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주일연합예배 "사회와 교회, 서로 다른 교회개혁의 과제 제시"

CBS노컷뉴스 천수연 기자 2024. 10. 2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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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7주년 기념주일 예배 일산은혜교회에서 열려
설교 전한 배덕만 교수 "신뢰도 21% 한국교회, 무엇을 성토하나?"
"사회는 교회 이기주의, 목회자 윤리, 불투명한 재정 지적하는데,
교회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만 목소리 높여"
"한국교회, 루터의 개혁정신 아닌 인간루터의 오만함 따라가는 듯"
"성령과 성경에 근거해 권력에 굴하지 않고 개혁을 촉구한 루터에게로 돌아가야"
예배 참석자들 한국교회와 나라 위한 회개기도 드려

종교개혁주일 507주년을 맞아 27일 경기도 일산은혜교회에서 종교개혁주일일 연합예배가 열렸다.

종교개혁주일은 독일의 사제이자 신학자였던 마르틴 루터가 당시 교회의 면죄부 판매에 반발하면서 95개조의 반박문을 비텐베르크성당에 게시했던 날을 교회개혁의 기점으로 보고 이를 기념하는 주일이다.

일산은혜교회에서 열린 종교개혁주일 연합예배는 시편85편 10절을 주제성구로 '사랑과 진실이 만나고, 정의는 평화와 서로 입을 맞춘다'라는 주제 아래 교회개혁실천연대와 느헤미야교회협의회, 성서한국이 공동 주관해 진행됐다.

예배에는 2백여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참석해 한국교회가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로 새로워지길 염원했다.

설교를 전한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아 원장, 백향나무교회)는 "종교개혁 507주년을 기념하고 있지만 종교개혁은 한 번도 종결된 적이 없다"면서, 개혁은 계속 진행중인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사회와 교회가 서로 다른 교회개혁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배 교수는 "신뢰도 21%인 한국교회를 향해 사회는 교회의 이기주의, 목회자의 윤리, 불투명한 재정사용,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지적하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동성애, 페미니즘, 차별금지법, 비혼주의, 저출산에 대해서만 성토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때문에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분노가 오히려 한국교회를 수렁으로 끌고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 교수는 한국교회가 루터를 기념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는 루터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유산이 아닌, 인간 루터의 한계와 그의 오만함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 교수는 "루터는 평신도에게 성경을 돌려주고, 믿음의 가치, 은총의 중요성, 평신도의 가치를 알리는 업적을 이루었지만, 종교개혁 이후 자신과 생각이 다른 동료들의 의견에 귀를 막고 단절했으며, 시대적으로 억압받던 농민들을 지지하는 대신 자신의 정치적 뒷배였던 귀족들의 편에 서고. 특히 사회적으로 가장 연약하고 소외되고 배제됐던 유대인을 유럽사회에서 쫓아내는데 앞장섰다"고 루터의 이면을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진정한 종교개혁의 후예가 되려면, 이같은 루터의 오만과 한계, 실수에서 돌이켜야 한다"면서 "성령과 성경, 지성과 양심에 근거해 교황 권력에 반발한 루터, 황제의 권력 앞에서도 개혁사상을 끝까지 철회하지 않았던 행동하는 지성으로서의 루터, 만인사제설을 주장하며 평신도 개혁을 촉구했던 예언자적 루터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배 참석자들은 공동기도문을 통해 "왜곡된 신학을 바로잡고, 신학이 권력의 시녀 노릇하던 것을 비판했던 종교개혁 당시 신앙인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마음"이라고 밝히며, 한국교회와 나라를 위한 회개기도를 드렸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성경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인 사랑으로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의 온상이 되어버렸다"면서 한국교회의 죄를 회개하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걸림돌이 되어버린 교회에 그리스도의 공의를 세워주시길" 간구했다.

또 이스라엘과 러시아 등 지구촌 곳곳의 전쟁이 속히 멈추길 기도하면서, 긴장감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가 임하길 기도했다.

특히 이틀 뒤인 이태원참사 2주기를 앞두고 "사회적 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임하고, 유가족들의 억울함에 함께 소리치는 한국교회가 되길" 기도했다.

이태원 유가족으로 예배에 참석한 임현주 씨(고 김의진씨 어머니)는 "아들과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진 지 오늘로 730일이 된다"면서, 여전한 슬픔을 내비쳤다.

임 씨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공감과 연대를 당부했다. "159명이 인파관리 실패로 사망했는데, 아직도 이들의 억울함을 규명하지 못하고, 정무적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다"면서 "159명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유가족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안전한 사회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같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개신교계 50여개 단체는 내일(28일) 저녁 7시 이태원참사 추모공간인 별들의 집(서울 중구)에서 참사2주기 기억과 추모의 그리스도인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한편,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목사는 "당초 종교개혁주일 연합예배는 '타락한 교회가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참회하는' 종교개혁정신을 한국교회가 기억하길 바라는 취지로 마련한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 생명의 가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가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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