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 여사 문제 놓고 ‘대표 권한 논쟁’ 여당, 그리 한가한가

한겨레 2024. 10. 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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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으로 특별감찰관(특감) 후보 추천을 추진하겠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구상을 두고 여당 안에서 당대표·원내대표의 권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감 추천이 당 '투 톱' 가운데 누구의 권한이냐는 것인데, 결국 '특감이라도 임명해야 김건희 특검법을 막을 수 있다'는 한 대표와 '그마저도 안 된다'는 친윤석열계의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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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ae@hani.co.kr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으로 특별감찰관(특감) 후보 추천을 추진하겠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구상을 두고 여당 안에서 당대표·원내대표의 권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감 추천이 당 ‘투 톱’ 가운데 누구의 권한이냐는 것인데, 결국 ‘특감이라도 임명해야 김건희 특검법을 막을 수 있다’는 한 대표와 ‘그마저도 안 된다’는 친윤석열계의 대결이다. 하지만 이는 김 여사 문제의 근본적 해법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싸움’이다.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가 특감 후보 추천은 “원내 사안”이라고 하자 한 대표는 지난 24일 “당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는 당헌 제25조 1항을 언급하며 “원내든 원외든 총괄하는 임무를 당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자 원내대표·당대표를 모두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기현 의원은 “원내 사안을 당대표가 감독하는 건 몰라도, 관여하는 건 월권이다” “당헌·당규 어디에도 당대표가 원내대표를 지휘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일제히 한 대표를 견제했다. 한 대표는 오는 30일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특감 관철 의지를 거듭 밝힐 예정이고, 추 원내대표는 조만간 특감 관련한 의원총회를 소집할 계획이어서 여당 내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을 최대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김 여사 문제의 해법을 놓고 여당이 당헌·당규 조문을 뒤적여 ‘권한’ 타령하며 계파 갈등을 벌이는 모습은 한가하게 비친다. 친윤은 특감 후보 추천에 앞장서는 한 대표의 ‘월권’을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실이 불편해할 특감 자체에 반대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실은 “북한 인권 문제는 당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며 여전히 특감 후보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로, 지난 9월 둘째 주 이후 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 부정 평가의 최대 이유는 물론 김 여사 문제였다. 그렇다면 여당은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특감은 상시 감찰이라는 업무 성격과 제한된 권한·인력 등으로 김 여사 관련 수많은 의혹을 풀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은 특감이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이다. 여당은 권한 논쟁 따위의 소모적인 특감 실랑이를 접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설득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사태 해결 의지가 없을수록 여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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