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트럼프 마지막 조사도 동률 ‘초박빙’ [2024 미국 대선]

홍주형 2024. 10. 2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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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D-8, ① 여성표 결집 ② 흑인·라틴계 표심에 막판 승부 갈린다
NYT 여론조사 48% vs 48%
표심잡기 주말 유세 총력전
해리스 “낙태는 권리” 여심에 올인
트럼프 “중동 평화” 무슬림표 공략
중동전쟁 격화… 민주당 텃밭 출렁
‘블루월’서 아랍계표 이탈 ‘적신호’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유불리’ 주목
경합주 할퀸 허리케인 대응도 변수

다음달 5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까지 동률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현재 남은 일주일여의 시간 동안 몇 가지 변수가 선거 결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2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20∼23일 전국 유권자 2516명 대상, 오차 범위 ±2.2%포인트)에서 두 후보의 전국 단위 지지율은 48% 대 48%로 동률이었다. 여성 유권자는 54% 대 42%로 해리스 부통령을 더 지지했으며, 남성 유권자는 55% 대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미국 언론의 여론조사 중 가장 공신력 있는 조사로 꼽히는 NYT·시에나대의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7월 선거전에 뛰어든 이후 전국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쭉 앞서왔지만, 마지막 조사에선 동률을 기록하게 됐다. NYT는 이번 조사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고무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엔 누가 웃을까… 11월5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접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6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이 미시간주 캘러머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같은 날 미시간주 노비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캘러머주·노비=AP연합뉴스
이번 미국 대선은 선거를 3달 앞두고 후보가 바뀐 초유의 대선이다. 막판에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초박빙의 선거를 이어왔다. 어떤 변수가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지 알기 어렵다. 하나의 변수를 꼽기는 어렵지만, 몇 개의 변수가 선거 막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선거 막판 후보들의 동선을 보면 각 캠프가 어떤 것을 변수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첫째는 재생산권(낙태권)을 중심에 둔 여성표의 향방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5일 텍사스 휴스턴을 찾았다. 자신의 유세 주제가 ‘프리덤’을 부른 가수 비욘세, 비욘세의 어머니 티나 놀스와 함께다. 선거를 앞두고 하루가 바쁜 시간에 경합주도 아닌 공화당의 텃밭 텍사스, 그것도 그 중심인 휴스턴을 찾은 것은 텍사스가 미국에서 가장 극단적인 낙태 금지를 주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낙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도하겠단 의도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는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옹호하고 싸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여기 텍사스는 생식권 자유를 위한 싸움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주의 노래를 부르는 비욘세와 그의 어머니를 동행한 것은 여성표에 구애하는 극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26일 미시간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와도 유세하면서도 재생산권 관련 연방대법원 판결 폐기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 라틴계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도 막판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22일 플로리다 마이애미를 찾았다. 경합주가 아닌 마이애미를 찾은 것은 라틴계 표심에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미국에서 라틴계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다음 달 대선에서 패배하면 베네수엘라와 같이 미국 정치 시스템이 교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틴계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라틴계들은 2020년 대선에선 민주당을 더 지지했다. 하지만 최근 USA투데이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참여한 라틴계 유권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49%)을 해리스 부통령(38%)보다 더 지지했다. 오차범위가 18%포인트로 매우 큰 여론조사지만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위험 신호다.

흑인 남성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이탈은 이미 민주당 캠프에서도 경각심이 제기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경합주를 순회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사격하고 있는데, 오바마 전 대통령의 큰 흑인 사회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경합주 조지아에서 25일 오바마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합동유세를 했다. 오바마 부부의 지원으로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들이 결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동 상황의 격화도 막판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경합주인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의 ‘블루월’(Blue wall: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블루월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 주들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중동 상황의 격화는 미시간의 아랍계 표심을 이탈시킬 수 있다. 미시간에는 아랍계 유권자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이들은 민주당 경선 국면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반발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는 ‘언코미티드 운동’에 앞장선 바 있다. 경합주 중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각각 15명, 10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미시간과 위스콘신 중 한 곳을 잃으면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에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맨 오른쪽)가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에서 열린 공화당 후원조직 ‘아메리칸 PAC’의 행사에서 표현의 자유와 총기 소지 권리지지 등을 서약한 지지자에게 100만달러(약 13억9000만원)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랭커스터=AFP연합뉴스
접전이었던 조지아 등 남부 선벨트 경합주에서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아랍아메리카연구소(AAI)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랍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율이 38%로 균등하게 나뉜 상태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역시 각각 42%, 41% 지지를 받고 있어 해리스 부통령의 아랍계 지지율이 위기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유력 지원군 미셸 오바마 여사가 26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칼라마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고 있다. 칼라마주=AP연합뉴스
또 다른 변수는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 참여율이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다. NYT는 지난 22일 시점에서 이미 17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우편이나 투표소 방문을 통해 사전투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7개 경합주에서 모두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NYT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투표 습관을 바꿨으며, 사전투표가 미국 민주주의 절차의 영구적인 특징이 됐다는 분명한 징후”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 측도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를 장려하고 있는데, 공화당 지지 성향의 사전투표가 증가하는 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에 관심이 쏠린다.

10월 초 미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복구도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사전투표의 영향으로 과거처럼 ‘옥토버 서프라이즈’(미 대선 직전인 10월 갑작스럽게 발생해 대선 결과에 영향을 주는 변수)의 영향력이 세지는 않지만, 10월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변수로는 허리케인이 꼽힌다. 특히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남부 경합주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허리케인 대응이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면 반박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재난 대응을 할 자금을 불법 이민자들에게 썼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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