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접촉면 넓히는 예술…창작 영감 싹틔우며 시너지
- 시민은 예술에서 직접 효과 얻고
- 작가는 새로운 자극 받아 도움
- 예술의 도구화 우려도 크지 않아
- 세계는 참여예술 확장이 추세
- 부산, 다양한 자원 발굴에 역점
- 사회참여예술 컨벤션도 열려
지난 두 달 동안 국제신문 문화라이프부는 사회참여예술(Socially Engaged Arts) 현장을 찾아다녔다. 일단, 그 현장은 활력이 있었다. 가는 곳곳이 활기차게 돌아가니 취재가 재미있었다. 동시에 그런 활력과 재미는 사회참여예술이 우리 사회에서 선명한 흐름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잘못 짚지 않았다’는 확신은 취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렷해졌다.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사회참여에술을 원한다.
지난 9월 4일 자 국제신문 1면과 3면에 나간 이 시리즈 프롤로그에서 사회참여예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예술이 확장한다. 최근 몇 년 새 확연히 느끼는 흐름이다. 여기서 ‘확장’은 예술 내부의 실험과 융합 경향만 뜻하지 않는다. 예술이 울타리를 넘어 ‘사회’와 만나 접촉면을 넓혀 나가는 경향을 말한다. 예술이 돌봄을 만나고, 복지와 결합하며,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고, 장애인과 함께 가며, 나이 듦·세대 갈등·공동체 등 지역사회 문제·과제 해결 최전선으로 간다.”
그런데 두 달에 걸쳐 매주 한 차례 ‘사회참여예술 시대’를 연재하며 몇 가지 더 느꼈다. 첫째 예술가와 시민은 사회참여예술 현장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시민은 예술에서 효능감을 얻고, 예술가는 시민과 만나며 영감(inspiration)을 받는다.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둘째 사회참여예술이 어떤 방향, 어떤 분량으로든 예술의 도구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고 애초 우려했으나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사회참여예술 속에서도 예술은 수단이 아니었다. 목적이었다. 셋째 세계는, 특히 선진국은 사회참여예술 흐름 위에 올라가 있다.
넷째 부산에서는 사회참여예술을 펼칠 ‘자원’이 계속 발굴되며 연결되고 있다. 부산의 사회참여예술이 전부 부산문화재단을 매개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원래 오래전부터 흐름과 실체가 있었다. 부산 문화예술 정책·시책의 컨트롤 타워이며 공공 기관인 부산문화재단이 최근 몇 년 이 부문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자원(예술단체 또는 개인 예술가)이 더 많이 발굴되고 연결되기 시작했다.
▮꾸준한 준비, 확실한 계기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이사를 지난 23일 부산 남구 감만창의문화촌 부산문화재단에서 만났다.
이미연 대표는 “6년 전께부터 부산문화재단은 무지개 사업 등 문화의 다양성을 지역사회에서 더 잘 구현하는 사업을 강화했다. 그 뒤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등과 함께 장애예술인 시책을 활성화하고, 어르신의 고독이나 관계 단절에 예술로 다가가는 시책을 다듬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부산문화재단이 올해처럼 ‘사회참여예술 국제 컨벤션’을 여는 단계로 오기까지 나름의 노력을 거치며 쌓은 역사가 있다는 뜻인데 이 대표는 “당시 본부장이었는데 때때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었다”며 “그런 과정이 쌓이고 2019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부산문화재단 등이 함께 영국에 가서 사회참여예술 현황을 참관한 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떠올렸다.
영국에서 보고 배워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를 집어삼켰다. 모든 사람이 고립돼 버린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예술에게도 뭔가 새로운 요청을 해왔다. 예술이 자기 틀 안에만 머물지 말고 밖으로 나와 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만나줄 것을 요청했다. 돌봄 노인 병원예술 기후위기 문화예술교육…. 예술이 결합할 수 있는 대상은 많았다. 사회참여 길은 더 활짝 열렸다.
▮“결국, 예술에도 도움”
이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생각합니다. 한 도시가 지속가능하려면 시민이 도시를 지킬 힘이 있어야죠. 그 힘은 내가 사는 곳이 행복하고 살 만한 곳이라는 긍지에서 나옵니다. 그런 긍지는 연대하는 힘으로 나타나겠죠. 이는 포용으로 수렴됩니다. 포용력이 큰 도시가 되는 것이죠. 예술이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사회참여예술에는 포용예술도 포함되고요.” 그의 설명은 부산에서 사회참여예술 시책이 더 활발해질 수 있음을 내다보게 했다.
부산문화재단 조정윤 생활문화본부장은 최근 재단의 사회참여예술과 관련한 사업을 주도했다. 그는 색다른 관점도 있음을 소개했다. “사회참여예술은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지난달 초 사회참여예술 컨벤션(부산문화재단 주최)에 왔던 스코틀랜드 전문가 등의 발표 등을 참고해도 이는 확연합니다.” 그가 들려준, 에든버러 페스티벌로 엄청나게 유명한 지역인 스코틀랜드의 경우 예술단체가 공적 지원을 얻기 위한 지원서를 쓸 때 EDI라는 기준이 중요하게 적용된다. 조 본부장은 “E는 Equity(형평·공정), D는 Diversity(다양성), I는 Inclusion(포용성)이다. EDI를 갖춰야 공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와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데는 관객을 늘리고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해 공연예술을 진흥한다는 목적 또한 있다”고 했다.
▮조용한수다 김석휘 대표
올해 부산의 사회참여예술 현장에서 열심히 참여해 일한 예술가·기획자 그리고 부산문화재단 담당자도 만나보았다. 예술단체 조용한수다를 이끄는 김석휘 대표가 들려준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2013년 창단해 장애인과 함께하는 장애예술을 공연 부문에서 펼쳐왔습니다. 수어예술교실, 뮤지컬 등 수어 퍼포먼스 등을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진행합니다. 전국에도 드문 단체일 겁니다.”
조용한수다는 올해로 3년째 부산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수행한다. 현재는 부산 중구 영주동에서 산복도로 어린이들이 음악으로 자기를 표현하면서 자신만의 음원을 발매토록 돕는 프로그램을 한다. 그는 “우리 팀에는 대중음악 바탕의 대중예술인이 많이 참여한다. 이들이 문화예술교육에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며 거치는 내면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동네 주민이 툭 던지는 말이 영감과 용기를 줄 때도 많다”고 설명했다.
▮문화기획가 우동준 씨
문화기획가 우동준 씨는 올해 부산문화재단이 여러 현장 예술단체와 함께 마련한 병원예술(Hospital Art) 활동을 기록하는 일을 한다. 수강생 인터뷰도 꼼꼼히 진행하기에 병원예술 프로그램 내용을 잘 안다. 정신병원인 다움병원은 예술을 환자 치유·치료에 진지하고 꾸준하게 반영한다.
우동준 씨는 “이곳 프로그램에서 수강생들(환자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빠져드는 모습을 본다. 그 자체가 예술의 힘인 듯하다. 예술가와 강사의 유대감도 발달한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는 이미 많은 예술문화 프로그램이 원래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런데 예술가가 이런 프로그램을 꾸려 좀 더 체계 있고 꾸준하게 펼칠 때 효과는 확연히 커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수강생(환자)들은 ‘예술가’와 ‘강사’를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 예술가는 뭔가 더 열심히 하며 더 깊이 소통하고 태도가 진지한 사람으로 느낀다는 뜻이다.
부산문화재단 강은정 과장과 김미지 대리는 “현장에서는 이들 프로그램의 효과를 실감한다. 물론 현실적 어려움도 있지만, 부산문화재단 같은 공공 영역 기관이 병원예술(Hospital Art) 등 사회와 예술가를 매개하는 일은 꼭 필요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부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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