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DNA에 정보 저장기술 개발…전기없는 데이터센터 시대 온다"

이주현 2024. 10. 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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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퓨처테크 최전선을 가다
(11) '합성생물학 개척자' 조지 처치 하버드대 의대 교수
인공 DNA를 '데이터저장소'로
반도체보다 많은 정보 오래 보존
스마트폰 1대 용량을 쥐 DNA에
저장규모 100만배 늘리는게 목표
사람것보다 뛰어난 장기 만든다
필요한 유전자만 잘라내고 붙여
부작용 없는 인공장기 제작 가능
곤충시신경 활용 드론카메라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 있는 ‘처치랩’은 글로벌 합성생물학의 허브로 불린다. 유전자 등 생물학적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설계해 새로운 기능을 가진 생명체나 시스템을 개발하는 합성생물학은 바이오산업의 가장 유망한 미래로 꼽힌다. 처치랩은 ‘DNA 데이터 스토리지’ 기술의 산실이기도 하다. 쥐의 DNA에 0.2테라바이트(TB) 규모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스마트폰 한 대 용량이다.

처치랩의 주인공인 조지 처치 하버드대 의대 유전학과 교수를 지난달 연구실에 찾아가 만났다. 가장 혁신적인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캐스9’ 개발의 주역이자 돼지 신장을 사람 신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이제네시스 등 창업한 스타트업만 20곳이 넘는 ‘구루’의 연구실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하지만 벽면이 책으로 가득 찬 연구실 테이블 위에서 그가 내다본 합성생물학의 미래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매머드의 DNA 속에 담긴 유전 정보는 수천 년이 지난 뒤에도 거의 손상 없이 남아 있습니다. 부활 생물학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예요. 이 놀라운 DNA의 능력을 합성생물학으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DNA로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을 2엑사바이트(EB) 규모로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2EB는 지난 1월 카카오가 개소한 ‘데이터센터 안산’의 3분의 1 규모다.

조지 처치 하버드대 의대 유전학과 교수가 미국 보스턴에 있는 처치랩에서 합성생물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스턴=이주현 기자


▷DNA에 데이터를 저장한다고요?

“가능한 일입니다. 우선은 생체에서 데이터 읽고 쓰기가 원활히 구동되도록 해야겠죠. 전자장비 없이 DNA 데이터를 신경망에서 읽고 쓰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곤충의 시신경을 활용해 초소형 무소음 드론 카메라를 만드는 연구에도 도전하려 합니다.”

▷이제네시스의 창업자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2015년에 루한 양과 공동 창업했어요. 이종 이식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회사입니다. 인간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기 목표예요.”

▷이종 장기를 어떻게 이식하는 건가요.

“크리스퍼-캐스9을 이용해 면역 거부 반응을 잡습니다. 인체에 이식하려면 장기의 인간화가 필요합니다. 크리스퍼-캐스9 같은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이식 시 폐렴을 일으키는 PERVs(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하고, 인체 면역 체계가 돼지 장기를 공격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가요.

“다음 단계는 면역억제제 투약을 없애는 겁니다. 현재는 사람 간을 이식해도 억제제를 투약해야 하죠. 그래서 동물 장기를 최대한 인간화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 앞으로는 사람의 장기보다 우수한 인공 장기를 만들어야 해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간경변이나 정맥주사 남용으로 간염을 앓은 경우 사람 간을 다시 이식하더라도 간질환을 앓을 수밖에 없거든요.”

▷연구실에 매머드 인형이 많습니다.

“매머드는 동물 종 보존의 상징이에요. 추위에 강했던 매머드의 유전자를 복원해 코끼리에게 적용하면 바이러스 저항성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어느 정도까지 와 있나요.

“세계 곳곳의 원주민 부족과 협업해 다양한 코끼리 유전자를 확보하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도 만들었습니다. 합성생물학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그간 분자 수준이었지만 이젠 세포 크기로 발전할 때가 됐어요.”

▷노화 극복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리주비네이트바이오라는 스타트업을 통해 노화로 줄어드는 유전자를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전 질환 상당수는 결손이 생긴 유전자를 채우는 식으로 치료할 수 있어요. 이 관점에선 노화도 유전자를 채워 치료할 하나의 질병입니다.”

▷환상이라는 비판도 많은데요.

“저는 시장의 수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화로 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얘기죠. 그러면 유전자 치료로 노화를 극복하는 비용도 낮아질 겁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이 널리 쓰인 때를 생각해보세요.”

▷블록체인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유전 정보를 활용해 질병을 고치는 시대가 오면 이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겁니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를 사후 변경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킹 위험이 거의 없지요. 유전학 기술이 보건 영역에서 널리 쓰일 시기엔 블록체인이 의료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겁니다.” 이와 관련해 처치 교수는 2018년 네뷸라지노믹스를 공동 창업했다.

▷연구와 창업을 병행하기 힘들 텐데요.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면 뜻이 맞는 연구원 2~3명과 공동 창업을 합니다. 바이오 분야 창업과 관련해서 보스턴은 최적지죠.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터프츠대 등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과 대학에서 운영하는 병원들이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 협업이 쉽습니다.”

▷협업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하버드대, MIT가 함께 세운 생물·의학 연구기관인 브로드연구소에 속해 있을 뿐 아니라 MIT 미디어랩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전선 연구자로서 신념이 궁금합니다.

“하고 싶은 연구가 아니라 기후 변화나 장기 이식 등 사회적 해결이 필요한 주제를 연구해야 합니다. 투자자는 ‘저점 매수, 고점 매도’ 원칙으로 기술을 보겠지만, 연구자는 달라야 해요. 낮게 열린 열매를 찾아내려 남들이 높다고 보는 숲에 뛰어들 줄 아는 배짱이 있어야 합니다.”

보스턴=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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