윈 기간에 이태원을 처음 방문했다는 이승재(22)씨도 “참사 때문에 놀러 오는 게 조금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오늘은 친구들이랑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참사 현장에 놓인 희생자 사진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핼러윈 참사’ 2주기를 앞둔 27일 참사가 발생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꽃다발이 놓여 있다. 이재문 기자
핼러윈 참사 2주기를 앞둔 주말 서울 이태원과 홍대 일대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자정을 전후로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혼잡한 양상을 보였지만, 지자체 등의 통제 덕에 안전사고가 우려될 정도의 위험한 상황은 감지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11시가 지나자 이태원의 클럽 입구에는 20m 넘게 늘어선 줄이 골목 한편을 차지했다. 인파 감지 시스템 안내 전광판에 뜬 초록색의 ‘보행 원활’ 표시는 순식간에 황색으로 바뀌며 ‘혼잡’을 경고했다.

안전관리기본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맞는 핼러윈인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안전관리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날 200m 남짓한 세계음식문화거리엔 인도 한가운데를 가르는 110여개의 빨간색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보행자들의 우측통행을 유도했다. 4~5개의 바리케이드마다 배치된 경찰과 구청 직원들은 “돌아서 줄 서서 들어가세요”를 연신 외치며 인파를 양쪽으로 나눠 통행하도록 했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에서 경찰 기동순찰대가 핼러윈 데이 다중밀집 예방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거리 클럽 라운지에서 일하는 정모(27)씨는 “지난해보다 사람이 두 배 더 왔다”면서도 “사람들이 섞이지 않고 오른쪽 왼쪽 나뉘어서 다니니까 훨씬 안정돼 보인다”고 말했다.

2년 전 참사 현장인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엔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참사 당시 이 골목에는 극심한 인파가 몰리면서 158명이 숨졌는데,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이 골목을 우회하면서 한적한 모습을 보였다. 골목에는 희생자 사진을 비롯해 국화, 소주, 와인, 바나나우유, 과자 등이 놓였다. 몇몇 시민들은 이곳을 찾아 조용히 묵념하며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인근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A씨는 “가끔 추모를 위해 음식을 사 가는 사람이 있다”고 추모 분위기를 전했다.

이태원과 함께 핼러윈 명소로 꼽히는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에도 이날 인파가 몰렸다. 여자친구와 함께 홍대를 찾은 김민재(23)씨는 “아직도 참사 당시 코스튬 입은 사람들이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장면이 생생하다”면서 “이태원은 조금 부담스러워서 홍대에 왔다”고 말했다. 이날 홍대 일대는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서 오후 7∼8시 기준 9만8000여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오후 10시를 기점으로 8만~8만2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며 ‘약간 붐빔’ 수준을 보였다.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을 찾은 시민이 가면을 머리에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대거리 일대에도 50여개의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우측통행을 유도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과 소방, 구청 등 관계자 100여명은 경광봉으로 통행 흐름을 관리했다. 이곳을 지난 이모(23)씨는 “바리케이드가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사람이 몰렸을 때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한쪽으로만 이동하니까 동선이 엇갈려 어깨 부딪히는 일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홍대 인근에 오토바이나 개인형이동장치(PM) 등이 다니면서 시민 안전을 위협하기도 했다. 몇몇 차량들은 경찰이 없는 틈을 타 ‘안전콘’을 치우고 진입하기도 했다. 자율방범대로 참여한 B씨는 “우측통행을 부탁해도 먼저 쌩하니 가 버리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인파 흐름을 방해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킥보드는 제자리에 세우고, 안전요원 지시에 잘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 5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열고 참사 2주기를 추모했다. 추모대회는 오후 6시34분 시작했는데, 2년 전 참사 당일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각이다. 이들은 보라색 조끼와 풍선, 리본 등을 소지하는 식으로 희생자를 추모했다. 유족들은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원불교·기독교·천주교·불교 4대 종단과 함께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기도회도 가졌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참사로 딸을 잃은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더 이상 이 나라에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 소통 공간인 ‘별들의 집’은 다음달 3일 서울 광화문 경복궁 인근의 한 민간빌딩 1층으로 이전한다. 지난 6월 서울시청 근처 중구 을지로 부림빌딩에 입주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핼러윈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지자체 관할 지역축제, 공연, 대규모점포 등 다중운집 인파 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 각종 현장에 대한 일제 조사에 나선다.

이예림·윤솔·구윤모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운영원칙에 따라 타임톡을 닫습니다.

타임톡 운영원칙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