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아파트 '깡통전세' 주의보

전세가율 '껑충'…대전, 충남·북 대부분 70%↑, 일부 80%대
부동산 경기 침체·전세가격 하락 영향 "전세사고 예방해야"

대전일보 DB

충청권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깡통전세' 위험 수준을 넘어서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택시장 침체 속 전세값보다 매매가격이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임차인의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아파트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지역은 총 19곳이다. 최근 1년간 동일 단지의 매매·전세 실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값이다. 19곳 가운데 경기 이천(81.1%)을 제외한 18곳이 비수도권 지역이었으며, 가장 전세가율이 높은 곳은 경북 울진(90.8%)이었다.

충청권에서는 충북 청주 상당구(82.6%)·서원구(83.2%)·청원구(81%), 보은(82.9%), 충남 보령(81.5%), 서천(81.7%) 등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가율 기준을 70%로 낮추면 충북 영동과 충남 예산, 대전 유성구를 제외한 대전, 충남·북 전 지역이 해당됐다.

통상 전세가율이 70%를 넘으면 깡통전세 '주의', 80%를 넘으면 '위험'으로 판단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전과 충남·북 등 충청권 전 지역이 깡통전세 주의 단계를 넘어선 셈이다. 깡통전세는 주택담보대출 금액과 전세보증금이 해당 주택의 실제 가치와 거의 동일하거나 또는 오히려 더 높은 상태일 때를 의미한다. 집값이 하락하거나 부동산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전세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지급한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지역에서는 아파트 '몸값'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비싼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충남 서산 A 아파트 전용면적 58㎡ 매물은 지난 1월 8500만 원에 매매됐으나 다음 달인 2월 9000만 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천안 B 아파트 전용 39㎡ 매물은 지난 1월 7700만 원에 매매된 이후 지난 3월 8000만 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이처럼 충청권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의 높은 전세가율은 침체된 부동산 경기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값은 현재 사용가치를 바탕으로 형성되고 매매가격은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만큼 아파트의 가격 상승 호재 등 미래가치 수준이 현재 사용가치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세값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점도 전세가율을 높인 요소로 꼽힌다.

대전과 충남 아파트 매매가는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꾸준히 하락 추세다. 충북의 경우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 8월 전달 대비 0.08% 높게 책정된 이후 지난달 다시 -0.02%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세값은 여전히 고점을 유지 중으로, 1년 전보다 작게는 1000만 원 높게는 1억 원가량 오르면서 전세 거래절벽이 만들어진 상태다. 지역 업계에서는 높은 전세가율이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 등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국적으로 전세가율이 오르는 추세이나 특히 충청권 상황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 경기 침체를 직격탄으로 맞는 모습"이라며 "깡통전세 피해를 예방하려면 적어도 시세의 70%가 넘는 전세 물건은 피해야 한다. 여러 매물을 확인하며 시세를 확인하고 신중히 고민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