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지원 시내버스가 투기자본 먹잇감인가

2024. 10. 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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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시내버스 회사 2곳이 자본놀음에 오락가락하는 신세가 됐다.

이들 회사를 사들였던 T사가 펀드 만기를 앞두고 매각에 나선 것이다.

투자자들이 시내버스 회사에 달려드는 것은 수익구조의 안정성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운영사가 돈이 되는 대전과 서울 인천 등의 시내버스 회사들을 사고 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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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지에 정차돼 있는 대전의 시내버스 . 대전일보DB

대전의 시내버스 회사 2곳이 자본놀음에 오락가락하는 신세가 됐다. 이들 회사를 사들였던 T사가 펀드 만기를 앞두고 매각에 나선 것이다. 해외 사모펀드는 물론 국내 여러 자본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시내버스 회사에 달려드는 것은 수익구조의 안정성 때문이다. 이른바 '준공영제'라는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보전해줘, 절대 손해를 볼 염려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운영사가 돈이 되는 대전과 서울 인천 등의 시내버스 회사들을 사고 파는 것이다.

대전은 2005년 7월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됐다. 기사인건비와 유류비 등을 지원하여 적자가 누적된 회사를 살리고 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 운행 중단을 방치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대전시가 버스회사에 주는 재정지원금이 2004년에는 40억원이었으나 준공영제가 도입된 직후인 2006년에는 257억원, 지난해는 1150억원으로 늘어났다. 농촌의 버스회사들이 존폐의 위기에 놓인 것과 달리 지자체가 적자를 채워주고 적정이윤까지 보장해주는 호사를 누려온 것이다.

지자체가 준공영제라는 이름으로 혈세를 지원하는 것은 사회기반시설(SOC)과 다름없는 공공성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유지하여, 교통약자인 학생과 어린이, 주부, 노인 등 서민에게 최소한의 생활과 이동권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이런 준공영제가 돈벌이가 된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투기자본이 진출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미 BTL 등 민간투자의 여러 부작용과 문제점을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대전시의 경우 2004년 엔화 자본 1400억원으로 건설한 천변고속화도로의 적자 보전과 원리금 상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간자본의 매운 맛을 톡톡히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 회사는 버스뿐 아니라 노선권도 갖고 있다. 지자체가 노선을 조정하거나 신규노선 및 광역노선을 도입하려면 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SOC를 민간이 소유하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사모펀드의 버스 준공영제 진입이 혈세 지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시내버스업계의 투기장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대응책을 적극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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