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소수자 혐오·차별’ 대규모 도심 광장 집회, 개탄스럽다
기독교 단체들의 대규모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가 27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개신교 임의단체인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 남대문~광화문 세종대로 차로를 대부분 차지한 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동성결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외쳤다. 주최 측은 이 행사를 ‘예배’ ‘기도회’라고 했지만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집회에 가까웠다.
누구나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다. 그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의사 표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광장에서 집단으로 표출한 의견은 약자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 차별금지법이 ‘성병 에이즈를 확산시킨다’거나 성소수자를 특권화해 ‘다수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한다’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차별과 혐오는 소수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 인류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 이후 누구나 차별 없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최소한의 합의를 이뤘다. 그런 점에서 어떤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이 광장에서 표출되는 모습은 문명사회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동성커플 피부양자 인정이 인구소멸을 앞당긴다’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도 많았다. 젊은이들이 결혼·출산을 하지 않는 데는 여러 구조적 요인이 있다. 성소수자 탓을 할 일이 아니다. 그럼으로써 진짜 문제에는 눈을 감게 하는 것 아닌가. 가장 개탄스러운 대목은 정치인의 축사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낮은 자를 섬기는” 기독교 정신, “약자와의 동행”을 얘기하면서도 이날 모인 기독교인들의 생각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에게 ‘낮은 자’ ‘약자’는 누구인가.
유감스럽게도, 이 자리에 모인 기독교인들의 우려와 달리, 동성혼 합법화나 차별금지법 제정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쏟을, 유일하게 유의미한 정치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은 개신교계 눈치를 보느라 갈수록 입장이 후퇴하고 있다. 마지막 보루인 국가인권위원회마저 극우 개신교도가 접수한 뒤 차별금지법 반대 의견을 내는 판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집회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퇴행을 보여줬다. 기독교인의 생각이 모두 같진 않을 것이다. 기독교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불평등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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