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망언잔치`와 `이재명·김건희 정쟁`만 남은 국감…대안없나

김세희 2024. 10. 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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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野 김여사 의혹 등 집중 공세에
李대표 부부 의혹으로 진흙탕 반격
"정치양극화 해소 안되면 양태 반복"
24일 오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22대 첫 국정감사는 '망언'과 '이재명·김건희 정쟁'만 남겼다. 이들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잡아먹었다. 정작 필요한 민생과 정책 관련 질의는 찾기 힘들었다. 시민단체는 이번 국정감사가 2016년 이후 '최악'의 국감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여야는 이번 국감 내내 거론됐던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았다.

야권은 각 상임위에서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디올백 수수사건, 공천개입 사건, 대통령실 관전 이전 논란 등을 두고 공세를 펼쳤다. 김 여사를 비롯 모친인 최은순 씨, 김영선 전 의원, 명태균 씨, 김태영 21그램 대표 등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들이 감사에 불참하자,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에선 동행명령장도 대거 발부했다. 총 27건(동일 인물 중복 발부 포함)으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4년간 발부된 건 수(14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지난 21일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감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영부인인 김 여사에게 동행명령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여당은 이 대표의 수사 상황과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법카 의혹'으로 반격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재난기본소득 등도 공세를 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인 딸 문다혜 씨가 제주도에서 불법 숙밥업을 했다는 의혹도 도마위에 올랐다.

다만 숫적 열세로 관련 증인을 채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들은 상임위에서 이 대표와 관련한 대장동 사건의 유동규씨, 권순일 전 대법관, 남욱 변호사 등을 직접 부르려 했으나 채택에 실패했다. 문다혜씨 역시 증인으로 부르지 못했다.

망언과 돌출발언도 적지 않게 나왔다. 특히 피감기관장들이 적지 않게 망언을 한 장면이 포착됐다. 박지향 동북아역사대단 이사장은 11일 국회 교육위 국감에서 "(지금) 한국 국민 수준이 1940년대 영국만 못하다"는 이전 발언을 고집하다가 야당 의원들의 비난을 샀다. 앞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일 환노위의 노동부 국감에서 '일제시대 선조 국적은 일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다 퇴장당했다. 오래전부터 뉴라이트 역사관 발언으로 논란에 올랐던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일 행안위 국감에서 '5·18 북한 개입설'을 언급했다. 24일 국회 과방위의 방통위 국감에선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이 정회 중 욕설을 한 것이 드러나 국회 상임위가 국회모욕죄로 김 직무대행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자극적인 정쟁과 막말·고성이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잡아먹으면서, 민생 정책 관련 이슈는 완전히 밀려나 버렸다. 최대 현안인 의료대란과 고물가, 안보 이슈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내년도 예산 국회를 앞두고 지역 현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할 의원들도 준비해 온 질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구·TK(대구·경북)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지역구의 경우 중앙현안도 중요하지만, 지지부진한 지역 현안 사업을 풀어달라는 요구도 만만치 않게 들어온다"며 "예산국회도 똑같이 김 여사, 이 대표로 뒤덮힐까 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1998년 이후 매년 국감을 평가해 온 시민단체 '국정감사 NGO(비정부기구) 모니터단'은 12일 동안 국감에 대해 'D 마이너스' 평점을 줬다. 이는 2016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파행됐던 20대 국회 이후 가장 낮은 점수다.

정쟁에 몰두하느라 출석한 피감기관 관계자와 증인들을 '병풍' 취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모니터단에 따르면, 22일까지 630개 피감기관 관계자가 국감장에 출석했지만 209개 피감기관(33.2%)은 한 차례의 질문도 받지 못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은 이상 현재와 같은 국감양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경제를 걱정한다면 '윤 대통령 탄핵 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하고, 국민의힘은 '김건희 국감'에만 대응하는 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여당답게 정책국감을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게끔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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