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윤종신 등 ‘빅모델’까지 총동원…수성 나선 은행, 반전 노리는 증권사
실물이전 제도 31일부터 시행에 금융권 들썩
은행 ‘서비스·홍보 강화’…아이유·윤종신·안유진 광고
증권, 수익률 앞세워…ETF등 거래 인프라 강점 내세워
[이데일리 정병묵 최정훈 기자] 이달 31일 400조원 규모 시장의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앞두고 금융업권과 금융 소비자들 모두 들썩이고 있다. 금융사들은 새로운 제도를 ‘머니 무브’ 기회로 만들기 위해 고객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금융사의 경쟁을 지켜보며 한 푼이라도 내 돈을 불리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자금 이탈 우려가 큰 은행권은 대표 모델까지 총동원하고 있고 집토끼를 지켜야 할 보험업계와 신규 고객유치를 통해 퇴직연금의 새로운 강자로 나서겠다는 증권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각자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전체 적립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은 자칫 고객을 빼앗길라 다양한 상품을 마련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등 고객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퇴직연금 실물이전 금액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경품을 증정하는 ‘우리 퇴직연금 실물이 낫네’ 이벤트를 선보였다. 우리금융 광고 모델인 ‘아이유’가 등장하는 광고도 내놨다. 이번 광고는 퇴직연금에 대한 세대별 다양한 고민과 궁금증을 아이유가 해결해준다는 내용이다.
신한은행도 개인형 IRP(퇴직계좌) 계좌를 신규 개설하고 타 금융회사 IRP 계좌 보유자산의 실물이전을 사전예약 신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선착순 1만명에게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IRP 실물이전을 완료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 신세계 1만원 상품권도 제공한다. 신한은행도 가수 윤종신가 배우 이정하를 앞세운 광고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3일 ‘KB퇴직연금 1: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시행했다. 퇴직연금 전용 고객센터를 통해 자산관리 전문가와의 1 대 1 전화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11월까지는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방문해 은퇴·노후 자산관리 상담을 완료한 모든 고객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퇴직연금은 보수적 운용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상품이 아닌 데다 가입자 대부분이 적립금 운용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ETF 같은 상품 거래 인프라가 갖춰진 증권사가 실물 이전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ETF는 은행 연금 계좌에서는 100~170여개의 거래를 할 수 있고 증권사에서는 최대 700개까지 투자할 수 있다. 또 은행은 예약매매처럼 미리 주문을 넣어 해당 가격으로 나중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증권사에서는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은행 다음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증권 등 금융투자업계는 신규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일인 31일 DC형이나 IRP 계좌에 가입하고 100만원 이상 순입금할 경우 56가지 전염성 질병에 대한 보험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실물이전과 관련해 상담을 진행하거나 실물이전을 마친 후 일정 금액을 유치하면 경품을 제공하는 곳도 다수다. 삼성증권은 IRP 금액에 따라 경품을 지급하는데 특히 타사 연금 이전액은 두 배로 인정해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고민하는 고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연금저축 300만원 이상 순입금한 고객에게 경품을 제공하는데 ISA 만기자금을 전환입금하면 입금액을 2배로 인정한다. 하나증권은 내년 1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12월 31일까지 퇴직연금 실물이전 알림 받기를 신청하면 커피 쿠폰을 제공한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금융투자(증권) 업권이 7.1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은행(4.87%), 손해보험(4.63%), 생명보험(4.37%) 순이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높은 실적배당 상품과 위험 추구 상품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타 업권보다 수익률이 높다”며 “은행권이 잇달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수익성 있는 상품을 늘리는 이유도 이를 경계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을 계기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을 계획 중인 생명보험사도 준비가 한창이다. 삼성생명은 내년 4월까지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이 기간에 서비스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전국 34개 고객플라자에서 퇴직연금 상담과 업무 서비스를 담당하는 퇴직연금 고객센터를 설치했다. 또 디폴트 옵션 전용 등 상품라인업을 확대하고 SNS채널과 메일을 활용해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등 비대면 서비스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언번들계약, 상품제공업무 외 신탁계약까지 실물이전 서비스 영역을 늘릴 예정이다. 퇴직연금 컨설턴트가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는 ‘클리닉데이’와 함께 직장인 고객을 위한 퇴직연금과 재테크 상담을 병행하는 한편 비대면 앱 서비스 편의성도 개선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퇴직연금 전담 컨설턴트 1 대 1 상담 서비스, 수익률 관리고객 대상 아웃바운드 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 퇴직연금 전용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며 연금 수령 솔루션과 관련한 고객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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