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고국 무대에서 9년 만에 우승 감격...유럽대회 2승째

연장서 김주형 제치고 제네시스 챔피언십 정상
2015년 이후 처음 우승 트로피 들어 올려

안병훈이 27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코리아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4라운드 5번 홀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있다. 안병훈은 18번 홀까지 김주형과 동타를 이뤄 연장 승부를 벌인 끝에 9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PGA 제공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안병훈이 고국 땅을 밟아 9년 만에 우승 감격을 누렸다. 안병훈은 27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코리아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PGA 투어 동료 김주형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아직 PGA 투어 우승이 없는 안병훈이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2015년 DP월드투어 BMW 챔피언십, 같은 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 이후 9년 만이다. 이 대회는 DP월드투어와 KPGA 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려 양쪽 무대에서 모두 2승째를 신고했다. 안병훈은 우승 상금 68만 달러(약 9억4,500만 원)와 함께 부상으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을 받았다.

2024 파리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란히 출전했던 안병훈과 김주형은 이날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17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해 김주형에게 1타 뒤진 안병훈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파로 마무리한 김주형과 동타를 이뤘다.

안병훈과 김주형이 최종 라운드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KPGA 제공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이들은 18번 홀에서 연장 승부를 벌였다. 안병훈은 연장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으로 보낸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았고, 김주형은 샷이 흔들려 파를 지키지 못해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올해 PGA 투어 22개 대회에서 준우승 1차례, 3위 1차례 등 '톱10'에 5번 진입하며 데뷔 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던 안병훈은 2018년 9월 신한동해오픈 이후 6년 만에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완벽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중 탁구 커플인 아버지 안재형, 어머니 자오즈민 그리고 할머니 등 가족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그토록 기다렸던 우승을 차지해 울컥하기도 했다. 안병훈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거의 10년 만에 우승"이라며 "올해 괜찮은 성적을 냈던 시즌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너스처럼 마지막 대회에 트로피를 받았다"고 기뻐했다.

할머니와 포옹하면서 눈물을 훔쳤던 그는 "할머니가 중·고등학교 때 뒷바라지를 해주셨다"며 "지금까지 키워주신 할머니 앞에서 우승해 너무 감사하다. 미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병훈. KPGA 제공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선수 가운데 김홍택이 가장 높은 공동 9위(11언더파 277타)에 올라 내년 PGA 투어 겸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 출전권을 받았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120명 중 KPGA 투어 선수는 32명이었으며, 10위 이내는 김홍택이 유일했다. 조우영은 26위(8언더파 280타), 정한밀은 공동 27위(7언더파 281타)에 자리하는 등 3명만 30위 이내에 들었다.

한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뱅크 챔피언십(총상금 300만 달러)에서는 유해란이 3위에 자리했다. 유해란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하나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적어낸 유해란은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우승자 인뤄닝(중국·23언더파 265타)과는 2타 차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