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주주로 확대… "보수경영 내모는 과잉입법"[법조인사이트]

정원일 2024. 10. 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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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법조계 상법 개정 우려
경제단체 공동건의서 내놓으며
"주식회사법제 이론 흔드는 일"
법조계 "책임 지우는것 이상"
정부 절충안 내놓을지도 관심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놓고 경제계·법조계에서 잇따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하지 않고,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강행할 경우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이익 침해하면 법적 책임… 경제계 거센 반발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22대 국회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은 총 8건이 발의된 상태다. 모두 야당 의원들의 이름으로 제시됐다.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1998년 상법이 개정된 뒤 20년 이상 해당 조항이 유지돼 오면서 회사를 위한다는 현행 조항을 근거로 대주주 등 특정 주주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서 이사가 전체 주주를 위해야 한다는 것을 법에 명문화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에서 주도권을 가진 야권을 중심으로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고, 재계에서는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영진의 결정으로 주주 이익이 침해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활동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24일 국내 경제단체 8곳(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은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8개 경제단체 등은 지난 15일에도 각계 전문가들과 세미나를 열고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토리야마 쿄이치 일본 와세다대 로스쿨 교수는 "(상법을 개정할 경우) 지금까지의 회사법 체계에 어긋날 뿐 아니라 회사 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권리까지 침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회사법상 이미 이사의 임무 소홀로 주주가 손해를 입는 경우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실익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서성호 기업법학회장도 "주식회사법제의 이론적 근간을 흔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사를 보수적인 경영으로 내모는 과잉입법"이라며 "사기업의 영리행위 보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입법 만능주의"라고 비판했다.

■정부, 절충안 내놓울까… 법조계도 우려

경제계 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와 이사의 계약관계가 흔들릴 수 있고 법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비판이다.

손창완 연세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주주에 대한 직접적인 의무가 없는 이사에게 법적 의무를 지우는 방향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주와 관련된 업무 수행에 특정해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을 만드는 식의 대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상법 조항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외 회사법 및 자본시장법 등 법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며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이사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도 문제"라고 짚었다.

국회와 경제계가 이견을 보이면서 정부가 제3의 절충안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며 "법령 하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체계가 바뀔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등 다른 정부 부처들과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안을 검토 중이긴 하지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전체 상법 체계를 봐야 할 부분도 있고, 배임죄로 인한 처벌 등에 대한 우려까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균형 있게 하느냐에 대해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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