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가구 대이동' 앞둔 분당·일산…"수용 가능한 집도, 땅도 없어"

유오상/이인혁/한명현 2024. 10. 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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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선도지구 착공…2027년 7000가구 불과
분당, 8000가구 선도지구 예정
이주대책 물량은 1800가구뿐
예정 용지도 개발제한 발묶여
일산·평촌·산본 등도 실현 불투명
"상징적 의미로 1곳 정도만 착공
관리처분 늦춰 속도 조절 예정"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경기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에서 53만7000가구를 짓는 초대형 정비사업이다. 다음달 발표를 앞둔 선도지구 선정은 전체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절차로 꼽힌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거쳐 2027년 이주와 착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선 ‘한 개 단지라도 제때 사업이 추진되면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027년 착공은 당초부터 불가능한 계획이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이주 수요 감당 어렵다”

27일 한국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 지자체가 예상하는 2029년까지의 재건축 이주 수요는 약 7만2400가구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선정될 선도지구 이주 수요를 합한 수치다. 그러나 이주 수요를 감당할 대책을 마련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수요를 감당할 주택도, 단지를 조성할 토지도 없다는 반응이다.

선도지구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분당이다. 올해 8000가구의 선도지구가 선정될 예정이지만 성남시가 예상하는 2027년 착공 가능 물량은 3600가구에 그친다. 이마저도 착공이 어렵다. 2027년 성남에서 공급할 수 있는 이주대책 물량이 1800가구 정도이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3㎢ 규모의 시가화 예정 용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원도심 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용으로 활용하기에도 부족하다. 또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성남 원도심 재개발과 분당 재건축 이주 수요를 합해 전체 물량을 조절할 예정”이라며 “순차적으로 이주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1기 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산에선 6000가구의 선도지구가 2027년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이주대책으로 제시된 공공주택지구는 1만 가구 수준이지만 택지 조성 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각각 4000가구의 선도지구가 예정된 평촌·산본·중동 역시 유휴지와 공공주택지구를 이주 단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2027년 착공은 상징적 의미에서 한 개 단지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관리처분계획을 늦추는 방식으로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 단지 조성도 쉽지 않아

국토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요 이주대책은 순환정비용 주택 건설(공공 및 민간 임대·분양), 영구임대 재건축 사업 등이 있다. 그러나 도시 외곽의 신규 유휴지 개발 방안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와 주민 모두 불만이다.

토지주택연구원이 분당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이주 뒤에도 성남시에 있고 싶다”고 답했다. “분당 안에서만 이주하겠다”는 응답도 69.4%에 달했다. 반면 “경기도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겠다”는 답변은 7.1%에 그쳤다. 이주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79.6%로 가장 많았다. 크기는 중대형(70.9%)이 압도적이었다.

지자체도 주민이 원하는 이주 단지 조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체 조사에서 주민들이 이주 단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답변이 다수였다”며 “결국 같은 지역에서 전세로 들어가겠다는 얘기여서 전세 수요 급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 내 영구임대 단지를 재건축해 이주 수요를 수용하는 계획도 걸림돌이 적지 않다. 1기 신도시에는 총 13개 단지에 1만4000가구 규모의 영구임대 단지가 있다. 기존 입주민이 이주해야 하는 데다 재건축을 통한 이주 단지 조성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단지의 사업 지연까지 고려하면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최소 10년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오상/이인혁/한명현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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